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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고스 May 29. 2023

휴브리스(Hubris),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는 오만

휴브리스(Hubris).

고대 그리스 사상에서 비롯된 용어로, 인간의 한계를 무시하여 자행하는 오만(교만, 자만)을 뜻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의 자리를 넘보는 이카로스(Icarus)의 예시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는 권력을 장악한 소수집단이 지나간 성취감에 젖어 교만해진 나머지 같은 방식을 반복하여 적용하려는 어리석음으로 이 용어를 풀이한다.

성공의 경험과 그로부터 얻는 성취감은 우리를 '살맛'나게 해주는 생명수 역할을 해준다. 자신감과 자존감 묶음을 선사해주며 다시 새로운 도전길에 오르도록 고취시킨다. '내 방법이 틀리지 않았구나. 이런 상황이 또 생기면 지금처럼 대응하면 될 거야'. 기승전결을 거쳐 목표에 도달한 성취의 경험은, 예측 불가한 미래에 맞서 꽤나 푹신한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것만 같다. 그 길만 탈선하지 않고 성공 기억에 의존하여 따라가면 안정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성공(성취)의 경험은 모두 '과거'에 속한다. 과거에게 배울 점이 있는 것은 맞지만, 과거로 미래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미래는 늘 어떤 모양으로 생성될지 모르며, 항상 새로운 환경과 조건과 변수를 달고 우리 앞에 나타난다. 분명한 건, 같은 조건에서 행하는 반복적 노가다의 일이 아니고서야 이전의 방법을 똑같이 적용할 때 같은 결과를 맛볼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극적인 성공 신화 스토리는 마음을 울리고 용기를 준다. 별 볼 일 없는 나여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하지만 그 사람의 성공 체험은 그 '당시'의 그 '환경', 즉 그때 그 사람만의 외모, 경제적 여건, 인맥, 지역, 학력, 운 등의 총집합체로 빚어진 고유한 결과물이지, 같은 입력값을 넣으면 같은 출력값을 가지는 잘 짜 알고리즘이 아니다.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의 성공 비법을 나에게로 [복사-붙여넣기]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갈 때에는 많은 불안과 두려움이 동반한다. 전통과 공신력을 두루 갖춘 성공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길을 개척한 사람이 없으니 내가 선두에 서 그 길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거부한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다. 이미 앞서 길을 개척한 사람들이 각자의 왕좌에서 명성을 날리며 포진해있는데, 그들은 이미 그들이 구축한 거미줄같이 촘촘한 네트워크속에서 소비자를 안정적으로 끌어모은다. 이 레드오션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어떻게든 길에 떨어져 있는 값나가는 것들을 주워보려 하지만 쓸만한 건 남아있지 않다. 낮은 진입 장벽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것으로는 안위를 보장받을 수 없다. 기존의 어법을 뒤엎는 확실한 생태계 교란을 이뤄야 한다. 물론 그 역시도 이미 남들이 시도한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내가 감동과 영감을 받아 모델로 삼고자 하는 그 스토리가 이미 누군가의 과거형이라면, 그 과거는 그곳에 놓아주고 나의 길을 개척하자. '나'의 길이기에 '남'의 성공 사례는 없을지언정, 시도로부터 의미와 가치를 찾고 실패로부터 제거할 것을 배워나간다. 과거의 영광에 취하지 않고 미래의 영광을 차지하는 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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