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뒤에 숨은 상사의 불안, 그 말의 심리학
나의 상사 역시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한다. 처음에는 그저 ‘습관인가?’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반복에는 어떤 신호와 마음의 구조가 숨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듣는 처지에서는 괴롭고, 때때로 숨이 막히기도 한다. 말은 분명 한 번이면 충분한데, 같은 문장이 다시 테이블에 올라오고, 다시 회의실 공기에 떠돈다.
심리학자 비고츠키(Vygotsky)는 “인간은 말하기를 통해 사고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생각을 충분히 정리한 뒤 말하는 존재가 아니라, 말을 하면서 오히려 사고가 정리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상사의 반복도 그 과정의 일부일 수 있다. 말끝에 이르러서야 본인이 하고 싶은 요지를 더 명확히 이해하고, 그 깨달음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듣는 이는 피곤하지만, 그에게는 생각을 ‘완성’하는 인지적 단계일 수 있다. 결국, 말의 반복은 단순한 말버릇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고가 흘러가는 방식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심리학자들은 “반복은 정서적·인지적 불안의 표현이며, 동시에 생각을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나 역시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질문을 받으면 말이 자꾸 원점으로 돌아갈 때가 있다. 머릿속이 정돈되지 않은 채 말을 시작하면, 결국 말이 말을 부르고, 문장이 제자리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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