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떤 글을 읽으면
낯선 사람의 마음인데도 오래 머물 때가 있다.
내 마음은 아닌데,
내 마음 한구석과 닮아 있는 듯한 문장 때문에
그 사람의 감정이 조용히 내 안에서도 흔들리는 순간들.
얼마 전 읽은 글이 그랬다.
누군가에게 크게 데인 뒤,
사람 사이에서 애쓰던 마음이
서서히 닳아 사라져 버렸다는 고백.
이제는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애쓰지 않고,
상처받으면 거리를 두고,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예전처럼 마음이 닿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그 고민글을 읽으며
나는 그 사람이 더없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너무 오래 버티고,
너무 오래 참아내다
스스로를 잃어갔을 마음이 떠올라
더 안타깝고, 측은하게 느껴졌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닳는다.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어도
속에서는 몇 번이고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그런 마음에게는
조금 덜 애쓰고,
조금 더 멀리 서서
스스로를 지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이 차고 넘쳐서
그만큼 더 깊이 다치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경계일 때가 많다.
그 글을 덮으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물속에 잠긴 차처럼,
아무리 문을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버둥거릴수록 오히려 더 깊이 잠겨버리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녀가 억지로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가 완전히 잠겨
안과 밖의 힘이 자연스레 맞춰지는 순간이 오면
그때 힘을 내어 열어도 결코 늦지 않으니까.
마음도 그렇다.
충분히 가라앉는 시간을 가져야
비로소 다시 열릴 수 있다.
누구든 자신의 마음의 문을 닫을 권리가 있다.
닫아야만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기가 있고,
그 시간을 지나야
다시 열어줄 힘도 생긴다.
그것은 관계의 실패가 아니다.
그저 마음이 잠시 머물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숨 고르기일 뿐이다.
그러니 죄책감을 가질 이유도,
스스로를 탓할 필요도 없다.
문턱을 조금 올려놓았다고 해서
그 마음이 영영 닫히는 건 아니니까.
나는 조용히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멀어진 것이 아니라,
당신 마음이 잠시 쉬고 싶을 뿐이라고.
언젠가 그 마음이 스스로 힘을 되찾아
다시 문을 열게 되는 날이 온다면,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문 앞에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마중 나와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