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타넨베르크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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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지크] 시리즈
제1부 철혈의 지배
1944년의 장
4장. 리가 전투 : 제2차 타넨베르크 전투
용어 설명
OKW : Oberkommando der Wehrmacht, 독일 국방군 최고사령부
OKH : Oberkommando des Heeres, 육군 최고사령부
압베어 : Abwehr, 국방군최고사령부 해외/방첩국
핀란드 방향으로의 공세에 맞춰, 붉은 군대는 발트 연안으로도 움직였다.
바그라티온 작전의 1단계, 쿠투조프 공세의 주공.
제1 발트 전선군 12개 사단.
제2 발트 전선군 12개 사단.
제3 발트 전선군 10개 사단.
제1 벨라루스 전선군 8개 사단.
제2 벨라루스 전선군 8개 사단.
총 5개 전선군 50개 사단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전략공세가 시작되었다.
발트 3개 전선군이 발트로 나아가는 동안,
벨라루스 2개 전선군은 스몰렌스크에서 재편성 및 예비상태로 대기했다.
스타브카는 이 두 전선군에게 명령 하달 전까지 움직이지 말 것을 강력히 지시했다.
1943년 페르시아 회랑 작전 이후 폴란드에서 재편을 마친 그들은
서방 연합군의 노르망디 철수 이후 동부전선 예비로 이곳에 집결해 있었다.
"... 예, 기갑군은 언제든지 출동 가능합니다. 차량 정비와 예비연료 확보 모두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동 수단은 어떻게 됩니까."
AKO 기갑군 사령관, 프리츠 바이어라인 중장이 물었다.
"…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발트로 향하는 모든 철도차량을 징발하시오. 로제가 협조하게 되어 있다."
전화 너머의 상대, OKH 총참모장 하인츠 구데리안 상급대장이 답했다.
로제, 힌리히 로제는 동방지역 국가판무관부의 국가판무관이다.
"저희 기갑군의 작전 관할은 어떻게 됩니까? 북부 집단군에 배속됩니까?"
"작전 관할? AKO는 집단군 예속이 아니다. OKH의 예비다.
당신 임무는 단순하다. 매 순간 기동을 살려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
집단군 명령에 얽매이지 마라. 책임은 내가 진다.
연료와 철도는 확보해 두겠다. 필요한 것은 당신의 결심뿐이다."
그가 통화를 마친 뒤 참모장 발터 네링 소장이 말을 걸었다.
"OKH 직속 예비라고요? 대단한데요.
베를린에서 큰 소동이 있었긴 합니다만, 이제야 뭔가 체감되기 시작했습니다.
서류가 좀 더 가벼워졌잖습니까."
"베를린의 일은 기갑군의 일이 아니다. 그래도 지휘 체계가 간단해진 건 부정할 수 없지.
하지만 중요한 건 집단군 명령에 끌려다니지 말라는 거다. 결국 책임이 우리에게 집중된다는 뜻이지."
"그래도 구데리안이 ‘책임은 내가 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야 기동만 하면 됩니다."
"철도가 제때 준비되지 않으면 전차는 움직이지 않아.
우리는 병력보다 연료와 철로가 먼저다. 그것부터 바로 확인하시오."
"물론입니다. 그동안 병력과 장비도 집결해야겠지요."
AKO 기갑집단은 7월 12일 철도 이동을 시작했다. 발트 전선에서의 전개 예정일은 7월 15일이었다.
제1, 2, 3 발트 전선군은 독일 북부 집단군의 강력한 저항에 맞서 조금씩 전선을 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진은 순탄치 않았다.
핀란드 전선만큼은 아니지만 발트 특유의 강과 호수, 숲은 대규모 군사 작전을 방해했다.
일선의 붉은 군대 장교들은 공병 장비의 부족을 한탄했다.
"오늘 중으로 연대가 도하를 마쳐야 하는데 왜 부교가 없나!"
"연대장님, 집단군에 할당될 공병 장비가 핀란드로 차출되었다고 합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자식들은 어디가 주공인지도 모르는 건가?
당장 가서 전해! 애당초 계획은 발트 주공, 핀란드 조공이었다고!"
하지만 스타브카 연락장교에게 소리친들 당장 도하 장비가 올 리는 없었다.
분노를 속으로 삭이는 연대장 앞에서 나르바 강은 고고하게 흘러갔다.
그 옆에 배치된 ML-20 152mm 곡사포 포병대대는 어제부터 나르바 강 너머의 독일군 방어지점에
맹렬하게 포격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포격 소리가 사라졌다.
"중대장 동무, 이틀 만에 탄약 보유분 전부 쏴버렸습니다."
"어? 왜? 보급은?"
"탄약 운송 차량이 없습니다. 철도로 추가 포병탄이 오려면 최소 사흘은 걸립니다."
포병 중대장은 빈 포탄 상자를 발로 걷어찼다. 애꿎은 발만 아팠다.
"보급 없이는 사단이 공격을 못한다는 걸 스탈린 동지도 아시려나."
보급 하사관은 못 들은 척 시선을 적당히 돌렸다.
그러고 보니 그 많던 미제 탄약 수송 트럭은 다 어디로 사라졌지?
그는 머리를 굴려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프스코프의 방어 거점은 제2 발트 전선군의 최우선 목표이다.
프스코프를 무너뜨리면 굴비네가 사정권에 들어오고, 굴비네 다음은 리가.
