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어두움이
빗방울처럼
뚝뚝 떨어지는데
침묵으로 병든 고목에
돌부처처럼 앉아있는
홀부엉이.
하품만 허공에 내뿜으며
오죽 어리석으면
부엉이 셈이라 했으랴.
무엇을 찾기에
눈동자는
저다지도 큰 것일까?
목이 닳도록 부르던
그 노래는
여운도 없이 사라졌는데,
또 이 밤이 가고
대낮이 되면
무슨 꿈을 꿀 것인가?
* ‘그림자의 발자국(1)’에 게재
부엉이는 늘 혼자 있었다. 짝이 없을 리 없고, 새끼를 안 기를 까닭이 없는데, 내가 본 부엉이는 늘 외톨이였다. 천성(天性)이 고독을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버림 받아 소외(疏外)된 것일까? 애송이에게 애인이 있을 리 없지만, 진정한 벗도 없었다. 6.25 때 얻은 대인(對人) 기피증(忌避症)에, 내 열악(劣惡)한 환경과 여건(與件)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존심(自尊心) 때문이었다.
게다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기호(嗜好)나, 운동이나 오락을 즐기는 환락(歡樂)을 기피(忌避)했다. 청교도적(淸敎徒的)인 극기(克己)와 자제(自制), 금욕(禁慾)과 고고(孤高)함이 좌우명(座右銘)이었다. 오직 샌님으로 공부벌레가 되었으니, 늙고 묵은 고목(古木)에 청승맞게 웅크리고 앉아서, 어둠 속에서 커다란 눈방울로 두리번거리는 그 모습과 무엇이 다르랴. ‘부엉이 소리도 제가 듣기에는 좋다’는 속담처럼, 나도 나의 외곬을 모르는 채 스스로의 성벽(城壁)을 쌓아 나갔다.
‘부엉이 셈’이라는 속담이 나온 연유는 모른다. 다만 얼마나 어리석으면 이해관계를 따지지 못할까? 약삭빠르지 못한 채, 밤이면 무엇을 찾듯이 커다란 눈방울만을 굴리다가, 해가 뜨면 가슴츠레 눈을 감고 백일몽(白日夢)이나 꾸는 부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