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미국) 위험에 처한 세계자연유산
- 이제 악어를 만나러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으로 가보자. 미리 이야기해 두지만, 악어가 보이지 않으면 더워서 물속에 들어간 것이고, 뭍으로 나와 햇볕을 쬐고 있으면 먹이를 소화 시키는 중이야. 굳이 건드리지만 않으면 악어는 물지 않는데 조심하는 게 좋아. 한 아이가 악어를 가까이 보려고 다가갔다가 물려 큰 상처를 입은 적이 있거든.
- 무섭겠어요. 악어가 이빨을 드러내고 있으면.
- 그런데 사람들은 미시시피악어보다 모기를 더 두려워하지. 자, 미국의 플로리다반도 아열대 습지 에버글레이즈로 가보자. 거북이나 곤충도 살지만 앨리게이터, 크로커다일 2종의 악어가 서로 공존하고 있는 곳.
- 크로커다일하고 앨리게이터는 어떻게 달라요?
- 악어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누는데 크로커다일, 앨리게이터, 가비알로 나눠. 가비알은 쉽게 구분이 돼. 입이 좁고 길쭉해 우스워 보이거든. 그런데 사촌간인 크로커다일과 앨리게이터는 구분이 잘 안돼.
- 어떻게 구분해요?
- 델핀 페레가 쓴 그림책을 보면 알 수 있어. 크로커다일은 입을 다물면 네 번째 아랫니가 밖으로 살짝 삐져나와.
- 아하, 그렇구나.
- 그 밖에 모래톱에 사는 붉은노랑부리저어새, 갈색사다새, 물고기를 잘 잡는 대백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한 붉은가슴흑로 같은 섭금류들이 있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새 아닝가도 있어.
- 아니 새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 아닝가.
- 하하하! 아닝가는 안힝가(Anhinga)를 말해. 우리말로 뱀가마우지! 머리만 내밀고 사냥을 해서 '스네이크버드'라고 부르기도 하고. 각설하고, 공원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야. 북아메리카에 하나밖에 없는 아열대 습지 보존구역으로 수백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마디로 온대와 열대 기후가 만나는 지점에 있어. 물도 마찬가지야. 민물과 소금이 섞인 기수가 만나 함께 흘러. 그래서 다양한 동식물이 살 수 있는 복합적인 서식지가 된 거지.
- 겉으로 보기에 습지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 그렇지. 기수가 흐르는 곳에 여러 군데 맹그로브 군락이 있고, 내륙 쪽으로 풀로 덮인 개펄이나 ‘소그래스’라는 톱날처럼 날카로운 사초과의 풀이나 갯쥐꼬리풀이 자라는 목초지가 펼쳐져 있어. 나무가 습지나 초원에 자라면서 만든 해먹이나 나무섬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도 있지. 썩은 물이나 고인 물에서도 자라는 낙우송 군락, 슬래시소나무숲도 있고.
- 서로 다른 것들이 잘 만나면 좋은 일이 생기는군요.
- 그래서 서로 마음이 잘 맞으면 케미가 좋다고 하나 보다.
- 궁합이 좋은 게 아니구요?
- 아무튼 에버글레이즈의 원류인 오키초비 호수는 ‘큰물’이라는 뜻으로, 넓이가 서울의 3배지만 물의 깊이는 고작 3m밖에 안 돼. 그래스강 하류까지 기울기가 얼마 안 되어 물은 고여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호수에서 플로리다만까지 209킬로미터를 아주 느린 속도로 흘러. 그러다가 폭이 자그마치 80킬로미터에 달하는 키 작은 풀 사이를 거쳐 빠져나가게 되어 있어. 이 강을 인디언들은 ‘파 하이-오키’라고 불러.
- 느낌이 옵니다. 오키! 생명이 숨 쉬는 소리!
- 그래. 바로 여기에 앞에서 말한 섭금류 새들과 사나운 미시시피악어가 살아. 우기는 5~11월, 건기는 12~4월이면 물이 줄어들고 습지가 마르기 때문에 악어를 비롯한 동식물을 만나기 쉬워. 야생동물들도 악어 구멍으로 모이니까.
- 동물들은 없어요?
- 여기에도 바다소라고 불리는 ‘매너티’가 많이 살았는데, 지금은 1,000마리 정도만 살아. 플로리다 팬더는 30마리 정도 남았는데, 전파발신기를 단 채 살고 있고.
- 우리는 어디로 들어가요?
- 국립공원은 들어가는 곳이 네 군데야. 샤크밸리(북쪽, Shark Valley Visitor Center), 서쪽인 걸프만(멕시코만 쪽, Gulf Coast Visitor Center), 동쪽 홈스테디 마을(로열팜, Ernest F. Coe Visitor Center), 플라밍고(플로리다 남쪽, Flamingo Visitor Center). 서로 연결이 안 되어 있으니까 선택을 잘해야 해. 우리는 어디로 갈까?
- 사람들은 주로 어디로 들어가요?
- 동, 남쪽이나 북쪽 출입구를 통해서 가는데, 우리는 남쪽으로 가볼까? 플로리다 남쪽, 도로를 따라 달리면 보면 닿는 플라밍고 마을이야. 거기서 보트 투어 하면 아열대 대자연을 만날 수 있지. 수초들이 모여 자라고, 맹그로브 숲과 키 큰 사이프러스 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어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지.
- 플라밍고가 새 이름이에요?
- 응. 여기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새이자 마을 이름이지.
- 북쪽 샤크 밸리로 들어가는 건 어떤가요?
- 차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 도보 하이킹과 자전거만 이용할 수 있어. 대신 프로펠러가 달린 배를 타고 늪지대 곳곳을 들어갈 수 있어. 프로펠러 소리가 시끄럽지만 나쁘지는 않아. 동물들이 귀를 막고 가는 우리를 보고 웃어주니까.
- 아무튼 우리는 악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야지요.
- 좋아. 샤크밸리 쪽으로 가 보자. 악어농장이 있는 가토르 파크까지 트램을 타고. 에어 보트를 타도 좋아. 늪지대 체험도 할 수 있으니까.
- 자전거 투어는 없어요?
- 있지. 속도를 지키고 트램을 만나면 멈췄다가 가야 해.
- 사람들은 살지 않아요?
- 북쪽 입구에 대대로 여기서 살아온 미코수키 인디언 거주지가 있어. 백인들이 들어오기 전 습지대의 주인이었지. 그들의 전통적인 삶을 볼 수 있고, 악어사육장에서는 악어와 싸우는 모습을 재현하기도 해.
- 거주지에 가보고 싶어요. 그런 뒤 트램도 한 번 타보고요.
- 그렇게 하도록 하자. 아침 9시부터 4시까지 하니까. 여기서 잠깐! 이곳은 1947년 지정된 미국 최초의 자연공원이며 아열대 습지 보호구역인데, 1985년 인구가 600만 명이 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생태계가 위험해졌어. 공원 주변에 사람이 많이 살게 되고, 개발 공사가 늘어나면서 물고기와 야생동물이 농약이나 수은중독이 되는 등 생태계가 심하게 훼손되었고. 결국 이곳은 1993년에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어.
- 그래서 어떤 노력이 있었어요?
- 화해와 보존을 위한 노력 덕에 2007년에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서 해제됐어. 덕분에 멸종위기종도 찾아냈고. 흑표범, 숲황새, 아메리카악어, 플로리다 바다소, 달팽이솔개 등. 그런데 말이야.
- 또 위험해졌어요?
- 응. 유입되는 물이 줄어들고, 수질이 악화되고, 해양 환경이 안 좋아지며 다시 2010년에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또 지정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