리가의 점령은 작전의 성공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제2 발트 전선군은 공세 초기부터 프스코프에 공격을 집중했다.
물론 북부집단군의 방어역량 역시 프스코프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있었다.
거대한 붉은 물결에 맞설 제1선은 북부집단군 예하의 제78강습사단.
수년간 이어진 소모전에서의 인력 손실로 고민하던 독일 군부가 새로이 제시한 강습사단은
기존 보병사단에서 인원수를 줄이고 중박격포와 돌격포 등을 추가한 일종의 '중보병 사단'이었다.
고색창연한 성곽 도시를 배경 삼아, 강습사단과 전선군 1 제파가 충돌했다.
제2 발트 전선군은 강렬한 공격준비사격 이후 돌격했다.
전차 2개 중대를 앞세운 기계화 공세가 시작되었지만,
독일군은 도시 외곽 참호선과 콘크리트 벙커에 설치된 대전차포로 맞섰다.
제78 강습사단은 몇 개월 동안이나 이곳에 주둔하며 방어역량을 증가시켰다.
소련군 전차 중대는 독일군의 방어 계획대로 7.5cm 대전차포대의 교차 사격 지대로 진입하였다.
교차사격에 걸린 선두 전차가 불덩이로 변했고,
뒤따르던 전차들은 지뢰로 가로막힌 도로에서 측면을 노출한 채 모두 고철 더미가 되었다.
소련군의 첫 공세는 단 30분 만에 완전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
두 번째 공세는 첫 공세의 실패를 분석한 뒤 다음날 실시되었다.
무차별적인 공격준비사격 대신 전날 확인된 대전차 진지에 포탄이 쏟아졌다.
전차는 IS-2 중전차를 선두에 세우고 소대로 나뉘어서 전진했다.
전차의 뒤를 따라 이동하는 SU 다목적 자주포가 대전차 화점을 제압했다.
가장 뒤에서는 충격군 휘하의 강습 보병 중대들이 M3 하프트랙을 타고 다가왔다.
1 참호선을 책임지던 독일군 대대장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쌍안경을 내렸다.
"아니... 저건 '기갑 쐐기' 대형이잖아...? 볼셰비키 자식들이 저런 걸?"
그는 황급히 방어선에 추가적인 지시를 했다.
하지만 전투의 혼란 속에서 지시는 잘 전달되지 않았다. 부대는 학습한 대로만 싸웠다.
7.5cm 대전차 포대가 기갑 쐐기의 선두, IS-2 중전차에 사격했다.
명중!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T-34 전차와는 달리, 중전차는 계속 다가왔다. 대전차포병들은 겁에 질렸다.
그들이 포를 버리고 달아난 직후, 122mm 전차포가 대전차 포대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선두의 중전차 소대가 대전차 사격을 흡수하는 동안,
T-34 전차와 SU 다목적 자주포들은 충분할 정도로 참호의 화점들을 파괴했다.
참호 속의 제압된 병력의 마무리를 위해 돌격 소대와 돌격 공병이 투입되었다.
참호는 불타올랐다.
"볼셰비키 군대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저들은 우리를 관찰하고, 학습했습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어제 사단 방어 구역은 적어도 3번의 '기갑 쐐기' 대형을 이룬
소련군에게 공격받았습니다! 적 중전차를 막을 수단이 필요합니다.
대구경 대전차포나 루프트바페, 혹은 같은 중전차가 증원되어야 합니다!"
제78 강습사단장 한스 트라우트 준장이 보고했다.
"진정하시오. 사단에 적 중전차를 격파할 수 있는 장비가 없소?"
북부집단군 사령관, 게오르크 린데만 상급대장이 답했다.
"8.8cm 대전차포가 몇 문 있습니다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일단 그것들을 활용하시오. 지금 집단군은 북측과 동측에서 모두 공격받고 있소.
판단을 내리려면 어디가 주 타격 방향인지 식별해야 하니 버티시오."
통신은 매섭게 끊혔다.
트라우트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통신기를 잠시 내려다보고 참모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증원은 불확실하다. 있는 거로 싸우라는군. 어쩌겠소. 따라야지."
참모들은 체념했지만, 다시 일을 하러 떠났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내일도 밀려올 테니까.
"정말이지 좋은 순간에 와주었소.
쿠르스크와 로스토프의 영웅 AKO 기갑집단! 발트에 온 걸 환영하오."
린데만 상급대장이 바이어라인 중장과 일행을 맞이했다.
"지금 북부집단군은 위기에 처했소. 벌써 닷새째, 소련군의 공세는 쉼 없이 계속되고 있소.
에스토니아에서 우리 군은 형편없이 밀려났지.
지금은 프스코프를 방어 중인 78사단이 집중적으로 타격당하고 있소."
"프스코프는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곳이오.
프스코프 ㅡ 굴비네 라인이 무너지면 놈들은 곧바로 리가로 오겠고,
우리는 발트를 버릴 수밖에 없을 거요. 집단군 사령관으로서 프스코프로 증원을 정식으로 요청하겠소.
78사단의 방어선을 보강하고, 적을 저지해 주시오."
"죄송합니다만 저흰 이곳에 방금 도착했습니다. 아직 후속 제대는 철도 수송 중입니다.
잠시 상황을 분석할 시간을. 그 뒤에는 저희 판단으로 행동하겠습니다."
"상황 분석은 집단군사령부의 참모들에게 들으시오. 이곳의 전문가는 그들이오."
