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인지 유난히 하루가 길고 무겁게 느껴지는 날.
지친 몸을 침대에 뉘인 채
가만히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면
문득 공허한 질문 하나가 툭, 가슴으로 떨어져 내린다.
‘대체 오늘 하루, 나는 뭘 한 걸까...’
분명 쉴 틈 없이 부딪히고 깨졌는데,
손에 쥐어진 건 하나도 없는 기분.
초라한 자책에 사로잡혀 뒤척이는 새벽을...
당신도 한 번쯤, 이런 밤을 맞이했을까.
나는 한동안 그런 나를 탓하느라
정작 내 안의 변화에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
지금에야 돌아보니,
스스로를 몰아세우느라 소비했던 그 시간들이
너무도 미안하고 아리다.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말할지도 모른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너도 다를 바가 없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눈에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이 견뎌낸 그 시간의 무게마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걸.
속으로 삭인 말들과
찰나의 화를 참아낸 용기들,
타인을 위해 기꺼이 내어준 배려까지.
무거운 몸을 일으켜 기어이 출근을 해내고,
듣기 싫은 소리 앞에서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마다
스스로를 다잡으며 버텨낸 당신의 모든 순간들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더라도,
통장 잔고가 제자리걸음이었을지라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헛바퀴 도는 일상이었을지라도
나는 안다.
당신의 하루는 결코 아무것도 아닌 날이 아니었음을.
닳고 마모되는 줄로만 알았던 그 남모를 버팀 속에서
실은 당신이 가진 마음의 모양이 한층 더 단단해지고 있었음을.
그러니 오늘 밤만큼은
당신을 짓누르던 그 무거운 자책들을 걷어내고,
스스로의 어깨를 가만히 토닥이며 이렇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참 애썼다. 너무도 잘했다."
이 정도면 정말이지, 너무도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