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오래 남는 것은 감정의 흔적이다
매년 12월은 임원 인사철이다. 누구는 임원으로 승진하고 누구는 집으로 간다. 나의 직속 상사는 며칠 전에 갑작스레 퇴직 통보를 받았고, 그 자리에 A 임원분이 오셨다. A님은 의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본인 스스로 여러가지 면에서 감이 좋다며 자화자찬을 종종 한다. 그리고 본인보다 한 단계 아래인 팀장들에게는 독설도 서슴없이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쉽게 흔들린다. 상사나 동료 팀장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라는 짧은 문장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돈다. 정작 그 말을 한 사람은 이미 잊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은 내 안에 오래 남아 감정을 붙잡는다. 왜일까. 왜 우리는 타인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오래 흔들릴까.
첫 번째 이유는 뇌가 부정적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뇌는 칭찬보다 비판을, 중립적인 말보다 날카로운 표현을 더 오래 기억한다. 이는 생존과 직결된 진화 메커니즘이다.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뇌는 부정적인 자극에 더 많은 주의를 할당한다. 문제는 현대 조직에서도 이 원리가 그대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열 번의 긍정적 피드백보다, 단 한 번의 부정적 코멘트가 감정을 지배한다.
두 번째 이유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 ‘관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말을 정보로만 듣지 않는다.
“왜 저렇게 말했을까?”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혹시 내가 무시당한 건 아닐까?”
타인의 말은 언제나 관계의 맥락 위에서 해석된다. 특히 상사나 평가권자처럼 관계의 비대칭성이 존재할수록 말은 더 무거워진다. 그래서 같은 문장이라도, 친한 친구의 말보다 상사의 말이 더 오래 남는다. 말의 내용보다 우리는 말한 ‘사람’에게 더 큰 감정적 무게를 부여한다.
세 번째 이유는 우리가 이미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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