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 공감은 가능한가?
오늘 카페의 조명은 흐렸다.
흐림은 외부에 있었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차분했다.
진우는 평소보다 뜨거운 물을 썼다.
누군가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 만큼
따뜻한 온도로.
첫 번째 손님은 아담 스미스.
고전적인 셔츠, 단정한 머리카락.
그는 책을 품에 안고 이렇게 말했다.
“공감은 인간 본성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보며 본능적으로 마음이 움직이죠.
그것이 도덕의 시작입니다.”
라빈이 물었다.
“그 마음이 진짜 그 사람을 이해하는 걸까요?
아니면 내 감정을 이입하는 것일 뿐일까요?”
스미스는 부드럽게 말했다.
“공감은 완전한 이해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방향으로 가려는 의지입니다.”
곧이어 문을 연 이는 에마 골드만.
두꺼운 코트, 단호한 걸음.
그녀는 말없이 커피를 들고 자리로 걸어갔다.
“나는 공감을 믿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론이 아니라 연대입니다.
억압받는 자들의 고통을 느끼는 것은
감정의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에요.”
진우가 물었다.
“모든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을까요?”
에마는 단호히 말했다.
“아니요.
하지만 누구에게도 공감하지 않는 사회는
그 자체로 폭력입니다.”
그때 마지막 손님이 들어왔다.
실비아 플라스.
회색 코트, 창백한 얼굴, 조용한 눈빛.
그녀는 따뜻한 홍차를 바라보며 말했다.
“공감은 종종 불가능해요.
내 고통을 설명할 언어가 없고,
타인은 내 감정을 자신이 알고 있는
슬픔에 대입할 뿐이죠.”
라빈이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누군가 ‘나는 알아’라고 말해주면,
잠시나마 덜 외롭지 않나요?”
플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그렇죠.
하지만 공감은 종종 침묵으로만 전해져요.
말보단 손, 시선, 그리고 머뭇거림.”
스미스는 덧붙였다.
“공감은 완벽할 수 없지만,
불완전하기에 더 아름다운지도 모르죠.”
대화를 듣던 진우는 노트에 적었다.
‘공감은 닿으려는 시도다.
결코 완전히 닿을 수는 없지만,
그 시도만으로도 우리는 함께 있는 것이다.’
밖에선 비가 그쳤다.
하지만 누구도 그걸 먼저 말하지 않았다.
마치 조용한 이 상황이
공감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언어이자 행동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