"조언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부대를 확인하러 가보겠습니다."
AKO 기갑군 일행이 떠나자 집단군사령부의 참모들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한 마디씩 했다.
"저 오만한 태도라니! 증원군은 현지 작전 부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상식조차 잊은 건가!"
"자기들 멋대로 움직이며 싸우지도 않는 자들이 보급품 분배 1순위라니!"
"OKH의 명령만 따르겠다면 저희가 OKH에 정식 명령을 받아 저들을 지휘합시다!"
린데만은 그들은 진정시켰다.
"불만은 이해하오. 그러나 그들은 OKH의 명령을 받는 부대요. 우리가 함부로 지휘권을 논할 수는 없소.
중요한 건 지금 방어선을 유지하는 것이지, 지휘권 논쟁이 아니오.
OKH의 지시대로 최선을 다해 저들을 지원하고, 그 솜씨를 보도록 하지.
또 모르잖소. 전선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진실이라면, 저들이 뭔가 해낼지도.
불평과 불만은 그때 하도록 하시오."
"공세 시작 5일. 에스토니아 함락. 주공 방향 불명확. 또 다른 정보는 있나."
바이어라인이 물었다.
"3개 전선군이 동원된 듯합니다.
추가로 두 전선군이 더 있다던데... 전선에서는 식별하지 못했다는군요."
네링이 북부집단군 참모진에게 받아온 자료를 넘기며 답했다.
"전선군이 3개니 5개니 그 정도인가. 소련의 동원력은 정말이지 놀랍군."
"압베어는 소련이 월 약 15~20만의 병력을 충원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그렇게 피해를 입고도 그 정도인가. 말이 안 나오는군. 이 이야기는 그만하지.
앞으로의 기갑군 방향을 논의할 차례요."
"저는 역시 두 전선군의 부재가 신경 쓰이는군요. 결정적 타격을 위한 예비일까요?"
"마지막으로 어디에서 식별되었다고 하나?"
"스몰렌스크입니다. 꽤 멀죠. 첩보에 따르면, 두 전선군은 스몰렌스크 일대에 묶여 있다고 합니다.
이동 준비조차 식별되지 않았습니다."
"41년 잊었나. 한 달만 지나면 라스푸티차가 시작될 거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발트로 투입되기는 어렵겠지.
보급로도 길고, 라스푸티차가 시작되면 병력 이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예. 현재 공세에 동원된 건 3개 전선군 뿐이고,
나머지 둘은 단순한 '존재 위협' 정도로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그리고 핀란드."
"그렇지요. 핀란드 축선에도 대규모 병력이 투입되었다는데,
핀란드와 발트에 이어 3축선 전략 공세는 솔직히 감당하기 힘들지요."
"좋다. 기갑군의 목표를 확정한다.
1차 목표는 에스토니아에서 남하하는 제2 발트 전선군.
2차 목표는 프스코프 방향에서 서진하는 제3 발트 전선군."
"명확합니다. 프스코프 ㅡ 굴비네 축선은 당연히..."
"그쪽은 소련군에 잡혀 죽고 싶지 않다면 북부집단군이 알아서 시간을 벌거다."
"OKH에 공세 방향과 목표를 보고하겠습니다. 그리고 부대 이동을 준비하도록 하죠."
리가는 아직 전화가 미치지 않았다. 발트의 아름다운 노을 아래, 기갑군은 잠들었다.
AKO 기갑군은 리가에서 철도로 북상, 발가 남방의 소도시 역에서 분산 하차했다.
"발가의 상황은?"
바이어라인이 질문했다.
"발가는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를 잇는 중요한 거점입니다.
지금은 에스토니아에서 밀려난 사단들과 기존 배치돼 있던 부대들이 뒤섞여서 혼란스러운 거 같습니다만."
"이 호수는?"
"뵈르츠야르브 호수입니다. 도섭 및 도하는 불가능합니다."
"좋다. 525 중구축전차 대대와 중대공포 대대로 발가 방어선을 보강한다.
기갑군단은 모두 호수 서측으로 이동한다. 목표는 파르누에서 남하하는 소련군 전체다.
기갑수색대대를 파견하여 호수 서측의 소련군 위치를 찾는다.
루프트바페 연락장교는 리가의 루프트바페 비행단과 연락해서 항공정찰을 실시하라."
지시를 받은 부대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항공기다! 공습경보!"
비행기의 접근 소리를 들은 병사가 크게 외쳤다. 부대는 이동을 멈췄다. 산발적인 대공사격이 뒤따랐다.
Bf 109 G형을 정찰기로 개조한 Bf 109 G-8형이 빠르게 지나갔다.
"뭐야, 그냥 전투기잖아? 살았네. 계속 가. 빨리."
소련 병사들이 안도했다.
Fi 156 슈토르히가 하늘에 있으면 야포의 포격이 뒤따르고,
Ju 87 슈투카가 날아오면 정밀한 급강하 폭격에 두들겨 맞고,
Me 410이나 Hs 129 같은 쌍발기가 떠있다면 강력한 지상공격이 시작되었겠지만
전투기는 병사들에게 딱히 두려운 대상이 아니었다.
"이 자식들, 근처로 다가가기만 해도 허공에 총을 쏘잖아... 나 여기 있소 하고 광고하는 건가?"
Bf-109 G-8의 파일럿이 웃으며 셔터를 눌렀다.
