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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공원

걷고 쉬고 생각하고

by 최연수

경복궁역에서 하차. 정문인 사직문은 잠겨 있어, 보도에서 열린 통로로 곧장 들어갔다. 지나다니면서 늘 보았던 곳인데, 직접 들어가기는 몇 십년 만이다. 만추의 고운 단풍에 경내가 환하다. 가까이 어린이집과 어린이 놀이터가 있어, 소풍 나온 어린이들이 새가 되어 종알거린다. 이들이 사직공원에 관해서 뭣을 알고 가랴. 떨어진 단풍 잎을 주워

제 손바닥과 맞추어 보는 재미나 있지.

둘레 담인 주랑을 따라 올라가니 대한어머니헌장이 높이 서있다. 좀더 올라가니 운동장 가에, 현모양처의 표상인 신사임당과 그 옆에는 학자요 정치가인 율곡 이이선생 상이 서있다. 야구하며 노는 저 청소년들이 5만원권의 주인공과 5천원권의 두 주인공이 곧 이들 모자임을 알고나 있을까?

운동장에서 층계를 따라 올라가니 단군성전. 백악전이라고도 하는데, 성역화 되어 있다.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왕검이 B.C.2333년에 고조선을 개국하고 즉위했다니, 올해가 서기 2012년이므로 단군기원 4345년임을 환산해 보았다. 정부 표준 단군 영정과 국민경모 단군상을 봉안하여 기리고 있었다. 지난 10월 3일 개천절에도 대제전이 열렸겠지.

다시 내려와 운동장에서 사직단을 내려다 보았다. 바깥 주랑에 4개 안쪽 유(담)에 4개의 홍살문이 있지만, 굳게 닫혀 있어 들어가지는 못 했다. 4각형 담장 안 넓은 잔디밭에, 사직제를 드리는 두 개의 사직단이 보인다. 사(社)는 땅의 신, 직(稷)은 곡식의 신을 의미하는데, 사직제는 왕이 신에게 드리는 국가적 제사이다. 농업과 유교를 정치의 근간으로 삼았던 조선 시대에는, 이 곳이 성역이요 이 제사가 중요한 행사였음은 물론이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개국하여 왕궁인 경복궁을 짓고, 그 동쪽에 신을 모시는 사직을, 서쪽에 왕실의 사당인 종묘를 지은 것이다.

사직공원은 이 사직단을 중심으로 하는 공원인데, 공원으로서의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도심에 있는 휴식공간으로서 근린공원으로는 좋은 위치에 있다. 국사를 공부하고, 역사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 쯤 둘러볼만한 의미있는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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