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멧새 1 06화

綠陰

녹음

by 최연수

험난했던 발자취를

고이 덮고,

황폐된 대지를

푸르게 장식하는구나.

잎사귀 사이마다

열혈이 흐르고,

가지가지마다

생명이 약동하는구나.

진.

선.

미.

하늘이 준 그 힘이여.

녹음은

검푸르게 짙어가는구나.

청춘과 함께

날로 싱싱해지는 구나.


1951년 공산군의 춘계(春季) 대공세(大攻勢)가 좌절되고, 사회는 안정되었다. 그러나, 공산군의 잔당(殘黨)을 소탕(掃蕩)하기 위한 소규모 전투가 아직도 계속되었다. 도로변(道路邊)의 수목, 산촌의 수림(樹林)들은 거의 베어지거나 불살라졌다. 공비(共匪)의 출몰(出沒) 지역이거나 은거지(隱居地)로서 아지트(agitation point)였기 때문이다. 무고(無辜)하게 수난을 당하는 나무와 나무들....

그러나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남아 있는 신록(新綠)은 나날이 푸르러갔다. 신록은 황폐(荒廢)한 대지를 장식하고, 우리는 황무지(荒蕪地)를 개간하는 역사(役事)에 총 매진(邁進)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학교 교육이 정상화 되고, 무기 휴학했던 학생들은 속속(續續) 복학하였다. 그러나 나는 학업을 계속할만한 가정 형편이 못 되었다. 부모님은 휴학(休學)을 하라 했지만, 가출(家出)하다 시피, 광주행 트럭에 올라탔다.

100여리 산길은 아직도 평온하지 않았다. 고개를 넘고 속도를 낮추어curve 길을 돌아갈 때는 모두가 조마조마했다. 공비들의 습격(襲擊)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의 신록은 퍽 인상적이었다. 가지마다 심장이 박동(搏動)하고, 푸르른 잎사귀에는 푸른 열혈(熱血)이 흐르는 듯했다. 덩달아 나의 생명의 기운도 너무나 심하게 요동(搖動)치는 바람에, 가장 미세(微細)한 혈관(血管) 마저도 떨리기 시작했다. 여윈 손이었지만 힘차게 주먹 쥐며 입을 악물었다. 짙어가는 녹음(綠陰)처럼 학업에 열중하기로 다짐하며...

이 무렵의 시는 ‘綠蔭’으로 엮었는데, 이 것 또한 소실(燒失)되었다.

keyword
이전 05화소쩍새 우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