이 정도 수준이면 열 장은 더 찍을 수 있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가 조종간을 당기자 비행기는 크게 방향을 돌렸다.
하늘은 청명하고, 소련 공군은 보이지 않았다.
곧이어 기갑군 직할의 기갑수색대대 선봉 분대도 소련군과 마주쳤다.
그들과 마주친 부대는 전선군의 선봉대, 전차 중대와 자주포 중대로 증강된 혼성 기계화 연대였다.
별 대응 없이 인근에 기관총만 잠시 쏴대고 다시 나아가는 전차들을 보며 수색대대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접촉 보고는 빠르게 전달되었고, 기갑군은 최적의 공격 위치로 이동했다.
"이 위치에서 적의 선봉대와 정찰대가 접촉했습니다. 중대급 전차와 자주포가 식별되었군요.
묘사를 보면 선두의 전차는 소문의 그 중전차 같습니다."
네링이 수색대대의 보고를 받고 설명했다.
"소련 집단군의 이동 대형은 어느 정도 종심으로 전개하지?"
"기본적으로는 50~100km까지 전위부대 – 제1 제파 – 제2 제파 - 예비대가 전개됩니다만...
이런 타이가 삼림 지형에서는 실질적으로는 30~50km 이내로 좁히겠지요.
그리고, 확인된 바로는 대열이 상당히 무질서합니다."
바이어라인은 잠시 지도를 살폈다.
그는 줄자를 손에 들고 푯말들을 이리저리 옮겼다.
얼마 뒤, 그가 말했다.
"최고의 기회다. 즉시 공격한다.
제3기갑군단은 후방으로 돌아서 예비대를 타격하라.
제39기갑군단은 제1 제파의 측면으로 파고든다.
중전차 대대는 정면에서 선봉대를 무너뜨리며 전진한다."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놈들을 저 호수로 밀어 넣는다. 도망치는 적은 무시하고, 최대한 보이는 적만 섬멸한다."
전혀 경계하지 않고 이동하던 소련군이 매복지대에 도달하자,
제39기갑군단의 포성으로 기습 공격이 시작되었다.
불현듯 날아온 7.5cm 전차포탄이 천천히 이동 중인 T-34 전차 대대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탄약 적재함의 예비 탄약이 유폭 했고, 포탑링과 포탑이 분리되었다.
튀어 오른 포탑은 저 멀리에 처박혔다.
숲은 순식간에 비명과 불꽃으로 가득 찼다.
전선군 선두의 IS-2 중전차 소대를 포함한 혼성 기계화 연대는 제503 중전차 대대와 마주쳤다.
저격 탄환처럼 멀리서 정밀하게 꽂혀오는 8.8cm 철갑탄이 중전차와 하프트랙을 가리지 않고 찢었다.
기습에 노출된 소련군 기갑 종대는 산개하여 싸우려 했지만 앞은 파괴된 전차로 가로막히고
뒤는 다른 전차에 가로막혔다. 결국 기갑 종대들은 줄줄이 늘어선 채 고철로 변했다.
전차들의 내부는 불길과 화염으로 가득 찼다. 승무원들은 탈출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전투의 소음과 죽음의 공포는 순식간에 전선군 전체를 뒤덮었다.
"왜 보고가 늦는가! 참모놈들은 다 어디 있나!"
후방에서 예비대와 함께 이동하던 전선군 사령관 예르메넨코 원수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그의 노성에 참모들이 허겁지겁 다가왔다.
그가 외치는 도중에도 전방에서는 포격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정면에서 선두의 전위부대가 공격받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방금 보고에 따르면 제1 제파도 기습에 노출되었다고 합니다."
"네놈들 참모들은 뭘 하는 건가! 보고 한 장 정확히 못 올리고! 기습이나 당하고!"
"제3 발트 전선군이 리가를 점령하기 전에 먼저 도달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전선군은 빠르게 이동 중이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경계 태세가 미흡했던 게..."
"지금은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전열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일단 후퇴를..."
"불패의 붉은 군대에서 패배주의적 발언은 총살감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동 중에도 경계를 철저히 시켰어야지!
정치장교 동무, 이 자들의 발언을 기록해 두시오. 즉시 반격을 준비하라!"
다시 폭발음. 가깝다. 상당히 가까웠다. 폭압마저 느껴졌다.
"전선이 너무 가깝습니다, 사령관님! 제발 사령관님이라도 후방으로!"
그의 부관이 원수에게 외쳤다. 하지만 원수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따위 실패를 스타브카에 보고하라는 건가! 빨리 반격해라! 왜 아직도 반격 성공 보고가 없지?
내 명령을 따르지 않는 건 조국을 배신하는 행위다!"
그가 외쳤으나, 오히려 독일 전차들이 나타났다.
"저건 무슨..."
나타난 전차들은 의심도, 주저도 없이 곳곳에 늘어선 통신 차량과 지휘소 차량을 파괴했다.
전선군 사령부가 직접 공격을 당했고, 전선군은 그 지휘체계를 상실했다.
최초 습격에서 살아남은 참모들은 문서나 무전기를 파기할 시간도 없이 허둥지둥 도망쳤다.
기습에 노출된 부대들은 애타는 목소리로 전선군 사령부를 호출하고 지시를 바랐지만,
파괴의 소음과는 대비되는 듯, 무전기들은 모두 침묵했다.
예르메넨코 원수는 날아온 파편에 부상당하고 쓰러졌다. 그는 쓰러지면서도 외쳤다.
