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각, 남편의 겨울 정장을 사러 들렀던 아울렛에서
운 좋게 영업 중이던 작은 미용실을 발견해 들어갔다.
남편이 머리를 자르는 동안
나는 테이블에 앉아 사장님과 직원들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손님과 직원 모두를 한결같이 대하는
사장님의 편안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얼굴 전체로 번져 나갔다.
그 미소가 번지는 순간,
미용실 안에 흐르는 공기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사장님의 말투엔 꾸며낸 친절이 없었다.
참 오랜 시간 다듬어온 것 같은 부드러움이
말씨와 행동에 자연스레 스며 있었다.
그 마음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드러났다.
남편의 머리를 절반쯤 자르고 있을 때,
미용실 전화벨이 울렸다.
약국이 모두 문을 닫은 시간이라
눈물약을 구하지 못한 단골손님의 전화로 보였다.
미용실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사장님은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자신에게 약이 있으니 그저 오기만 하라고 흔쾌히 말했다.
전화를 끊고 난 뒤에도
"눈이 많이 아픈가 봐.
나라도 생각나서 전화했으니 천만다행이지."
하며 직원에게 상황을 전하는 사장님의 표정에서
걱정 어린 따뜻함이 더 깊게 전해졌다.
누군가를 저토록 진심으로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말투 하나, 표정 하나, 몸의 방향 하나에
얼마나 다정한 시간들이 쌓여야
저런 온기가 몸에 배는 걸까 싶어 감탄스러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사장님이 무심하게 건넨 한마디가
유난히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손님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여기서만큼은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단순한 직업적 자부심을 넘어선,
누군가의 하루에 아주 작은 온기를 남기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따뜻한 의지가 공간 전체에 은은하게 번져 있었던 거였다.
나는 생각했다.
팍팍한 일상을 버티게 하는 힘은
대단한 사건이나 멋진 말에서 오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아주 작은 예의와 존중,
무심한 듯 다정한 마음들 덕분일지도 모르겠다고.
잠깐 곁에 머물렀을 뿐인데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마음을 쓰는 사람들.
그런 온기를 곁불처럼 쬐며,
내 마음도 조금씩 부드럽게 물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우연히 들른 미용실에서
나는 오랜만에 좋은 온도를 만났다.
그리고 그 온기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를 잔잔하게 감싸주었다.
그 따뜻함 속에서 문득,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저런 온기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일까 되물었다.
조용히 내 마음의 온도를 가늠해 보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