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는 일

맥락읽기

by 느린날들

글을 쓸 기분은 아니지만 기록해야할 것 같아 노트북을 켰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의 나는 허물없이 대해보는 편이다. 아정말요, 아진짜요 정도의 리액션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연이은 꼬리질문을 던지는 일도 종종한다. 그러면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 타입이 있고, 나에게 화두를 돌려주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냥 그런 것들을 본다. 모르는 사람을 볼 때에는 그 사람이 대화를 끌어가는 방식을 본다. 변태같아도 보인다.


그리고 대체로 잘 해준다. 당연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사람에게 잘 대해주면 돌아오는 것을 보고 판단한다. 얼마 전에는 귀여운 애인이 어디서 배워온 것인지 ‘쎄믈리에’라고 표현을 했다. 나는 그 처럼 대화 몇 번에 쎄함을 깨우칠 정도의 도인은 아니긴 한데, 그래서 몇 번의 대화가 또 필요로 하다.


그리고 하수일 지 몰라도 사람들 눈치를 종종 살핀다. 티가 날까? 났을 수도 있고. 여러명이 함께 있는 자리에 있다보면 이사람 저사람들의 순간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사람은 이 자리가 힘들구나, 저 사람 신났구나 하고 관찰하는 것이 재밌다.


나는 여럿이 있을 적에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필요할 때에는 내켜서 내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상황의 윤활유정도로 작동할 점도이다. 정말 이 사람이 마음에 든다,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알아보고 싶다 하면은 이제 그떄 본격적인 내 이야기를 꺼낸다.


근데 그 때의 점도는 처음의 것보다는 묽지 못하다. 어쩌면 되다. 부러 그러는 것이다. 부러 솔직해진다. 얼마큼 보여줄 수 있나 궁금한 마음에 그러는 것이다. 근데 이제 이게 단점이 있다. 상대방은 생각이 없는데 점도가 적절하지 못했으면 그건 낭패다. 근데 크게 상관은 안 한다. 몇 번 보고 말 사람이겠거니 생각해버리면 또 그만이기 떄문이다.


사람을 보는 일은 재밌다. 그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에 드러난 표식들로 뒷머리를 유추해보는 일이 즐겁다. 넘겨짚기지만 유쾌하도다. 맥락을 읽는 일을 좋아라 하지만 모든 것의 맥락을 읽어내는 현자는 못된다는 것을 안다. 그러면 머리 아플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모르는 것도 약이다. 그래도 상황을 구조화하고 맥락화하여 흐름에 탑승하는 일이 재밌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연유도 동일하다. 나를 투명하게 노출하면 액션리액션이라고 대답할 사람들이 분간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는 일, 사람이 부대끼는 일 참 재밌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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