"나의 반격 명령을 기록하라, 반격했다는 사실은 반드시 남겨라! 그리고 나는 최후까지..."
그의 부관이 절규하며 뛰어왔고, 피 흘리는 그를 업었다.
"아직 지휘할 수 있다... 보고서를..."
그는 살아남았지만, 그의 전쟁은 끝났다.
부관의 등에 업혀 숲 속으로 끌려가는 그를 따라온 것은 피비린내와 연기뿐이었다.
결국 전선군은 명령체계 없이 단위 부대로 흩어져서 숲과 호수로 도망쳤다.
장교도 없이 허겁지겁 도망치던 소련군 소총병 소대가 독일 차량화 보병 분대에 노출되었다.
소련군 병사들은 도망치거나 항복했다.
항복한 자들이 가장 먼저 죽고, 그 후에 도망친 자들이 죽었다.
기관총은 용서가 없었고, 강은 피로 물들었다.
단 12시간 만에 붉은 군대 제2 발트 전선군이 포위되었다.
호수와 습지, 숲 사이의 회랑은 완전히 폐쇄되고, 1 제파와 2 제파, 예비대는 분단되었다.
가장 먼저 모든 장비를 버리고 숲으로 숨어든 자만이 살아서 도망쳤고,
그마저도 대부분은 추격보다 섬멸을 우선시한 독일군의 작전 방침 때문이었다.
탈출구 차단 직전 그곳을 빠져나간 전차 중대 1개와 차량화 소총병 연대 1개가
유일하게 부대를 유지한 채 살아서 포위망을 빠져나간 자들이었다.
작전 개시 24시간째가 되자 조직적인 저항은 붕괴하고 기갑 차량은 모두 파괴되거나 버려졌다.
호수 북부의 마지막 탈출구도 장갑 척탄병 대대에 의해 차단되었다.
탈출구의 소문을 듣고 접근한 많은 부대들이 이곳에서 투항했다.
다른 곳에서도 중대, 대대 단위 투항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작전 개시 후 이틀째. 제39기갑군단과 제3기갑군단이 접촉에 성공하고, 포위망 내 소련군은 소탕되었다.
불타 녹아내린 차량과 켜켜이 겹쳐진 채 파괴된 전차들만이 그들이 이곳에 있었다는 마지막 증거였다.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이동하던 붉은 군대 제2 발트 전선군은 잔혹한 처형인을 만났고, 참수되었다.
전투가 종료되고, 기갑군은 다시 발가로 이동했다.
발가에서는 전투피해평가가 한창이었다.
"현장 1차 평가 기준입니다.
전차 및 기갑 차량 파괴, 방치 약 700대. 야포 및 박격포 약 1,000문.
차량 약 6,000대. 사살 약 3만, 포로 약 7만. 현장 방치 4만.
전선군 지휘소 확보로 암호장비 및 기밀 서류 확보.
기타 노획품은 숫자도 다 못 셀 정도입니다."
작전참모가 보고했다.
"세상에,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상적인 기습이자 포위섬멸이었습니다.
현장 1차 추산이니 과장이 분명 섞일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전선군은 파괴되었습니다."
네링이 작전을 간단하게 평가했다.
"지형과 상황이 맞아떨어진 결과요. 그리고 불철주야로 단련하던 장병들의 노력도."
바이어라인은 손사례 치며 답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정말이지 대단한 전과입니다."
"승리와 영광을 평가하는 일은 베를린에 맡기도록 해요. 우리는 다음 작전을 계속해야 하니.
북부집단군의 프스코프 방어선은 어떻게 되었지?"
"제78 강습사단은 분전했으나 패퇴. 부대는 전투력을 절반 가까이 상실하고 프스코프에서 철수.
철수 중에도 계속 공격받았다고 합니다. 사실상 부대는 와해되었고, 알욱스네까지 철수하고 나서야
그곳을 방어하던 제206 보병사단과 합류했다고 합니다. 곧 있으면 그 알욱스네도 공격받겠지요."
"집단군이 알욱스네에서 소련군의 공세를 막아낼 가능성은?"
"무리겠지요. 시간 벌기가 고작일 겁니다.
집단군의 주 방어역량은 이미 프스코프에서 제78사단과 함께 상실되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발가에서 정비를 마친 뒤 빠르게 남하한다. 목적지는 굴비네 내지는 알욱스네.
집단군에는 가능하면 알욱스네를 포기하고 굴비네 인근에 저지선을 펼치도록 조언하시오.
적을 깊게 끌어들일수록 타격이 성공적일 테니."
회의는 끝났다. 기갑군은 빠르게 정비에 들어갔다.
독일군 제206 보병사단은 소련군의 공세에 소진되고 있었다.
제78 강습사단의 일부 장병들도 함께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도시는 금세 포위되고, 모두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다.
"뭐라고? 적과 접촉을 유지한 채 점진적으로 철수하며 굴비네로 이동하라?
사단은 적에게 포위된 채 힘겹게 싸우고 있다! 그런 게 가능할 리 없다!"
제206 보병사단장 알폰스 히터 중장이 수화기에 외쳤다.
"방어선을 포기하고 도시를 빠져나오는 순간 볼셰비키 놈들의 전차에 포위되어 모두 죽을 텐데,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사단은 죽는다면 여기에서 죽고, 승리한다면 여기서 승리한다!"
통신기가 끊혔다.
