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상사는 그대로인데, 왜 마음만 닳아갈까?

상사 때문에 지친 마음이 잠시 숨 쉬는 시간

by 다섯빛의 온기

어떻게 10년 적자였던 올리브영이 K-뷰티의 선두가 되었을까.
그 중심엔 브랜드 컨설턴트 노희영 고문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저에게 월급 주는 사람을
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행복해요.
-(중략)-
제가 모시던 분을 잘 때도 욕해본 적이 없어요.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이해되지 않았다. 상사를 한 번도 욕해본 적이 없다니... 나는 오늘만 해도 팀원과 커피를 마시며 상사 이야기를 스낵처럼 씹어먹었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늘 상사 복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와 100% 맞는 상사는 없었고, 어딘가 모자라거나 과하거나 불편했다. 그래서 상사에 대한 불만과 험담이 팀 동료들과의 일상의 공감대가 되어버렸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그녀와 나의 차이는 마인드였다.
그녀는 ‘주인의식’으로 일했고, 나는 ‘월급 받는 직원’의 마음으로 버텼다. 회사는 나에게 애정을 주지 않았고, 나 역시 회사에 마음을 주지 않았다.

월급은 늘 아쉬웠고, 일은 늘 귀찮았고, “중간만 가자”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그러니 상사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한때는 조직을 진심으로 좋아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실망이 쌓이고, 내 안의 애정도 서서히 녹아내렸다. 퇴사라는 단어를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 회사에 매달린 채 이도 저도 아닌 중고참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상사는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는 사람이 되었다. 일제강점기도 아닌데 내정간섭이라니..

그렇게 상사와 또 다른 상사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나는 더 예민해지고, 험담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물었다.

욕이라도 하며 버티는 게 맞을까?

아니면 그런 상사조차 존중해야 할까?

혹은 지금이라도 나와 맞는 일을 찾아 떠나야 할까?

쉽게 답을 낼 수 없는 고민이다. 사람마다 처지와 마음이 다르니 누구에게도 “이렇게 하세요”라고 단정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적어도 나 때문에 조직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나로 인해 팀과 조직이 1mm라도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내가 리더는 아니지만, 적어도 갈등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을 이끌고 화합하게 하는 능력은 없지만, 팀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나와 맞지 않는 상사 혹은 동료와 일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그 마음 하나로 어느덧 5년을 버텼다.


예전에 보았던 무한도전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한 회사원이 “나는 조선시대로 치면 노비다. 어서 주인님께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하던 장면이었다.

그 말이 그때는 웃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마음을 파고들었다.고 보니 나 역시 회사에서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눈치를 보며, 상사의 표정을 읽으며, 누군가의 기분에 따라 하루의 공기가 흔들리는 삶.

‘노비 같은 마음’이라고 부르면 조금 웃기고, 조금 서글프고, 무엇보다 솔직했다. 그리고 인정하자면 지금도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여전히 나는 회사라는 공간을 지나가면서 조심스레 주변의 온도를 살핀다. 상사가 오늘 어떤 표정인지,

그 표정이 나에게 어떤 파도를 가져올지를.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 이제는 그 마음에 전부를 내어주지 않는다는 것. 상사와 나 사이에서 가장 먼저 지쳐버리는 건 늘 ‘마음’이지만, 그 마음을 지키는 법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배우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는 사람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회사는 예전만큼 나를 흔들지 못한다.


우리, 정말 잘 버티고 있다.

그리고 그 버팀 자체가 이미 충분히 대단하다.


오늘도 버티는 모든 K-직장인에게, 작은 파이팅을.



[엔딩크레딧]
(자막 협찬: 상사의 작은 기분 변화에도 흔들리는 내 멘탈)
(협찬: 카페인, 그리고 오늘도 버티는 힘)
(장소 제공: 회사 화장실에서 숨 고르는 5초)




keyword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