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관여하는 주요 면역 세포들
개인적으로 건강에 관심이 많다. 단순하게 건강하게 사는 것에만 관심이 많다기 보다는, 우리의 몸이 어떠한 체계를 가지고 건강을 지키려고 하며, 어떤 것들을 통해 악화되는지(담배, 술, 스트레스 등),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신체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등의 전반적인 체계와 원리에 대해 항상 궁금증을 가져왔다.
사실 어떤 약품이나 물질이 몸의 어디에 좋은지와 같은 정보들만 알아도 건강을 지키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그랬다. 결과만 알고 싶었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신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해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주의깊게 살펴볼 생각이 없었다. 무엇보다 용어가 너무 생소했고, 개념들도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항상 몸에 이상이 생기면 그 후에야, 그러한 현상들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을 찾아보기 급급했다. 뭐 여기까지도 오케이다. 더 큰 문제는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원인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과, 그에 따른 필요한 조치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재밌는 점은 학자마다, 의사마다, 약사마다 견해가 각양각색이라는 점이었다. 결국 전문가들이 나와서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었다.
내게, 혹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어떤 것이 더 적합할지를 대략적으로라도 판단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사실 문과출신으로서 의학, 약학, 생물학 등은 과학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연구개발되어야 할 미지의 영역이 훨씬 더 많다는 것에 놀랐다. 일례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산업이 많이 발전하였다고는 하지만, 학자들이 최근까지 찾아낸 미생물의 종류가 전체 미생물의 5~1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역시 추정일 뿐, 실제로는 추가로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 훨씬 더 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니...
그래서 결국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우리의 몸은 어떤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고 작동하는지를 개념적으로라도 알고 싶어졌다. 그러면 내가 앞으로 어떤 것들을 조심하고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대략이라도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된 다양한 책들(비교적 초보자용)을 찾아서 읽어도 봤지만 경영학과 출신으로서 이해가 잘 되는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해력이 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인 개념과 구조, 그리고 그에 따르는 mechanism 등을 이해하기 쉽게 써준 책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몇가지 보석같은 책들을 발견했다. 그 중에 한권인 Heather Moday 박사가 저술한 <면역의 모든 것>이라는 책에 있는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 책은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사례와 비유를 많이 들어서 비전공자도 이해하기가 용이한 편이다. 또한 기본 면역체계의 구성요소에 대한 내용부터 단계적으로 설명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어떤 원리와 체계로 질병과 면역이 진행되는지를 알아가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책에서의 표현이 멋져서 그대로 가져와봤다. 군대라니...우리 몸에 있는 면역 세포와 체계에 대해 군대라고 표현하니 절실하게 와닿았다. 여튼 그 군대는 크게 '선천 면역 체계'와 '획득 면역 체계'로 나뉘어 진다.
선천 면역 체계는 글자그대로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물론 아기때는 이 군대가 약하지만 성장하면서 꾸준히 강해진다. 선천 면역 체계는 우리 몸에 들어오는 바이러스, 세균, 독성물질 등을 1차적으로 차단하고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선천 면역 체계는 우리 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문제가 발생한 곳으로 전문화된 세포가 도착하기 전까지 신속하게 대응하여 신체의 다른 곳까지 퍼지는 것을 막아준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사례가 기침, 눈물, 피부기름 같은 것들이 있다.
획득 면역 체계는 성장하면서 평생 얻는 것인데, 선천 면역 체계를 강력하게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신체 방어막(선천 면역)을 교묘하게 회피하기도 하고, 저항력이 강한 병원체로 level-up해서 선천 면역 체계를 기만하고 압도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더욱 강력하고 실력이 뛰어난 획득 면역 체계가 침입자들을 찾아내어 제압하고, 먼 미래에 다시 침입할 수 있는 항원에 대해 기억세포를 만들어두기도 한다. 획득 면역 체계는 신체에서 자신의 조직과 외부 침입자를 구분하여 인식하는 것을 돕기 때문에 자가 면역질환 예방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천 면역 체계에 있는 군인들로 식세포(대식세포, 호중구, 수지상세포 등)와 NK세포가 있다. 이름부터가 식세포(Phagocyte, Phago는 그리스어로 '먹다' + cyte는 '세포')라니, 좀 무시무시하다.
