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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산호 May 15. 2024

29. 이비사의 생물다양성과 문화 (스페인)

29. 이비사의 생물다양성과 문화 (스페인)   (복합문화유산)     


- 생물다양성과 문화라는 구절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니?

- 아마도 자연유산과 문화가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되지 않았을까요?

- 와, 똑똑한 아들. 먼저 스페인의 발레아레스제도 바다에 살고 있는 해초 포시도니아로부터 시작해 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럽의 밤 문화나 누드해변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

- 좋아요. 저도 나이가 되면 유명한 연예인이나 축구 선수들이 간다는 클럽이나 누드 해변에 갈 기회가 있겠지요.

- 고대부터 있었던 이 연약한 해초가 어떤 능력이 있는지 안다면 그리 섭섭하지 않을 거야.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와 거머리말이 빽빽하게 자리 잡은 해초군락지의 이산화탄소 포집능력이 얼마나 큰지 기후변화 해결사로 불릴 정도야. 해저에 산소공급을 해주고, 해양 수질도 정화해 주는 거지. 어류와 갑각류들이 알을 낳고 사는데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을 거야.


-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럴까요?
 - 같은 면적의 아마존 숲의 몇 배냐면, 자그마치 15배! 그런데 애석한 것은 말이야.

- 사람들과 기후변화로 인해 고사위기에 놓였다는 거지요?

- 그래. 일단 이비사에 왔으니 역사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는 ‘달트빌라’로 가보자. 언덕 꼭대기에 서 있는 구시가지야. 자갈길을 걷다 보면 아주 오래된 성당이나 역사 유적, 거기에 박물관도 만날 수 있지. 이비사 성당, 고고학박물관, 현대미술관도.

- 요새도 높은 곳에 있군요. 우리나라 성처럼.

- 그렇지. 그래야 전망이 좋고 방어하기도 쉽지. 6세기 르네상스 무렵 사암으로 지은 요새가 남아 있는데, 특이한 것은, 아주 오래전 페니키아, 아랍이나 카탈루냐 시대, 르네상스 때까지 과거에 만든 것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거야. 성벽과 성채를 건설할 때 과거의 것을 밀어버리고 다시 지을 수도 있지만, 이전부터 있던 시설들을 통합해 놓았어. 오스만튀르크족, 해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조상들이 세운 성벽이 거리를 둘러싸고 있고, 그 안에 아름다운 건축물이나 전통적인 집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고 생각해 봐. 


- 존경스럽지요. 무조건 확 뜯어고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닌가 봐요.

- 그렇지. 우리는 서양문명을 받아들이면서 과거에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통합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을 내다 버렸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양식으로 바꾸려고 애썼지. 

- 그래도 다 사라진 것은 아니잖아요.

-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이비사섬은 기원전 7세기경에 페니키아인들이 항구를 건설했어. 고대 지중해에서 해상무역을 장악하면서 알파벳의 기원이 된 페니키아 문자를 만든 사람들이야. 이후 기원전 6세기경 이비사섬은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가지고 있던 카르타고의 식민지가 되었어. 그 당시 최고의 힘과 부를 갖춘 나라였거든. 수도와 하수시설을 갖춘 도시, 아파트 형태의 주택과 염전을 건설했어. 로마와 대적할 정도였지. 이후 카르타고의 유명한 장군 한니발과 로마의 전투가 벌어지지. 


- 벌거벗은 세계사 시간 같아요.

- 페니키아와 카르타고의 유적인 에비소스, 사 칼레타에 대해 말하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구나. 카르타고인이 건설한 에비소스와 항구는 2000년 동안 지중해 항해 중심지였어. 경제적 기반은 무화과 열매나 모직물 등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염전의 소금이었지.;이후 아랍의 지배를 받게 되었어. 사 칼레타는 염전 부근으로 페니키아인들이 최초로 살던 곳인데, 바닷물에 침식되었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도시의 원형이 그대로 발굴된 거야. 도시에는 800명 정도의 사람이 살았는데 평등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었어. 소금 채취나 어업, 야금업을 했고. 성벽이 있었어. 정사각형의 건물들이 도로를 통해 광장과 연결되어 있었고. 

- 과거 시대라고 해서 도시가 발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어요.

- 어퍼 타운의 남서쪽에 있는 공동묘지도 페니키아와 카르타고 전성기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어. 이름은 ‘피그 데스 몰린스’ 시신을 화장해서 뼛가루로 동굴에 두었다가 가족묘 지하무덤으로 발전해 갔는데 로마제국 말까지 사용했다고 해. 고대 페니키아인들의 무덤도 수천 개 있어. 다양한 묘실에서 발굴한 조각상, 제의도구, 주화, 장신구, 무기도 볼 수 있고. 


- 경주 천마총에 갔던 장면이 생각나요. 천마총도 무덤이잖아요.

- 그래. 맞아. 바다요정, 남서쪽 해안에 툭 튀어 오른 ‘에스 베드라’라는 바위도 있어. 자기력이 강해 여신이나 바다 요정이 사는 곳이 아닐까, 생각되는 곳이지. 선명한 에메랄드빛 지하호수도 볼 만하고. 이비사 최대의 동굴인 ‘코바 데 칸 마르카’라는 곳이야. 독창적인 관개시설도 볼 수 있는데 ‘세스 페익세스’라는 곳이지. 직사각형 모양으로 밭을 분할하는 수로들을 보면 과연 놀랍다는 생각이 들지. 첨단정보화 시대의 인류지만 과연 조상들의 지혜를 따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 어디쯤 있어요? 

- 어퍼 타운 맞은편이야. 항구 반대쪽 해안을 따라가면 나와. 마지막으로 섬 남쪽 끝에 소금 채취에 중요한 구실을 했던 ‘가스 살리나스’가 있어. 생물다양성을 보여주는 특별한 동식물이 있는 곳이지. 점심때는 타파스를 먹었으니 저녁에는 흰섬, 산 안토니오로 가서 해지는 것을 보며 플라오를 먹자. 

-이러다 세계적인 미식가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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