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오늘의 우리가 지켜낸 것들

by 봄볕

요즘 들어 신랑이 이런 말을 자주 건넨다.

"나도 이제 회사에서 길어야 10년일 거래."


그는 늘 성실했고, 버티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불안을 독백하듯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고

부정해주길 바라는 사람처럼.


나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 않냐며 웃어넘겼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그 웃음은 결국 내게로 전이된 불안을

조용히 감추기 위한 일종의 방어일 뿐이라는 것을.


불안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

어떤 날은 공기처럼 투명하게 스며들고,

어떤 날은 그림자처럼 발끝에 달라붙는다.


눈앞의 현실보다

오지 않은 일들에 더 크게 흔들 때가 있다.

아무렇지 않게 걷다가도

문득 밀려오는 공포에 숨이 턱 막히고,

이불 속에 누워 있다가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불안에 휩쓸려

뜬 눈으로 밤을 새우던 날들이 있었다.


불안은

늘 앞장서 걸으려던 나를 멈추게 만들었다.

시작하기 전부터 결과를 걱정하게 만들고,

도전하기도 전에 실패를 상상하게 만들고,

오지 않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에너지를 태워버리곤 했다.


한동안 나는 불안을

그저 '꺼내버리고 싶은 감정'으로만 여겼다.

불안을 통해 내일이 단단해지고,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며

내면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늘 미래의 나를 의심하느라

정작 오늘의 나를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깨닫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불안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이 감정을 밀어내거나 지우려 애쓰기보다

그저 곁에 두고 살아보려 한다.


저녁 식탁 위로 뜨거운 김이

잠시 피어오르다 고요히 사라지듯,

지금의 나를 잠시 바라보며

오늘의 불안도 그렇게

천천히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나는 신랑에게 말했다.

"10년 뒤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우리는... 잘 살아내고 있지 않아?"


그 말이 해답이 될 순 없겠지만,

그 한마디가 가진 온기는

우리 안의 떨리는 마음을 잠시나마 감싸줄 것이다.


불안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겠지만,

오늘의 나를 믿고 하루를 살아낸다면

비록 멈춰 선 자리에서도

다시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다.


다시 시작할 힘은

언제나 먼 곳이 아니라,

늘 오늘의 우리 곁에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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