식세포는 말 그대로 먹어치우는 역학을 하는 세포인데, 그 중 대식세포(macrophage)는 크기가 큰 식세포로, 피부, 폐, 장 같은 조직을 돌아다니며 침입자를 잡아 먹는다. 그리고 딱히 먹을 일이 없으면 면역 체계의 쓰레기인 세포 찌꺼기를 깨끗이 청소한다.
호중구(neutrophil)는 대식세포가 혼자 일을 하기 버거울 때, 지원부대로 파견 나온다. 근데 재밌는 것은 호중구는 '자살 특공대'와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 적군에게 치명타를 입힌 후에 스스로 죽는다고 한다. 호중구도 식세포 답게 병원체를 집어삼키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독성물질을 주입한다. 이후 병원체를 물처럼 녹이는데, 이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 바로 고름이다. 여기서부터는 잘 알려진 것처럼, 소량의 고름은 괜찮지만, 고름의 양이 늘어나면 다른 감염이 일어나거나 만성 염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식세포의 대표적인 군인 중 마지막으로 알아볼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는 침입한 적군을 확인하기 위해 맛을 보고 사로잡는다. 이러한 점은 대식세포와 비슷하지만, 수지상세포는 완전히 먹어치우지 않고 신속하게 획득 면역 체계에 있는 세포에게 데리고 가는 역할(운반)을 한다. 그러면 획득 면역 체계 세포가 이를 처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부대, 혹은 특공대 이름 같기도 한 NK세포(natural killer cell)가 있다. 무시무시한 이름의 NK세포는 전투에서 매우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며, 특히나 바이러스와의 전투에 강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암세포도 식별하여 암세포가 복제를 통해 증식하기 전에 제거한다고 하니 무척이나 든든한 아군이 아닐 수 없다.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에 효소를 주입하여 자살하도록 지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획득 면역 체계의 대표적인 세포로 B세포와 T세포가 있다. 이들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이름인 '림프구(lymphocyte)'라고도 불리운다.
B세포는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출중한 능력을 발휘한다. 첫 번째 능력은 기억력이고, 두 번째 능력은 항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코로나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항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렇다. 항체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표면에 있는 특정 항원에 대한 반응으로 생성되는 단백질을 일컫는다. 항체가 생기면 같은, 혹은 유사한 항원에 대해서 면역력이 생기게 된다.
아직 전투 경험이 없는(미성숙한) B세포는 항원과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활동을 하지 않고 림프샘에 머물러 있다. 그러다 항원을 만나게 되면 림프샘에서 나와 혈류로 들어가서 2가지 중 하나로 분화(전문화?, 레벨업?)하게 된다. 그 2가지는 바로 '형질세포'와 '기억세포'다. 형질세포로 분화되면 B세포는 특정 항원에 대한 항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반면 기억세포로 분화되면 항원에 대한 big data를 저장하여, 추후에 같은 항원이 침투를 하여도 빠르게 이를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형질세포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자. 형질세포의 역할은 항체(면역 글로불린, Immuno-globulin, Ig)를 생성하는 것이다. 항체는 특정 침입자를 인식하고 잡아서 표식을 남긴다. 그러면 다른 세포들이 이 표식을 보고 해당 침입자를 공격하는 것이다.
항체에 대해 조금 더 정리해보면, 대표적인 항체로 IgM, IgG, IgA, IgE 등이 있다. 여기서 Ig는 면역 글로불린의 영어 약자이다. IgM(면역 글로불린 M)은 항원에 대항하는 1차 방어선이다. IgM의 주특기는 다른 지원군(면역 세포들)이 침입자를 공격할 수 있게 표식을 남기는 것이다. IgM은 수명이 짧아서 B세포가 IgM을 만들고 바로 IgG(면역 글로불린 G)를 생산한다. IgG는 더 오랜시간동안 항원에 대항하는데, 그 기간은 수 년에서부터 평생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IgA(면역 글로불린 A)는 입, 폐, 부비강, 위장관 등에서 점막 표면 전체를 덮어 침입자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IgE(면역 글로불린 E)는 알레르기 항체이다. 기생충 등의 침입을 인지하고 표식을 남기면, 지원군들이 모여서 침입자를 제거할 수 있게 된다.
T세포는 B세포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획득 면역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T세포 역시 B세포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로 분화하여 각자의 전문성에 특화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보조T세포(helper T cell)와 킬러T세포(killer T cell)이다.
