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멧새 1 21화

쇠 북 소 리

by 최연수

파아란 하늘 향해 외치던 소리.

산으로 메아리치다 되돌아온 소리.

몸부림치며 외치다 깨져버린 쇠북.


쇠북 여기 잠들었네.

산도 고요하고 물도 고요하고

구름만 말없이 흘러가고.

귀에 쟁쟁한 그 소리 여운이 되어

솔밭에서 넘실거리는가.

대밭에서 출렁거리는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은은한 소리

우리들 가슴 속에 잔잔히

고여 있는 소리.


그 소리.

그 소리.

쇠북소리.


* ‘그림자의 발자국(1)’에 게재




아버님은 1910년 일한(日韓)합병(合倂) 때 출생해서 만 50세를 일기(一期)로 타계(他界)하셨다. 일찍 어머님을 여의고 서모(庶母)를 맞이하였으며, 당신도 상처(喪妻)로 재혼(再婚)하였다. 대여섯 동생들을 이끌고 집을 나와, 타향을 전전(輾轉)하면서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었다.

해방이 되면서 정치에 뜻을 두고, 반공․반탁(反託)․건국 운동에 젊음을 불태우고, 정부 수립 후에는 반독재․민주 수호 등 야당(野黨)에 몸을 바쳤다. 여수․순천 반란사건의 여파(餘波)로 공비(共匪)에 의해서 집이 소실(燒失)되고, 6.25동란 때는 생명만을 간신히 건졌다. 집권당에 의해서 탄압도 받았으며, 가정 경제는 항상 곤경(困境)에 처했다.

아버님의 한자(銜字)는 쇠북종(鍾), 민첩할 민(敏)이다. 아닌게 아니라 정치 문제에 민감(敏感)하고 정치운동에 민첩(敏捷)했으며, 정계(政界)와 사회를 향하여 경종(警鐘)을 울렸다.

그러나 소리는 메아리 되어 되돌아오고, 종에는 금이 가고 마침내 깨졌다.

일주기(一週忌)를 맞아 성묘를 가서 조사(弔詞)를 읽었다. 비록 솔밭에 잠들어 있었지만, 대나무밭으로 가서 울리는 종이라야 어울리는 소리다. 같은 상록수(常綠樹)이지만 구부러진 소나무보다 올곧게 벋은 대나무가 어울리는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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