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을 들으면 이유 없이 마음이 누그러질 때가 있다.
그 말이 대단해서라기보다, 그 안에 스며 있는 온도가
문득 내 마음까지 번져오는 순간들.
오래전부터 내게 그런 말은 '우리'였다.
'우리'라는 단어는
'나'와'너'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다리 같다.
이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서로의 마음은 자연스레 같은 방향을 향하게 된다.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주겠다는 온기가
단어의 깊은 곳까지 깃들어 있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우리'라는 말에 닿으면 마음이 조금 넉넉해지는 이유가.
그런 마음을 떠올리면
어릴 적 친구들과 하던 고무줄놀이가 생각난다.
누군가는 양쪽에서 고무줄을 잡아주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사이를 오가며 리듬을 맞춰 뛰어야
비로소 완성되던 놀이.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금세 고무줄은 힘을 잃고,
놀이도 이어지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라는 말은
그 고무줄놀이의 구조와 닮아 있다.
누군가가 자리를 지켜주고,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안에서 마음을 내어 뛰어드는 순간
비로소 함께라는 울타리가 만들어진다.
혼자서는 절대 완성될 수 없는,
서로의 존재가 있어야만 의미가 생기는 관계의 모양.
그래서 '우리'라는 말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마음을 품고 있다.
'너는 내편이야.'
그 한마디를 에둘러 담아 전하는 언어.
직접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고무줄의 탄성처럼 스며든다.
살아가다 보면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세상이 불쑥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 누군가가
"우리, 괜찮아질 거야."라고 속삭여준다면
그 말 안에 깃든 '함께'라는 힘이
어떤 말보다 더 깊은 위로가 된다.
어른이 되면
무게를 나눠 들겠다는 말을 건네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도움을 청하는 일은 더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인지 누군가가
나를 '우리'라는 울타리 안으로 살며시 데려다 놓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큰 위로가 된다.
말 한마디가 마음의 빗장을 스르르 풀어 주는 순간.
작고 따뜻한 단어 하나, 우리.
고작 그 한마디가
먼저 내 마음을 두드려
오래도록 나를 붙잡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