보조T세포는 면역 반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름 그대로, 돕고 촉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수지상세포 등의 선천 면역 체계가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받아 분석하여 어떤 문제가 발생하였는지를 파악하여 어떤 면역세포를 불러야 할지를 결정한다.
킬러T세포는 이름에 들어 있는 'killer'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무시무시한 과업을 수행한다. 선천 면역세포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마찬가지로 이름에 'kill'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NK세포처럼 감염된 세포를 즉시 사살한다. 더불어 바이러스, 암세포, 손상된 세포 등을 인식하는 능력도 탁월하여 지원군 없이도 단독으로 killing한다. 킬러T세포의 이러한 훌륭한 살상능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함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에 반해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면 킬러T세포가 몸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제1형 당뇨병은 살해T세포가 췌장의 인슐린을 생성하는 세포를 공격해서 발생하며, 관절 조직이 공격 받으면 류마티스 관절염이 생기기도 한다.
앞에서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선천 면역 체계와 성장하면서 얻게 되는 획득 면역 체계를 살펴봤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우리 신체에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등이 침입하게 되면 선천 면역 체계가 선봉장으로서 우리 몸의 1차 방어선을 형성하고, 추가 도움이 필요하면 획득 면역 체계가 전선에 지원군으로 합류하여 힘을 합친다. 이렇게 연계하여 공통의 적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선천 면역 체계와 획득 면역 체계를 연결해 줄 수 있는 통신병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을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고 한다.
사이토카인은 알려진 종류만 해도 100개가 훌쩍 넘는다. 면역 세포들은 모두 표면에 있는 수용체를 통해서 서로 다른 사이토카인 메시지를 분비하고 전달 받는다. 요새 기사에도 자주 나오는 '사이토카인 폭풍', '장기이식 거부반응' 이슈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통신병이다. 사이토카인이 일으키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밸런스가 무너진 것인데, 이 원인에 대해서는 알아보기 귀찮으니 나중에 공부해보기로 한다. 대표적인 사이토카인으로 인터루킨, 인터페론, 종양괴사인자가 있다.
인터루킨(interleukin, IL)은 체내의 침입자와 싸우고 면역 반응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이 감염이 되면 열을 내는데, 체온이 올라가면 침입자와 싸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적정 수를 넘어서게 되면 만성 염증과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또다른 사이토카인 중 하나인 인터페론(interferon, IFN)은 개입을 뜻하는 'interfere'에서 따온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와 암세포가 증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NK세포나 대식세포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SOS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종류로는 알파(α), 베타(β), 감마(γ)가 있다고 하는데 자세한 것은 머리 아프니 나중으로 미루겠다.
대표적인 사이토카인들 중 마지막으로 정리해보는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 TNF)는 감염이 발생하면 대식세포, 호중구, NK세포를 전투에 참여시기키 위해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이 종양괴사인자는 염증을 일으키는 침입자에 대항하기 위해 특정한 종류의 T세포가 분비하는 핵심 사이토카인이기도 한다. 이러한 종양괴사인자가 보내는 신호가 만약 잘못된 방향으로 전달되면 신체 조직을 파괴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사실 많이들 들어본 용어들이다. 개인적으로 바이오 산업에 관심이 많고, 바이오텍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조금씩 하는 편이라...그렇지만 사실 그때는 IR자료나 애널리스트 리포트, 사업보고서를 읽어봐도, 또 인터넷에서 용어들을 검색해봐도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공부해보려고 시도를 수십차례 했지만, 그때마다 지쳐서 결국 포기한 기억이 전부다. 근데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주민센터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덕분에 수년간 감도 못잡고 있던 개념들을 한번에 1/100000000000000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나도 미약하고 뒤늦은 출발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졌다.
꼭 투자가 아니더라도 이제 우리 신체의 면역 시스템에 대해서 살짝 간을 봤다는 것만 해도 개인적으로는 매우 의미가 깊다. 물론 위의 내용들을 알았다고 해서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 대응하거나 조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약품이나 물질들이 어떤 기전(MOA : Mechanism of Action, 혹은 Mode of Action)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대략적으로라도 이해할 수 있길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추후에 더 많이 공부해야 할 건강에 대해 기초 공사가 조금은 된 셈이기 때문에, 이후에 추가되는 지식과 정보들은 한층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라 혼자 위안삼을 수 있다. (근데 위에 인슐린 MOA 그림 보니 이건 또 웬 외계어? 후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