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에 집중하는 힘 기르기
"참된 지혜는 성공을 주목표가 아니라 부산물로 본다. 진정한 지혜는 대체로 번영을 낳지만, 번영 자체는 결코 지혜로운 사람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 성공을 지혜의 주목표가 아니라 필연적인 부산물로 여기는 사람은 정말로 지혜로워진다. 손에 보화가 넘쳐나도 그것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팀 켈러「오늘을 사는 잠언」中
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결과물을 목도하게 된다. 때로는 목표한 바를 의도한그대로 얻어내는 산물이기도, 때로는 의도치 않았으나 부차적으로 얻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명확한 의도와 목표로 던지는 화살도 좋지만, 이번만큼은 의도치 않은 부산물(by-product)에 집중해보기로 하자.
부산물은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는 힘이 있다. 대개 '예상치 못한'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행운과 같은' 것이기에 카타르시스를 동반한다. 당장 눈앞의 큰 것을 쟁취하려는 욕구가 아니더라도 날마 꾸준히 건강한 루틴으로 가꿔가다 보면 우연한 기회가 눈앞에 펼쳐질 때 주저 없이 올라탈 수 있다. 동시에 누군가는 결이 다른 방향에만 몰두하느라 미처 준비하지 못하여 놓친 그 기회를 말이다.
뚜렷한 목표가 있어 다짐과 결실을 반복하면, 끊임 없이 도파민(dopamine)에 노출시켜 생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모습을 완성하기 위해선 몇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목표한 바를 명확히 이뤄내는 원동력과 유지력, 실패의 경험마저도 자양분 삼아 발전하는 코어의 힘, 그리고 현상이 아닌 본질을 꿰뚫는 목표를 설정하는 통찰력이다. 이들로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그의 자존감과 정체성은 되려 목표의 성패 하나로 요동치게 된다.
강박적인 목표주의를 벗어나 진정으로 의미 있는 목표지향적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그릇을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같은 음식(내용물)을 먹더라도 어떤 그릇에 담겨 나오는지를 무시할 수 없다. 양푼 그릇에 담겨 나오는 (비벼져 있지 않은)비빔밥과 평평한 접시에 담겨 나오는 비빔밥은 목표(먹는 것)에 도달하기 위한 난이도가 천지차이지 않은가? 평평한 접시에서는 비비는 과정부터 이미 글러먹는다. 그릇이 내용물을 감당하지 못하면 내용물도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없다. 그저 관상용으로 남을 뿐.
마음그릇이라는 표현이 있다. 마음그릇이 큰 사람은 당장 눈앞의 성과에 조급해하지 않는다. 언젠가 마주할 기회를 기다리며 끊임없이 기초를 다지고 정진한다. 즉, 그릇에 투자한다. 가장 근본적인 것에 열중할 때 자잘한 문제들은 해결될 것이다. 꼭 누구 한 명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마음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고 나의 색깔을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노력하다 보면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이다. 부와 명예를 위한 연구가 아니더라도 근본을 탐구하는 즐거움에 사는 사람은 변화하는 시류를 자연스럽게 캐치하여 자신의 업으로 만들어낸다. 행복을 목표로 두면 행복하지 않은 순간마다 목표가 무너지는 좌절감에 빠질 수 있지만, 뜻하지 않게 부산물로 얻는 행복감은 기대치 못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용량이 작은 조급한 그릇으로는 맛보기 어려운 경험이다. 강박적인 목표를 좇는 액션이 아니어도 괜찮다. 차분히 그릇을 다듬을 때 생겨나는 부산물이 있다면, 그것을 충분히 즐기고 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