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고스 Mar 26. 2023

주 69시간 근로? 아니, 유연근무제

일하는 시간이 무려 "69"라는 끔찍하고 잔인무도해 보이는 숫자 때문인지, 수많은 언론에서 이미 '주 69시간제'라고 네이밍 해버린 제도가 온갖 비난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주 52시간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그렇다면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일을 얼마나 했을까? 놀랍게도 69와 별 다를 바 없는 '주 68시간'이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었다. 여기서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주 68시간 시절에는 전국의 근로자들이 노예처럼 일만 하다가 쓰러져 나가는 생지옥 속에서 우리는 살았던가?

대부분은 그때나 그때나 별반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주 52시간이라는 리미트가 걸리며 더 일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이 생겼을 뿐.


주 69시간제라는 프레임이 이미 걸릴 대로 걸린 이 근로 제도의 실체를 알아보자.


한 주에 69시간을 일하라는 말인가? (X)

이전에는 52시간만 일해도 되었는데 이제는 17시간이나 더 일해야 하는가? (X)

한 주에 69시간을 일해야만 비로소 쉴 수 있는가? (X)

총 근무 시간은 주 52시간제에 비해 늘어나는가? (X)

주 40시간을 일하고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무를 할 수 있다는 원칙은 유지되는가? (O)

회사나 개인 사정상 필요하다면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해도 이전과 달리 허용해 주겠다는 말인가? (O)

다음 달에 주어진 시간을 이번 주로 추가로 당겨와서 쓰고 다음 달을 그만큼 쉴 수 있는가? (O)

법적으로 반드시 쉬어야 하는 시간을 제외한 이론상 최대 근로 시간이 69시간인가? (O)

연속 근무를 하면 할수록 그 해 일할 수 있는 총량은 줄어드는가? (O)


사이코패스가 아니고서야 감히 제안할 수조차 없는 법이 아니라, '근로'에 있어 조금 더 자유를 준 것이다.

상사가 일을 더 시킬까 걱정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걸 본인 능력껏 해결하든 체념하든 그만두든 본인이 선택을 하면 될 일이지, 왜 본인 일 덜하자고 일을 더 하고 싶거나 일을 더 해야만 하거나 일을 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의 앞길까지 막으려 들까?


한국같이 R&D 첨단산업의 비중이 높은 나라는 업무 시간 자체가 9to6 규칙적으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형 프로젝트를 마쳐야 하거나 큰 계약 건을 따내야 한다면 그 기간 동안 쉬는 게 어딨고 노는 게 어딨는가. 잔업에 잔업을 이어 바짝 일해야만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는 많이 있다. 근로에 대한 제약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기업의 생산성 향상도 기대해 볼 수 있고, 이는 국익으로 돌아올 터이다.


일에 대해서는 일을 더 잘, 자유롭게, 생산성 있게 하도록 보장해 주는 방향이 옳지, 어떻게 하면 더 놀고먹고 쉬게 해 줄까를 고민하는 건 대체 뭘까?


본인이 선택한 직장이고 본인이 감당하기로 결심한 모든 조직 문화와 관계들은 본인이 책임지자. 본인이 일하기 싫고 상사에게 끌려다니지 않을 용기가 없어서 다른 사람들 발목 붙잡지 말고.




  

매거진의 이전글 부자들을 존경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