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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산호 Jul 10. 2024

37. 시안카안 생물권 보전지역(멕시코)

 37. 시안카안 생물권 보전 지역  (멕시코)


- 유카탄 반도 마야문명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 그럼요. 마야달력 보드게임도 있고, 마야달력 종말의 날은 2012년 12월21일이었어요.  


- 종말이 왔어?


- 아니요. 태양계행성이 일직선으로 배열되는 날 종말이 온다고 했는데 진짜로 오지는 않았어요.


- 지금까지 종말을 예언해서 사람들을 견딜 수 없는 혼란에 빠뜨린 자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정작 종말은 오지 않았어.


- 진짜 종말은 없을까요? 무서워요.


- 무섭기는. 사람은 누구나 죽어. 그게 종말이고.


- 그래도.


- 종말이 온다면 누구는 무엇을 믿어서 살고, 누구는 믿지 않아 죽는 일은 없을 거야. 진짜 종말이 온다면, 아마도 인간으로 인해서 생긴 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올 거야. 아니 그때도 지구는 살아있을 거야. 인간이 살 수 없는 지구가 될 뿐이지.


- 아무튼 마야인들 신비로워요.


- 그렇지. 마야문명은 숫자 0을 사용했고, 모양이 특이한 고유의 마야 문자, 그리고 20진법을 사용했다고 해. 당시 아메리카에서 가장 발달한 언어체계와 천문학 기술이 있었다고도 하고.


- 우와. 20진법! 시안카안은 무슨 뜻인가요?


- 고대 마야인의 언어로 ‘하늘이 태어난 곳’이라는 뜻이야. 최근 마야인공 운하가 발견되었는데 여기가 아즈텍문명과 마야문명의 중심지야. 보전지역 안에 23군데의 마야유적지가 있고, 밀림 곳곳에 신비의 피라미드도 남겨져 있어.  


- 자연은요?


- 그뿐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어 가치가 높은 곳이지. 이 생물권 보전지역에는 멀지 않은 바다를 길게 이어진 산호초(보초)가 가로지르고, 열대림, 충적지, 섬, 바닷가 소택지, 사막지대, 맹그로브, 늪지가 들어 있는데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잘 보존되어 있어.


- 바닷가 안쪽에 산호초가 길게 누워있어요?


- 자그마치 110킬로미터에 걸쳐 길게 누워있어. 해변의 백사장도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는데 야자수가 우거져 있고, 해변은 하얀 산호초 가루가 밀가루처럼 부드럽게 변한 하얀 산호초가루가 차지하고 있어. 들어는 봤나? 에메랄드빛의 카리브해! 여기가 낙원이 아닐까 잠시 착각하게 되지.  


- 바닷속에는 어떤 생물이 살아요?


- 미생물도 살지만 천여 종이 넘는 물고기들도 살아. 바다에는 검은머리황새, 큰홍학, 민물가마우지, 갈라파고스군함새, 무지개앵무새, 해오라기, 따오기 같은 새들도 살고. 다음, 카리브해 아센시온만과 에스피리투센토만을 따라가면, 울창한 맹그로브 습지가 기다리고 있어. 온갖 오염을 거르고 퇴적물을 가두어서 척추동물, 무척추동물을 보호하는 곳이지.


- 그다음은 열대림이 나오는가요?


- 응. 소택지에서 내륙 쪽으로 가면 카멜레온, 이구아나, 재규어, 거미원숭이, 흰꼬리사슴, 펙커리, 베어드테이퍼, 작은개미핥기 같은 포유류가 103종이나 살아. 그뿐 아니야. 용설란이나 풍란 같은 식물도 볼 수 있어.


- 아빠가 좋아하는 난이네요.


- 희귀한 난이거든. 말만 들어도 설레지.


- 산호초와 바닷가 사이에 갯벌이 있네요.


- 앞에서도 말했지만, 갯벌은 아무 쓸모없이 보여도 많은 생물이 살아. 멕시코 해안 부근에 사는 여섯 종 거북 중 네 종이 여기 살아. 바다거북, 장수거북, 붉은바다거북, 대모. 그리고 멕시코악어와 아메리카악어도 볼 수 있어. 카리브매너티도 살고.  


- 카브리매너티요?


- 응. 듀공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지느러미가 반달모양으로 날렵한 게 아니라 노처럼 둥글고 크지. 눈은 작고 코는 크지만 귀는 귓바퀴 없이 구멍만 뚫려 있어 둔해 보여. 물속에서 풀을 뜯어 먹는 ‘바다 소’라 그런가. 베어드테이퍼는 돼지나 하마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옛날 우리나라에서 ‘맥’이라고 불렀던 동물이야. 펙커리는 멧돼지와 비슷하고. 혹시 ‘세노테스’라고 들어봤니?


- 아니요.  


- 시안카안이 유카탄반도라는 석회암 평원에 놓여 있기 때문에 생긴 거야.  


- 아, 카르스트지형이요.


- 응. 여기에서는 비가 내리면 우리나라처럼 물이 대지 위를 타고 흐르는 것이 아니라 지하로 빨리 스며들어. 지면에 가까운 씽크홀로 물이 모조리 몰려드는 거지. 스페인어로 ‘신성한 우물’이란 뜻인 ‘세노테스’는 지름이 60미터, 깊이가 80미터나 돼.


 - 집수장과 비슷한데 생각보다 크네요.  


 - 응. 과거 마야 사람들은 이곳을 영적인 지하세계로 가는 입구로 여겨 신성시했지.  


-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하데스가 다스리는 세계요?


- 그렇지. 마야 사람들은 이곳을 저승인 시발바로 가는 통로라 여겼어. 비의 신 ‘차크’가 있는 곳으로 여겨 제물을 바치고 가물 때 기우제를 올렸던 곳이기도 하고.  


- 세노테스, 어쩌면 레테의 강이네요.  


- 망각의 강. 뱃사공이 나오면 딱 우리나라 쪽 저승인데. 흐흐. 자, 각설하고. 이곳은 말이야. 카리브해 보초, 석호, 맹그로브, 다양한 습지가 있는데 17가지 유형의 식생을 가진 최고의 생태계야. 삼림을 보면 중간 고도에 반상록수림, 중간 고도와 저지대에 반낙엽수림, 야자수가 풍부한 것이 또 다른 특징이야.  


- 아, 저는 야자수가 좋아요. 그 아래를 걸어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  


- 저런! 어쩌다 가끔이지만 10미터가 넘는 야자나무 밑을 지나다가 코코넛이 떨어져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있어. 강풍이라도 불면 더 위험하고.  


- 그러면 야자나무에 기대어 멋진 포즈를 취하며 쉬거나 잠을 자도 안 되나요?


- 그렇다니까. 아주 조심해야 해.


- 물이 잠기는 지역, 습지에 키 작은 나무들이 모여 있는데 꼭 섬처럼 보여. 이것을 ‘페테네스’라고 해.  


- 나무들이 모여 섬을 만든다고요?


- 응. 숲이 우거진 섬이 군데군데 수백 개가 있지. 맹그로브와 내륙 삼림 사이에는 남북으로 초원이 펼쳐져 있어. 거기에는 벼과 식물들이 자라고 있고. 혹시 껌 좀 씹어볼래?


- 네. 좋아요.


- 여러 세대를 거치며 이어진 마야인 전통인데 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해 천연껌을 만드는 거야. 나무의 이름은, 치코자포테나무. 그런데 이 나무는 7년에 한 번씩만 물을 주어야 한다지.


- 7년에 한 번이요? 그것 참 희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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