"고집불통이군요. 도시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네링이 통신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적들을 더 깊게 끌어들이려는 작전의 일부라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나?"
바이어라인이 무심하게 물었다.
"아예 이야기를 나눌 상황이 아닌 거 같습니다.
통신기 너머로도 포격음이 들려오더군요. 조만간일겁니다."
"더 많은 전과를 위해 아군의 구원을 포기하는 건 얼핏 매력적으로 들리지."
"그렇지요. 용감하게 희생했니 뭐니 붙여주기 나름입니다만...
조국에 더 이상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게 문제지요."
"할 수 없다. 알욱스네로 나아간다.
단, 도시로 들어가서 전선을 보강하는 게 아니라 도시 외곽에 전개된 소련군을 역포위한다.
만약 그들이 무너진 채 철수하면 추격하며 타격을 이어가고,
질서 있게 방어를 시도하면 소련군 포위망의 일부만 파괴하고 아군을 구출한다."
피난민들은 도시를 빠져나가기 위해 제206 사단에 요청했지만
사단은 방어 태세의 결속성을 위해 거부했다. 결국 남은 이들은 강제로 동원되어
바리케이드를 쌓는 일 등을 했다.
사단은 민간인조차 바리케이드에 동원될 만큼 절박했지만, 정작 포위를 저지할 힘조차 없었다.
프스코프 함락 이후에도 거침없이 전진하는 소련군은 알욱스네를 손쉽게 포위했다.
알욱스네를 중심으로 한 제2 발트 전선군의 포위망에는
와해된 제78 강습사단을 포함한 3개의 사단이 갇혔다.
도시를 향한 3번의 소련군의 공세 끝에 외곽 방어선은 무너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시가전이 시작되었다. 강제로 동원된 피난민들은 모두 어디론가 도망쳤다.
하지만 제78 강습사단의 생존자들은 느끼고 있었다.
이들의 공세 능력은 처음 프스코프를 강타했을 때에 비하면 상당히 줄었다는 걸.
프스코프의 방어선을 갈기갈기 찢어놓던 중포병의 포격 폭풍은 사라졌다.
이제는 박격포탄만이 산발적으로 낙하하고 있을 뿐이었다.
전차와 함께 돌격해 오던 M3 하프트랙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트럭이 대신했다.
대공포조차 무시하며 벌떼 같이 날아오던 붉은 공군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기관단총과 수류탄만 들고 두려움 없이 참호로 진입하던 돌격조는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다.
제3 발트 전선군은 공세 1주일 만에 보병 전력의 30%, 기갑 전력의 50%를 상실했다.
전선군 사령부는 스타브카에 줄기차게 증원과 보급을 요청했다.
"현재 전선군은 전투력의 절반을 소진한 상태입니다.
장비와 탄약 보급 없이는 즉각적인 돌파는 불가능합니다."
제3 발트 전선군 사령관, 이반 바그라먄 대장이 스타브카와의 정기 통신에서 보고했다.
"핑계는 필요 없다. 핀란드에서는 같은 시기 훨씬 큰 성과가 있었다. 발트 전선군은 왜 이 모양인가?"
스타브카 부총참모장, 알렉세이 안토노프 대장이 냉랭하게 답했다.
"우리는 고립된 축선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지형은 호수와 숲으로 가득 차 있고, 적의 기갑 예비가 민첩하게 대응합니다.
단순한 돌파는 자살 행위입니다. 포위와 돌파를 위해선 최소한의 증원이 필요합니다."
"핀란드도 마찬가지로 호수와 숲으로 가득 찬 곳이다."
"동무, 제2 발트 전선군의 운명을 아셔야 합니다.
그들은 뵈르츠야르브 호수 방면에서 완전히 포위당해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남은 건 흩어진 패잔병뿐입니다. 지금 발트 전선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건 우리뿐입니다."
바그라먄은 절망을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제1 발트 전선군 역시 리가 서남에서 전진은 하고 있습니다만, 성과는 미미합니다.
적의 방어는 여전히 견고합니다. 우리 제3 발트 전선군이 북쪽에서 리가로 돌파해야
그들의 전진도 의미가 생깁니다. 그렇지 않다면 옆 축선의 진격은 그저 소모일 뿐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자네의 전선군이 성과를 내야 한다.
발트 전선군 중 누군가는 반드시 리가에 닿아야 한다.
제2 발트 전선군은 이미 사라졌다. 제1 발트 전선군의 전진은 더디다.
남은 건 너희뿐이다.
발트 전선에서 너무 오래 끌면 핀란드 전선에서의 정치적 성과가 희석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과를 가져와야 한다."
안토노프는 차갑게 잘라 말했다.
"그 성과를 가져오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증원을..."
"증원이나 보급은 성과가 발생하는 전선에 집중된다.
핀란드 전선에서의 붉은 군대의 승리는 국제적으로 선전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 스타브카 예비 보급품은 핀란드에 집중되고 있다. 증원은 없다.
증원을 원한다면 리가까지 나아가라."
통신이 종료되었다.
바그라먄은 참모들을 바라봤다. 참모들은 그의 표정에서 분위기를 읽었다.
그들은 서로를 외면한 채, 자신이 책상 위 문서만을 뒤섞거나 모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바그라먄은 조용히 생각했다.
'병력과 장비가 없는데 성과를 요구한다니, 이건 나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제2 발트 전선군이 몰락한 상황에서 내가 물러서면 나 또한 끝날 것이다.
