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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지크] 시리즈
제1부 철혈의 지배
1943년의 장
오프닝 : 동부의 여우
'열사의 아프리카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한 형제들이여! 우리는 사막을 가로지르며...'
에르빈 롬멜 육군 원수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정렬한 병사들은 그의 연설 속 메시지를 해석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
혹은, 그의 카리스마에 눌린 듯, 말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단상 위의 장교들 표정은, 그 환호와는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살아서 돌아왔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명예로운 복귀.... 롬멜이 하면 패전도 영광이고 서사시인가.'
'모스크바 철수 때는 구데리안도 해임되었지. 기억하시겠지요.'
하지만, 그런 주장을 대놓고 하는 자는 없었다. 어쨋든 그는 국민의 영웅이었으니까.
'저는 비록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뒤로 하고, B집단군의 지휘관으로....'
'마지막으로 저는 군단의 깃발을 아프리카에서 함께한 동지이자,
가장 냉정한 결단을 내릴 줄 아는 지휘관, 프리츠 헤르만 미하일 바이어라인 장군에게 넘깁니다.
그가 여러분을 이끌고, 여러분과 함께 싸울 것입니다.'
롬멜의 연설은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끝났다.
그의 연설이 끝날 즈음에는 귀빈석의 고위장교들도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
박수소리가 잦아들고, 병사들이 속삭였다.
'바이어라인? 그가 '운디네 작전' 을 실질적으로 지도했다고 했지. 최소한 갖혀죽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역시 고위 장교들의 생각은 꽤 달랐다.
'도망치는건 일류였지요. 하지만 승리는?'
'맡겨볼 일입니다. 롬멜이 그를 직접 지명했으니.'
롬멜의 퇴장 후, OKH의 수장, 육군참모총장 쿠르트 자이츨러가 단상에 올랐다.
'아프리카의 영웅들이여, 조국(Fatherland)은 당신들을 환영합니다.
하지만 작금의 조국은 여러분들이 다시 한번 용기를 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프리카에서 승리해왔듯이, 동부전선에서도 승리해주십시오.
저는 사령부에서 매일같이 동부전선의 참상을 보고 있습니다. 그곳에 보내게 되어 미안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라면 이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AKO 창설에 따라, 총통부와 OKH는 바이어라인 장군을 본 기갑군의 지휘관으로 임명하였습니다.
승리 만세, 독일 만세. 이상.'
병사들은 일제히 팔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지크 하일!”
그 외침은 훈련장 전체를 뒤덮었지만, 단상 위의 자이츨러는 여전히 침묵한 채였다.
환호가 몰아쳐도, 자이츨러는 손도 들지 않았다.
창설식의 마지막, 제트실증기 편대가 하늘을 갈랐다.
병사들의 환호성과 제트엔진의 폭음이 교차되듯 울렸다.
'세상에, 늘어선 전차 숫자 좀 봐. 트럭 행렬도 이렇게까지는 안 되겠어?'
'새 전투복도 좋은데? 야자수 마크를 그대로 쓸 줄은 몰랐어.'
재편을 위한 새로운 보급품, 새로운 장비.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흥분.
부대의 사기는 높았고, 강도 높은 훈련 아래 단련되고 있었다.
훈련장에서 간간히 보이는 시험생산 장비들도 눈요기로는 딱 이었다.
'근데 저건 도대체 뭐야…? 창설식 때도 날아가던데...'
한 병사가 하늘을 가리켰다. 은색 궤적을 남기며 날아가는 날렵한 기체.
웅장한 프로펠러 소리도 없고, 마치 하늘을 찢고 지나가는 유성 같았다.
'소리가 불길해. 마치 유령 같아.'
'프로펠러도 없잖아. 어떻게 비행하고 있는거야?'
'진짜 전쟁에 쓸 수 있는 건가? 너무 빠르잖아, 눈으로도 못 쫓겠는데...'
다른 병사는 킥킥 웃었다.
한편, 지휘부는 책임의 무게에 짓눌려있었다.
전투서열표를 넘겨보며 참모장, 발터 네링이 말했다.
'황당할 정도의 부대구성입니다. 기갑군... 엄청나군요.'
바이어라인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이건 포상이 아니고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이자 유예입니다. 참모장.'
'아, 저런. 맞죠, 맞습니다. 하지만 다들 들떠있는것도 이해가 가는 바입니다.
첫 투입까지는 약 한 달. 반드시 실전 가능하도록 기량을 회복하겠습니다.'
'동부전선, 남부... 쉽지 않을테지요. 당당하게 시작한 청색 작전 또한 좌초되었으니까.'
그 날 저녁, AKO 기갑군 사령부에 한 통의 전보가 도착하였다.
'3주 내 작전준비 완료 요망. 긴급투입 소요 발생. 돈 집단군 사령관 에리히 폰 만슈타인'
네링이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문서를 바이어라인에게 넘겼다.
바이어라인은 문서를 조용히 접었다.
긴 정적을 가르고, 마지막 제트실증기 한 기가 어스름한 하늘을 찢고 지나갔다.
(이후 43년 1장. 쿠르스크 전투 : 프로호로포카의 대 전차전으로 이어집니다)
'엔드지크' 소개문 : 전략문학으로 읽는 제2차 세계대전의 또 다른 결말
https://brunch.co.kr/@721d268ebf35471/5/write
'엔드지크' 장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