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과 일상의 복귀 사이에서 배운 ‘오히려 좋아’의 마인드
코로나 시절,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은 멈췄는데
내 마음은 오히려 조금씩 살아났다.
행사는 사라졌고, 단톡방은 조용했다.
아무도 내 주말을 뺏어가지 않던 시간...
주말은 오랜만에 ‘진정으로 내 것’이 되었다.
누가 부르지 않고, 어디로도 끌려가지 않던 시간.
그 침묵 속에서 나는 한참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만났다. 그 시절이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때의 나는 '여백이 주는 힘'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지방공무원으로 일하며 축제와 행사가 겹치는 시기엔 주말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날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평일에도 교육과 세미나, 끊이지 않는 대면 민원까지 더해져 하루하루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흘러갔다. 몸은 멀쩡했지만 마음은 늘 어딘가 비어 있었다. 그땐 그게 일상인 줄 알았다.
그러다 코로나라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간을 지나게 됐다. 코로나에 세 번이나 걸려 몸은 꽤 고생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조금 편안했다.
그때 처음 알게 된 감각이 있었다.
멈춤.
'아, 내가 이런 걸 좋아했지'.
'아, 이런 하루가 편했지.'
몸은 힘들었는데 행사가 없어서 좋았고, 지금은 몸은 괜찮은데 행사가 너무 많아 지친다.
그래서 이제야 안다. 그 시절의 멈춤이 왜 그렇게 달콤했는지...
그때 나는 읽고 싶다고 쌓아두기만 했던 책들을 읽었고, '나는 솔로'라는 예능프로그램을 정주행 하며 설레고 웃고 한숨 쉬었고, 먹고 싶을 때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비로소 '쉼'이라는 것을 배웠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았는데 하루는 이상하게 꽉 차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스위치가 켜지자마자 그 멈춤은 보복이라도 당하듯 사라졌다. 축제는 설욕하듯 몰아쳤고, 대면 교육과 세미나가 쏟아졌으며 직원 체육대회는 무려 4년 만에 살아 돌아왔다.
직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하기 싫다.”
조직의 결론은 늘 그렇듯 밀어붙였다. 강행으로.
(그럴 거면 설문조사는 왜 받았을까. 민주주의 체험판이었나.)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참석한 체육대회에서 나는 예상치 못하게 경품을 하나 건졌다.
묘하게도 삶은 늘 이렇다.
최악만 던져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자주 떠올린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태도,
“오히려 좋아.”
좋지 않은 시절에도 좋은 건 꼭 숨어 있다.
귀찮은 자리에도 작은 이득이 붙고, 억지로 끌려간 곳에서도 위로 하나쯤은 건져진다.
완벽해서 좋아지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채로 살아가다 보면 하나라도 좋아지는 게 생긴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코로나 시절, 나는 분명 많은 걸 잃었지만 그만큼 나를 되찾았다.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붙잡아준 선명한 장면이 하나 있었다.
재택근무를 하던 어느 날, 시간이 조금 남기도하고 괜히 마음이 허전해서 집에서 1000피스짜리 퍼즐을 시작했다.
'레오나르도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처음 맞춰보는 퍼즐이었고, 난이도도 만만치 않았다. 비슷비슷한 색깔들이라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도 알 수 없는 조각들뿐이었다. 사나흘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시간이 갈수록 더 어려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퍼즐이 어려워질수록 마음은 가벼워졌다. 조각 하나에 집중하는 동안 내 안에 있던 잡생각과 불안, 이유 없이 가라앉던 슬픔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났다. 그 시간엔 과거도, 미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직 지금 이 조각이 어디에 들어가야 하는지만 생각했다.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위로였다. 삶이 힘든 건 복잡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감정을 한꺼번에 안고 있어서였다는 걸 그때 알았다. 퍼즐이 완성될수록 내 마음도 함께 정리됐다. 세상이 멈췄던 게 아니라 내 안의 소음이 잠시 꺼졌던 시간.
우연히 시작한 퍼즐 맞추기였지만 그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 배운 감각은 지금도 내 안에 남아 있다.
삶이 다시 시끄러워질 때면 나는 마음속으로 퍼즐을 꺼내 맞춘다. 조각 하나에 집중하던 그 시간처럼, 오늘의 소음 속에서도 작은 ‘좋음’을 하나씩 건져 올린다.
이것이 내가 배운 삶을 대하는 방식이다.
멈춤과 일상의 복귀 사이에서,
오히려 좋아.
[엔딩 크레딧]
(자막 제공: 멈추지 않으면 알 수 없었던 마음)
(협찬: 1000피스 퍼즐과 재택근무의 여백)
(특별출연: 잡생각, 불안, 그리고 잠시 퇴장한 슬픔)
(엔딩 멘트: 오히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