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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크나폐인 Sep 25. 2022

절대 깨지지 않는 그릇

기질氣質은 어디서 비롯될까?


타고난 기질氣質을 어찌하란 말인가?


 사람에게는 과 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성질 기질 체질 등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다.  성격 체격 등은 그러한 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질은 바꿀 수 없거나 바뀌기가 매우 어렵지만 격은 질에 비해 바뀌기가 보다 쉽다. (비교이니 격도 바뀌기 힘들긴 매한가지)


 타고난 기질에 후천적 영향이 더해지면 성격이 된다. 마치 호랑이와 토끼처럼 사람은 기질에 따른 차이가 명확하며, 동물세계의 종의 구분처럼 인간 간의 일종의 구분이 된다.


"몸은 그릇이요. 기질은 담긴 물이다"


 기질은 본태적이고 선천적이다.  혹자는 유전자에 각인된 기질이라고도 표현한다. 유전자에 정신적인 영역의 요소가 있을 수 없다면, 결국 기질은 한 인간의 유전자의 발현인 신체 기능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그릇이 네모나면 담긴 물도 네모나고, 그릇이 동그랗다면 물 역시 동그랗다.


 통상, 담력이 세다고 할 때의 담력은 오장육부 중 담낭의 힘을 지칭한다. 담과 간은 동일 시 한다고 보면,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쓸개즙)이 담낭에 저장되는데, 담력이 세다는 것은 이러한 지방질 분해효소의 힘이 강하다고도 볼 수 있다.


 담력이 세다는 것은 겁이 없거나,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고, 결단이 빠른 등의 특징을 대변한다. 반대로 담력이 약하다는 것은 겁이 많고, 우유부단하거나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간담의 기능이 약한 사람은 수족다한증과 같은 증상을 쉬이 겪는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감이 없거나, 늘 긴장하는 사람들을 표현할 때 곧잘 땀이 많이 나는 캐릭터를 형상화한다.


 어디까지나 살면서 내가 경험한 사람들의 기질을 기억해보면 그 사람들의 신체적 특질에서 해당인의 기질이 쉬이 유추되곤 했다. 매사에 꼼꼼하고, 철저한 사람은 장의 활동이 느리거나 땀을 덜 흘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목 위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은 성격이 급한 편이 많았으며, 전신의 발한을 동반한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기보다, 진중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운동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또래 중에 자신감이나 적극성의 기질이 뛰어났고, 그 반대는 소극적인 기질이 대다수였다. 이런 경우는 비단 운동의 영역을 벗어나 대화나 인간관계, 다른 사회활동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통상 부모들은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거나, 격투기를 가르치기도 한다. 신체적 조건의 개선이 이 아이의 소극적 기질을 바꿔줄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감을 갖자고 정신교육을 해봐야, 자신감이 생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입사 초기 여러 성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 적이 있다. 일종의 적성 테스트와 같은 것을 한 이후, 각자의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 삶을 변화시키고 자신을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그때 내가 했던 이야기는 적어도 해당 수업에 참석했던 사람들에게는 공감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하지 않았던 행동이나 일들을 해보세요"


 만약 한 사람이 자신의 체질과 기질대로 한평생을 살았다면, 이미 본인에게 맞지 않는 언행, 맞지 않는 행동, 맞지 않는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만약 운동을 싫어했던 사람이라면, 큰 확률로 운동을 못할 것이다. 만약 춤을 추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큰 확률로 뇌 신호와 몸의 협응이 부족할 것이다. 내 몸이 생긴 대로 살아온 세월에 내 기질은 고착되어왔고, 변하지 않는다. 나를 바꾸고 싶다면, 생각을 바꿀 것이 아니라 지금 즉시 내가 하지 않았던 일, 주로 내 신체가 경험하지 않았던 분야를 해보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생각해보면 매우 쉽다. 악한 기질의 사람은 악행을 하고, 담력이 센 기질의 사람은 그에 맞는 행동을 즐긴다. 결단이 빠른 사람은 강건하게 결단하고, 적극적인 사람은 새로운 것에 바로 도전한다. 내 기질이 못마땅하다면, 내게 남은 선택은 오직 하나, 할 수 없는/없었던 그 행동을 해야 한다.


"기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성격을 다듬을 뿐"


그렇다 해도 한 사람의 타고난 그릇은 변하지 않으므로 기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토끼가 호랑이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질이 선천적이라면, 유전자에 각인된 것이라면 그것이 사실이다. 다만, 성격은 변할 수 있고 변한 것처럼 여겨지게 할 수 있다. 안 하던 행동을 하면, 죽을 때라는 말은 사실은 한 사람의 성격이 다시금 리셋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기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하다. 만약 운명이 있다면, 정해진 것이 있다면 불편부당하게도 기질일 것이다. 소극적인 사람에게 왜 소극적인지를 따져 묻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이 없다. 토끼는 날 때부터 토끼이고 싶었을까? 다만, 육식을 하는 토끼가 되어보길 바랄 밖에.


 생각이 많고, 겁이 많은 첫째 아이의 기질을 생각하며, 하릴없이 축구공을 주문했다. 공을 잘 차며, 약간이나마 기질적 행로를 보완해줄 성격이 형성되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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