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노르웨이 서부 피오르-에이랑에르피오르와 네뢰위피오르 (노르웨이) 세계에서 가장 깊고 아름다운 피오르
- 자, 이번에는 빙하 타러 노르웨이 피오르로 가보자.
- 빙하 타려면 아기 공룡 둘리가 있는 곳으로 가야 되잖아요?
- 아니 도봉구 쌍문동 고길동 집 말고.
- 진짜 빙하를 타요?
- 그래. 빙하를 타는 게 그리 어려운 건 아니야. 만년설이 덮인 산에 앉아있으면 돼.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야 하겠지만. 그러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빙하가 중력 때문에 골짜기를 타고 내려가게 되거든. 금방 스키처럼 내려가지는 않아.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거운 빙하는 아주 천천히, 에너지 손실을 줄이며 골짜기의 바닥이나 옆을 깎아 U자형 골짜기를 만들고.
- 빙하를 타고 어디로 가요?
- 어디긴? 바다로 가야지. 바다로 간 빙하는 녹고 바닷물이 U자형으로 파인 골짜기를 채우면 피오르가 되는 거야. 피오르는 노르웨이어로 ‘내륙으로 깊게 뻗은 만’이라는 뜻이야.
- 이상하지만, 피오르는 꽃이 피어오른다는 말로 들려요. 피어오르다, 피어오르다. 피어오르, 피오르.
- 언어유희 하지 말고. 세계의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놀라운 장관은 우리가 빙하 타고 내려온 길에 있어. 침엽수림이나 낙엽활엽수림을 지나면 빙하 호수가 나타나고, 거대한 산들 사이로 강물이 급하게 흐르는 것이 보이지. 눈을 들어 옆에도 한번 봐. 좁고 가파르지만 자그마치 해발 1,400미터나 되는 유리 같은 바위벽 말이야.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지? 아래도 어마어마해. 수면 아래도 500미터 깊이에 이르거든. 저기 저, 절벽에 폭포가 쏟아지는 것도 보이지. 노르웨이가 수력으로 대부분의 전기를 생산하는 이유는 바로 폭포와 급류 때문이야.
- 세상에, 이런 곳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어요.
- 지금 인환이는 지구에서 가장 길고 가장 깊으며 가장 아름다운 피오르를 감상하고 계십니다. 흐흐흐. 스타방에르에서 온달스네스까지. 노르웨이 서부 피오르-에이랑에르 피오르와 네뢰위피오르는, 남쪽에서 북동쪽으로 500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지는 말 그대로 피오르 장관.
- 우와, 길기도 길어요. 다른 피오르는 없어요?
- 노르웨이 4대 피오르에는 송네 피오르, 하르당에르 피오르, 예이랑에르 피오르, 뤼세 피오르가 있어. 그것 말고 가까운 곳에 규모는 작아도 인기가 많은 프레케스톨렌, 셰라그볼텐 피오르가 있고.
- 저는 왜 지금껏 이런 U자곡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을까요?
- 우리가 잘 아는, 물이 흐르는 하천은 대개 V자형 골짜기를 만들지 U자형을 만들지는 않아.
- 예이랑에르 피오르를 다녀온 사람들은 트롤스티겐까지 이어진 도로를 달려보는 것도 좋다고 하네. 길은 꾸불꾸불하고 경사도 험준해서 피오르와 산악지형을 느끼기에 그만이라고 말이지. 진짜 꾸불꾸불해. ‘도깨비길’이라고도 불리는데 노르웨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해. 해발 50미터에서 시작해서 850미터에 이르는 구불구불한 길이 18킬로미터 구간인데 꼭 한계령 같아. 깨끗하고 맑은 물, 거대한 산 사이로 흐르는 리본 같은 폭포, 푸른 숲, 안개.
- 동물들도 살기 어렵겠어요.
- 겨울잠을 자지 않는 1미터 정도 되는 ‘울버린’이라는 멸종위기종이 있어. 차가운 물 속에 살면서 코나 귀를 막고 수염으로 먹이를 찾는 유라시아 수달도 있고.
- 지금도 빙하가 활동하고 있어요?
- 표고나 다른 차이로 기후도 좀 다른데 내륙 저지에는 낙엽수림, 고지에는 침엽수림이 있어. 표고 900~1,400미터를 넘어가면 고산식물이 살고. 결정적으로 표고 1,700미터 이상에서는 여전히 빙하가 활동하고 있어. 급경사면에서 눈이나 흙이 한꺼번에 떨어져 사태가 일어나 쓰나미를 만들기도 하고.
- 노르웨이 사람은 바이킹 후손 아닌가요?
- 맞아. 그전에 바이킹은 약탈이나 침략을 일삼는 해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항로를 개척하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 탐험자나 개척자 이미지가 더 강력해졌어. 사실 바이킹, 다른 말로 노르만족이 용감한 탐험가가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어. 살고 있는 땅, 스칸디나비아반도는 춥기도 하고 농사지을 땅이 없어. 그런데 인구나 늘어나고 식량이 부족해진다고 생각해 봐. 그래서 노르만족은 800년경부터 죽을 각오로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섰던 거지. 노르웨이에서는 이런 선조들의 용맹함, 개척정신을 기리는 바이킹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어. 유럽 여러 나라에도 도움을 준 자랑스러운 선조들이니까.
- 여기는 참 좋아 보여요. 깨끗하고 맑은 물과 공기, 피오르 해안, 땅에 비해 인구는 적고, 제조 공장도 없고.
- 세계지도에서 보면 가장 북쪽에 있는 노르웨이. 만화영화 ‘겨울 왕국’의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고.
- 끝도 없이 이어지는 눈의 나라, 차가운 여왕. 이 동화를 읽을 때 몹시 마음 아팠던 기억이 나요.
- 트롬쇠 같은 도시에 가면 피오르도 보고 밤에는 오로라도 볼 수 있어. 그런데 겨울철에 이 지역은 여행할 수 없어.
- 무슨 일인데요? 위험한가요?
- 태양이 뜨지 않아. 백야가 아니고 극야지. 11월 25일에 지면 다음 해 1월27일까지 태양이 뜨지 않아. 두 달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