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 용서란 무엇인가?

제22장 - 용서란 무엇인가?

by 리얼흐름

카페 디알로고스에는 오늘 유독 낙엽이 많이 들이쳤다.

진우는 그것들을 치우지 않았다.

낙엽이란 어쩌면 잊힌 것들이

잠시 돌아온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손님은 한나 아렌트.

검은 외투, 단단한 시선.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용서는 행위의 되돌릴 수 없음에 맞서는

유일한 인간적 능력입니다.

우리는 잘못을 지울 수 없지만,

그것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라빈이 물었다.

“그럼 용서는 망각이 아니라, 책임 위에 세워지는 건가요?”


아렌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용서는 그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 위에 다리를 놓는 것입니다.”


곧이어 들어온 손님은 프리드리히 니체.

묵직한 코트, 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눈빛.

그는 의자에 앉으며 낮게 말했다.


“나는 용서를 믿지 않습니다.

용서는 약한 자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허위 감정이에요.

강한 자는 기억하고, 넘어설 뿐입니다.”


진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어떤 상처는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무너지지 않나요?”


니체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 더 강해져야 합니다.

용서는 그저 원한을 예쁘게 포장한

감정일지도 몰라요.

우리는 용서보다 힘 있는 망각을 배워야 합니다.”


그 순간, 마지막 손님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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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안젤루.

강인한 눈매, 따뜻한 손.

그녀는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말했다.

“나는 많은 것을 용서했어요.

그러나 절대 잊지 않았죠.

용서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한 겁니다.”


라빈이 물었다.

“그럼 용서는 조건 없이 가능한가요?”


마야는 미소 지었다.

“용서는 단 한 번의 결단이 아니라,

매일 다시 내려야 하는 결정이에요.

그건 정의가 아니라, 해방이죠.”


아렌트는 덧붙였다.

“용서는 미래를 위한 예외를 여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오류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니체는 컵을 들며 곧은 시선으로 정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는 잊지 않고 넘어서는 편이

더 멋지다고 생각해요.”


진우는 노트에 적었다.

‘용서는 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를 다시 마주할 수 있는 용기이며,

과거를 다시 써야만

미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신호다.’


창밖엔 낙엽 하나가 천천히 떨어졌다.

유독 그 낙엽 하나만 창문에 껴서 버둥거렸다.

모두는 누가 말한 듯 그 낙엽을 바라보았다.

진우는 그 낙엽을 그냥 두었다.

마치 용서를 한 것처럼

결국 버둥거리던 낙엽은 스스로 떨어져 다른 낙엽들과

함께 뒤엉켜져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


모두의 시선은 그제야

자신에게 어울리는 곳으로 향했다.

아렌트는 커피를 니체는 정면을

마야는 자신의 거칠어진 두 손을...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숨겨져 있는

분노, 미움, 시기 등 부정적인 모든 것을

치료하는 과정이자 결과이기에

결국 자신에 대한 가장 강력한 사랑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즉 '용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가장 큰 '사랑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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