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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산호 Jul 04. 2024

8. 수업시간에 과자 먹는 영지

8. 수업 시간에 과자 먹는 영지

중학생 수업은 대략 저녁 7시 정도에는 시작됐어. 5분 빨리 시작하거나 늦게 시작하기도 했지만. 학교 수업이 끝나야만 학원 수업이 시작되는 거지. 그날은 중2 학년이 끝나자 중3 학년 수업이었어. 중2 학년은 열 명이 넘어 힘들었지만, 3학년은 고작 다섯 명이었어. 그런데 숫자가 적다고 해서 수월하지는 않았어.  


  쉬는 시간이라 그는 서둘러 화장실로 갔어. 그 시간만이 온전히 그의 시간이었어. 잠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천성산을 보고 소변을 보았지. 옆으로는 아이들이 장난치듯 시시덕거리며 오갔지만. 그런 후 화장실을 나와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층계참에 있었을 거야. 그는 작은 창문 앞에서 에쎄를 피우며 5분이라는 쉬는 시간을 거의 썼을 거야. 아니, 에쎄가 아니라 던힐 라이트일 수도 있어. 그는 던힐을 피우다가 국산 담배가 아니라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면 에쎄를 피우고, 에쎄가 싱겁다 싶으면 다시 던힐 라이트를 피웠거든. 그런 어느 해 겨울, 그는 기침을 하면 폐가 찢어질 것처럼 아파 병원에 갔고, 폐렴 진단을 받았어.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거야. 칠판에 쓰는 분필이나 많이 아이들이 일으키는 먼지나 매연, 담배 같은 게 있겠지. 어떤 게 더 치명적일까 생각하다가 그는 담배를 끊기로 했어. 그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거든. 그래, 지금껏 맛있게 피웠으면 된 거야. 폐가 아파 죽을 것 같은데 또 피우면 바보야, 멍청이지.


  5분이란 시간은 짧았어. 그래도 학교 다닐 때는 10분을 쉬었는데. 잠시 후 그는 머뭇거릴 틈도 없이 중3 학년 수업을 위해 교무실 탁자 앞에 앉았어. 그런 후 인형처럼 무감각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았어. 이런 아이들을, 어떤 사람들은 희망도 없고 결의도 없다고 야단을 쳤겠지만, 그는 진심으로 그럴 생각이 없었어. 그들의 장래를 위해 공부에 취미를 붙여주겠다는 생각 말이야. 그는 아이들의 마음을 오래전에 읽었어. 다시는 뭉쳐질 수 없을 정도로 풀어져 버린 개흙 같은 애들은 공부고 나발이고 하려고 하지 않았어. 공부로 장래 무얼 어찌할 생각은 아예 접은 상태였으니까. 그러니 혼내고 나무라는 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지. 원장 수업 때는 조용히, 진지하게 수업을 하지 않으냐고? 그건 겉모습에 지나지 않아. 그걸 보고 아이가 마음을 잘 붙잡고 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영지가 진이 맞은편에 앉아 있었어. 그는 둘을 가만히 보았어. 둘은 공부를 하지 않지만, 착하고 성실한 구석이 있는 소수의 아이들에 속하지는 않았어. 갖가지 말과 행동으로 그를 힘들게 했어. 사소하지만 순식간에 상대를 할퀴는 반항도 일삼고. 책을 펴다가 그는 탁자 위에 놓인 과자를 보았어. 그는 순간적으로 고심했어. 타석에 선 조 올리버에게 공을 던지려는 메이저리그 투수, 코리안 특급 박찬호처럼.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랬지.  


  “빨리 먹고 책 꺼내야지.”


  집어넣으라고 하면 금방 분위기가 나빠질 것 같아 이렇게 말한 그가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어. 일부러 그런 친절을 베풀 필요는 애초에 없었던 거야. 둘은 과자 몇 개를 먹은 후 기분이 좋아진 둘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끄집어내며 잡담을 시작했거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는 자주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런데 이 장면을 원장에게 들키지 않기는 어려웠어. 교무실은 동서남북 어디에도 창문이 뚫려 있어, 지나가는 누구라도 볼 수 있었거든. 아니나 다를까 문이 벌컥 열리고 인상이 일그러진 원장이 그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어.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애들이 과자를 먹는데 뭐 하십니까?”


  그나 아이들이나 숨이 멎는 듯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어. 아이들은 놀라서 과자를 집어넣었고. 그는 대추나무 벼락 맞듯 그 자리에서 시커멓게 타버렸으니까. 이번 일은 누가 보아도 그의 잘못이었어. 그는 자신의 잘못을 통감했어. 저는 참 눈치가 없는 사람이죠. 어쩌겠어요. 이렇게 살다 죽는 수밖에. 그러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죄송하다, 고 말할 용기는 없었어. 그가 말이 없자, 원장은 문을 닫고 가버렸어. 원장이 가버리자, 아이들은 화가 난 상태로 책을 펴고 거칠게 책장을 넘겼어. 그는 잠시 이런 일이 생긴 원인에 대해 생각이 미쳤어. 나나 아이들이 잘못한 탓일까. 아니면 사방이 툭 트여서 그럴까. 그렇지, 바로 그거야. 샌드위치 패널로 교실을 지어 방음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거야. 그는 엉뚱한 원인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영 개운치 않았을 거야. 그게 원인이라도 해도 장차 달라질 게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지가 사준 것도 아닌데.”


  진이 말에 영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더니 맞장구를 쳤지.


  “맞아!”


  그 순간 그에게 아무런 말이 떠오르지 않았어. 지금까지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잃어버리고. 외계인 E.T처럼 엘리엇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을 가로지르고 있었을까.  


  그나마 중1 학년 수업 때는 그도 자신이 교사라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어. 수업은 이렇게 진행되어야 하는 거라는 생각을 절로 했지. 아직 때가 덜 묻은 1학년 아이들은 진지하게 선생님 말씀을 경청했으니까. 그는 중간고사 전까지는 이 모습을 지킬 것이라 짐작했어. 지금껏 다른 중학생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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