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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스에 가지 않는 이유

익숙한 공간과 멀어지는 심리

by 하랑

요즘 나는 스*벅스에 잘 가지 않는다. 1999년 한국에 상륙한 이후,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루 한 잔 이상은 늘 곁에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주말이면, 스*벅스는 거의 나의 두 번째 서재였다.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자격증 공부를 하고, 글감을 메모하던 시간이 그곳에 켜켜이 쌓여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스*벅스에 들어서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음악 소리가 괜히 더 크게 느껴지고, 사람들의 대화 소리는 서로를 덮어쓰며 퍼져나갔다. 매장은 넓은데, 이상하게 답답함이 밀려왔다. 여름이면 강한 에어컨 바람이 어깨를 훑고 지나가고, 그 바람 속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기엔 몸이 먼저 거부 반응을 보였다.


예전엔 ‘북적이는 분위기’가 활기처럼 느껴졌는데, 요즘은 ‘소음’으로 먼저 인식된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삶의 리듬이 달라져서인지, 스*벅스라는 공간과 내가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벅스는 한때 ‘제3의 공간(third place)’을 상징했다. 집도, 회사도 아닌, 나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중간 지점. 실제로 스타벅스는 편안한 의자, 비슷한 조도, 일정한 음악 볼륨, 무료 와이파이 등으로 “여기서는 오래 머물러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좌석 회전율, 테이크아웃 비중, 굿즈 마케팅, 앱 적립과 리워드 프로그램…. 어느 순간부터 스*벅스는 ‘머무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소비하는 플랫폼’에 가까워졌다. ‘공간의 의미’보다 ‘브랜드의 확장성’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고, 그 변화는 고객 경험의 결을 서서히 바꿔놓았다. 브랜드의 성장을 보여주는 동시에, 조용한 몰입과 휴식을 원하는 고객층에게는 오히려 멀어지는 신호이기도 했다.


마케팅 이론에서는 매장 내 환경을 ‘서비스스케이프(servicescape)’라고 부른다. 음악, 온도, 조명, 좌석 배치, 냄새까지 모든 요소가 고객 경험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젊을 때는 이 서비스스케이프의 자극이 나를 깨우는 에너지로 작용했다. 쿵쿵 울리는 음악도, 사람들 대화 소리도 “나만 공부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동기부여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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