역사는 늘 피로 쓰였고, 아마 이번에도 예외는 없겠지.
독일군이 여기로 밀려온다면... 나는 지워지더라도 이들이라도 살려내야 한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정비를 마친 AKO 기갑집단이 발가에서 발트의 철도망을 타고 빠르게 남하했다.
철로 위를 달려온 그들은 하루 만에 굴비네 인근 역에서 분산 하차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알욱스네로 접근했다.
AKO 기갑집단은 계획대로 도시로 진입하지 않고 도시 외곽의 포위망을 공격했다.
도시 외곽의 소련군 포위망은 이미 소진되고 지쳐있었다.
짧은 포격과 단 한 번의 전차 돌격에 포위망은 무너지고 참호는 텅 비었다.
바그라먄은 지도를 잠시 내려다보고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알욱스네는 포기한다. 도시에 진입한 부대도 포기한다. 철수다.
가능한 많은 장비와 인원을 오스트로프로 철수시킨다. 지금부터는 살아남는 것이 임무다."
참모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통신병은 손이 떨리는 채로 명령을 송신했다.
반박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소총과 전차가 아니라 속도와 질서뿐이었다.
도로는 전차 잔해와 뒤집힌 트럭에 막히고 교차로마다 야포가 버려졌다.
들것조차 부족해 부상병은 외투에 실려 끌려갔고 낙오자는 포기한다는 냉혹한 룰이 퍼졌다.
병사들은 중대장이나 대대장보다 정치장교를 더 찾았다.
정치장교들은 당의 이름을 방패로 감정을 억제한 채, 보다 현실적인 판단을 내려줬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 규율이 되었고, 전열을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자존심이 되었다.
산발적 포격이 이어질 때마다 대열이 웅크렸고, 다시 일어나 걷었다.
남겨진 중대가 무전으로 좌표를 불렀고, 그 뒤로 잡음만 흘렀다.
바그라먄은 흙먼지와 피 냄새 속에서 대열의 꼬리를 지켜보았다.
군사 지도자로서의 체면과 사람을 이끄는 자로서의 죄책감이 충돌했다.
그는 병사들을 버리면서도 그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계속하여 되뇌었다.
철수하는 전선군의 본대가 포위될 것 같은 순간에 마지막 예비, 동원 소총 군단이 투입되었다.
바그라먄은 그들을 투입하며 생각했다. 이들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두 시간이라고.
그들은 소총과 수류탄에 의지하여 교차로를 붙잡고 독일 전차의 파도를 두 번이나 막아냈다.
세 번째 공세에서는 모두 쓰러졌다.
쓰러진 자들의 이름은커녕 사단 단대호 조차도 외울 시간이 없었다. 그들이 벌어낸 시간만이 남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주력은 벨리카야 강을 넘어섰다.
마구잡이로 살포된 연막이 간신히 강을 넘어온 자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피로 물든 그날의 태양이 저물어 갈 무렵,
오스트로프 일대 벨리카야 강변에 첫 번째 방어 진지가 형성되었다.
독일군의 도하 시도는 없었다.
강 위에는 버려진 장비 상자와 시신들이 떠내려갔다.
모든 것이 끝나고, 바그라먄은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감췄다.
전선군은 살아남았고, 철수는 성공이라 기록되었다.
하지만 그의 장부에서는 보병의 절반과 중장비의 대부분이 지워졌다.
강 건너편 어디선가 마지막 무전이 전송되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바그라티온 작전 1단계 쿠투조프 공세에서 소련은 발트를 주공으로 삼았다.
제1·제2·제3 발트 전선군이 리가를 목표로 전진했고,
제1 전선군은 시울랴이–옐가바 방면 측방 압박, (지원)
제2 전선군은 에스토니아–발가 축선, (조공)
제3 전선군은 프스코프–굴비네 축선으로 진출했다. (주공)
그러나 보급은 빈약했고, 공병·도하 장비가 핀란드로 차출되며 공세 준비는 완벽하지 못했다.
산악·호수·삼림 지형 속에서 대형은 무질서해졌고, 부대는 뒤섞였다.
북부 집단군은 프스코프–굴비네 라인을 방어선으로 삼고 제78 강습사단, 제206 보병사단 등을 배치했다.
OKH 직속 예비인 AKO 기갑집단은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철도로 집결해 리가에 전개하였다.
집단군은 시간을 버는 모루, AKO는 섬멸을 담당하는 망치라는 구도가 작전의 핵심이었다.
소련군은 병력 집중과 포격, 전차 돌파를 앞세워 발트 전선 전역에서 전진했다.
초기에는 전선군 규모의 압도적 화력으로 독일군을 밀어내며 유리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지형은 그들의 기동을 방해했다.
호수와 삼림지대는 부대의 종심을 무너뜨렸고, 보급의 지연은 포격 지속력을 떨어뜨렸다.
제2 발트 전선군은 에스토니아 점령 이후 발가로의 돌파를 시도했으나,
AKO 기갑집단의 기습에 정면으로 노출되었다. 기습과 포위로 전선군은 궤멸적 타격을 입고 해체되었다.
제3 발트 전선군은 프스코프 돌파 후 알욱스네–굴비네 방면에서 공세를 계속했지만,
독일군의 기동 반격으로 시가지 포위망이 무너졌다.
후퇴를 강요받은 그들은 동원 소총 군단까지 소모하며 간신히 벨리카야 강을 넘어서 철수했다.
