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멧새 1 05화

소쩍새 우는 밤

by 최연수


어둠이 빈 자리에 찼는데

먼 산에서 굴러내린 소쩍새 소리.

마디마디 그 소리 구슬픈 소리.

네 마음 내 어찌 알리야 있으랴.

모질게 내 마음 추스리며

내 삶을 즐거이 노래하자 해도,

소쩍새 우는 밤은 나 홀로

남녘 하늘 쳐다보며 고향 그리네.

소쩍새 우는 곳 그 어듸메뇨?

날개만 있다면 훌훌 날아가,

둘이서 서로 안고 싫건 울자고

이 밤이 새도록 얘기 하자고.


학교 근처 어느 초가집 행랑방(行廊房) 한 칸을 얻었다. 다 쓰러져 가는 방은 도배도 되지 않고, 구들도 울퉁불퉁했다. 서까래가 앙상한 천정에는 해묵은 거미줄만 어지러웠다. 가마니를 깔고, 신문지로 벽만 대충 바르고 엉덩이를 밀어 넣었다. 뒤따라 올라온 누나와 자취를 시작한 것이다.

메밀응이를 쑤고, 소금물 반찬으로 끼니를 때운 적도 있었으며, 몇 끼니 굶기도 했다. 생사를 넘나들던 6.25 때를 생각하며 어려움과 괴로움을 참았다. 공부만이 내가 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누나는 곧 중학을 졸업하고 낙향(落鄕)했다. 밤이면 우는 소쩍새와 부엉이는 홀로 남은 나의 고독(孤獨)과 향수(鄕愁)를 부채질하였다. 일기를 쓰며 혼자 대화하고, 시를 읽으며 회향병(懷鄕病)을 치료했다. 주로 고시조(古時調)를 암송(暗誦)하고, 김소월(金素月)과 박두진(朴斗鎭) 등의 청록파(靑鹿派)․서정주(徐廷柱)․김영랑(金永郞)과 같은 향토색(鄕土色)이 짙은 시를 자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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