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쉬르트세이섬 (아이슬란드) 이제 막 태어난 화산섬
-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밤, 강력 사건이 일어나는 것처럼 쉬르트세이섬도 그렇게 생겼어.
- 갑자기 바닷속에서 산이 쑥 솟아올랐나요? 혹시 대나무가 있어 그것으로 ‘만파식적’이라는 피리를 만들었나요?
- 응. 그건 아니고. 60년 전 화산섬이 하나 갑자기 생겼지. 1963년 인환이 큰아버지가 태어났던 해, 화산이 폭발하면서 하늘이 화산재로 시커멓게 덮였어. 약 130미터 바닷속에서 폭발했는데 바닷물이 가열되어 수증기도 같이 올라왔지. 이 섬은 4일 만에 폭이 600미터, 높이가 60미터인 섬이 되었지. 1964년부터는 용암이 흘러넘쳐 토지를 만들고, 1967년 5월까지 화산이 폭발하고 용암을 분출했지.
- 섬이 탄생한 것이네요.
- 지구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화산섬이야. 동서로 500킬로미터나 되는 아이슬란드도 화산섬. 태평양 중심에 여덟 개의 큰 섬과 백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하와이도 마찬가지야. 울릉도나 독도도 화산섬이고.
- 섬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궁금해지네요.
- 일종의 천연실험실이었지. 식물과 동물이 이 땅에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정착할 것인가 실험을 했지. 이름도 지었어. ‘쉬르트세이’. 현무암질 화산섬이라 검게 보여 ‘검은 산’이라는 뜻으로. 사람들도 너처럼 궁금해했어.
- 주로 뭐를 궁금해했어요?
- 화산재와 모래, 용암이 덮인 화산섬 탄생 과정을 보고 생명이 사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뭐가 먼저 자랄까, 궁금해했지. 그래서 아이슬란드 정부는 허가받은 생태학자를 제외하고는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했어. 최대한 사람의 방해를 없애려고 그랬지.
- 거기 생물들이 찾아왔나요?
- 당연히 찾아왔지. 방사능 유출 참사가 일어났던 체르노빌에서도 새로운 생물들이 자리를 잡고 잘살고 있지. 사람이 살 수 없어 떠난 곳인데, 덤불이 아스팔트를 뚫을 정도가 되었어. 지금 거기는 구소련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서식지로 변신했지.
- 아, 답답해요. 어떤 식물이 찾아왔나요?
- 1965년 봄이야. 첫 분화가 있고 2년도 되기 전, 아직 화산이 분화하던 중이야. 섬 모래 해변에 ‘카킬레 아르티카’라는 첫 식물이 모습을 드러냈어. 염분 없는 물이 근처에 없는데도 말이지. 섬에 최초로 정착한 새는 ‘풀마갈매기’이고.
- 음, 그렇구나. 진짜 아이슬란드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했어요?
- 그렇지. 해변에 상륙하거나 섬 옆에서 잠수하는 것도 막았어. 자연적 현상을 교란시켜서도 안 되고, 생물이나 광물, 흙을 들여오는 것도 안 돼. 섬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안 돼. 건축공사를 하는 것도 물론 안 되고, 유조선 기름 유출도 있어서는 안 돼.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말하기 뭐한데, 섬에 연구하는 과학자가 용변을 보았다가 1969년에 놀라운 일이 발생했어. 어느 날 섬에 토마토가 자라기 시작한 거야. 급격하게 토마토 넝쿨이 자라, 섬을 뒤덮을 정도였어. 원인을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었고, 결국 해당 과학자는 용변을 보았다는 것을 실토했어. 그때부터 연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었어. 토마토는 모조리 제거해 버렸고.
- 사소한 행동 하나가 연구에 큰 지장을 주었군요.
- 아무튼 화산 폭발로 탄생한 땅에 동식물이 어떻게 정착하는지 과학자들이 많은 연구를 했어. 식물은 어떻게 화산섬까지 올 수 있을까. …씨앗, 곰팡이, 세균, 버섯은 해류가 운반해 왔는데 관다발식물이 처음 나타난 것은 1965년 무렵이야.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는 10종이나 되었고.
- 혹시 섬 상공에서 갈매기가 싼 똥이 거기 떨어지지 않았을까요?
- 아마 그럴 거야. 지금 쉬르트세이섬은 아무것도 살지 않았던 곳에서 수백 종의 무척추동물, 다양한 식물이 자라는 곳으로 바뀌었어. 선태류, 돌옷녹말, 균류. 조류 등.
- 선태류는 어떤 것을 말하는가요?
- 이끼선(蘚)은 솔이끼를 말하고, 이끼태(苔)는 우산이끼를 말해.
- 흐흐 이끼를 말하는 거네요
- 에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