독일군은 방어선에 배치된 집단군 보병 사단이 ‘모루’ 역할을 수행하며 시간을 벌었고,
AKO 기갑집단이 ‘망치’로 적을 타격하는 전형적 섬멸전 구도를 성공시켰다.
발트의 숲과 호수가 독일군의 기동 방패가 되었고,
그 결과 소련군 공세는 결정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피로 물든 후퇴로 귀결되었다.
※ 소련군의 피해의 대부분은 제2 발트 전선군의 총체적인 붕괴에서 발생하였다.
독일군은 북부 집단군의 방어 손실에도 불구하고 AKO 기갑집단의 결정적 승리로 전황을 회복하였다.
방어선 유지
북부 집단군은 프스코프–굴비네 라인을 지켜내지는 못했지만,
시간을 벌며 소련군의 공세를 고갈시켰다. 주요 거점의 상실은 있었으나 전면적 붕괴는 피했다.
결정적 섬멸전 달성
AKO 기갑집단의 기동 섬멸전은 제2 발트 전선군을 사실상 제거했고,
제3 발트 전선군에도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혔다.
이는 독일군에게 ‘기동전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계속 키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전략적 효과
발트 전선의 주도권이 일시적으로 독일군에게 넘어갔다.
동부전선 북부에서 독일군은 주도적으로 작전을 전개할 여지를 확보했다.
이는 발트 해안 방어선을 안정시키고, 후속 작전 준비에 시간을 제공했다.
공세의 좌절
쿠투조프 공세의 발트 방면은 애초에 주공으로 설정되었으나,
제2 발트 전선군의 전멸과 제3 발트 전선군의 피로 물든 후퇴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리가 돌파는 좌절되었고, 발트 전선군 전체가 공세 의지를 잃었다.
전력 소모
제2 발트 전선군은 사실상 해체되었고, 제3 발트 전선군은 보병과 기갑의 절반 이상을 상실했다.
제1 발트 전선군도 측방 압박에 그치며 독자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결과 발트 축선에서의 전략 공세는 그 무게를 상실했다.
정치·전략적 타격
핀란드 방면의 공세 성과와 달리, 발트 방면은 큰 손실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다.
이는 스타브카 내부에서도 전력 운용과 축선 설정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소련군은 더 이상 발트 방면에서 주도권을 주장하기 어려워졌다.
소련군은 쿠투조프 공세에서 발트를 주공으로 삼았으나,
준비 부족과 불완전한 병참 체계로 인해 전력의 상당 부분을 소진한 채
독일군 기동 예비에 의해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제2 발트 전선군은 사실상 전멸했고, 제3 발트 전선군도 절반 가까운 전투력을 상실하며 철수했다.
호수와 숲으로 분단되어 연계되지 못하고 피해를 입은 소련 전선군의 상황은
그야말로 제1차 세계대전의 '타넨베르크 전투'의 재림이었다.
카프카스와 우크라이나의 인력과 자원의 장기적 상실에 이어,
발트 전선의 대규모 병력 손실은 소련군 동원 능력에 심대한 균열을 남겼다.
강력한 행정력과 강제 징집으로 단순한 병력 충원은 가능하더라도,
다년간 전투에서 길러진 정예병의 손실은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누적되고 있었다.
이는 단기적 전술·작전 성과와 무관하게 소련군 전투 지속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었다.
반면 독일군은 북부 집단군의 전선 유지와 AKO 기갑집단의 기동 타격을 결합해 전략적 주도권을 유지했다.
전선은 여전히 압박을 받았으나, 독일 측은 기동의 우위를 발휘하여 발트 전역에서
전쟁의 균형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철수로는 험난했다.
많은 병사들이 쓰러졌다.
쓰러지고 주저앉은 자들은 나아가기를 포기했다.
부중대장은 계속하여 '버텨라, 걸어라!' 하고 외쳤으나 병사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걸을 힘조차 없는 부상자들을 들것에 싣고 옮겨주던 병사들마저도 들것을 버리려고 했다.
대열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혼란 속에서, 정치장교가 방치된 부상병 곁에 다가갔다.
그는 부상병 옆에 앉아 붕대를 감아주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더 가자. 강 건너편에 의무대와 따뜻한 보르시가 있다."
그는 방치된 탄약 상자를 짊어졌다.
그리고 그가 외쳤다.
"붉은 군대는 인민의 수호자다. 그러나 그전에 우리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의 인민이다.
누가 전우를 버리는가? 누가 인민을 버리고 가는가!"
그는 앞에서 걸어가며 군가를 불렀다.
- 강철의 대열로 공세 속으로. 우리는 확고한 걸음으로 나아간다!
- 친애하는 수도가 우리 뒤에 있고, 우리의 전선은 지도자로부터 지명되었다!
그가 병사들을 둘러봤다. 병사들은 그의 단호한 표정에서 용기를 얻었다.
병사들은 군가를 따라 불렀다.
울분과 피로가 섞여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그 리듬은 다시금 발걸음을 이어주었다.
- 전투 소대의 행진 속에서 발 밑의 대지가 소리를 낸다.
- 우리 뒤에는 경애하는 공장들과 크렘린의 붉은 별들이 있다!
그날의 늦은 밤, 그와 그의 중대는 마지막으로 벨리카야 강을 넘은 부대였다.
철수 가능한 부대는 모두 철수했으니, 교량을 철거하자는 논의가 전선군 사령부에서 막 이뤄진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