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투조프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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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가시는 건 자유지만, 출처를 명기해 주세요)
[엔드지크] 시리즈
제1부 철혈의 지배
1944년의 장
중간장. 바그라티온 작전 1단계 : 쿠투조프 공세
스탈린이 나간 뒤에도 회의는 계속되었다.
줄어든 압박감에 참석자들은 조금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아무리 생각해도 늦었소. 공세를 앞당겼어야 해.
이르면 6월 초, 늦어도 6월 중순에는 시작했어야 했다고."
국방인민위원 제1차관, 게오르기 주코프 원수가 옷의 단추를 하나 풀며 말했다.
"가능이야 했겠지요. 공세를 시작하고 하루 이틀 만에 보급 문제로
주저앉는 꼴을 보고 싶었다면 말이오. 지휘체계 구성과 보급망 정비는 현실적인 문제요."
붉은 군대 참모총장 알렉산드르 바실레프스키가 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그는 약간 지쳤다.
"완벽한 준비가 선행된 작전 같은 건 어디에도 없소.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을 때 바로 나아갔어야 해.
서방 놈들 보라고. 그토록 오래 준비했건만, 완전히 뭉개졌잖소.
준비보다 중요한 건 공세의 전략적 방향과 그 기세, 그리고 임기응변이오."
"임기응변... 그건 현장에서의 판단이에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숙련된 장교와 하사관은 상실했는지 알고 계시오?
훈련도 제대로 되지 않은 군대로 대규모 전략 공세를 계획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방대한 일인지 생각해 보셨소?"
둘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하자 다른 참석자들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자자... 그렇게들 다투지 마시오. 아, 미국의 허시 초콜릿이 있는데, 좀 드시겠소?
이게 또 맛이 그렇게 좋아서, 챙겨뒀소. 긴장을 푸는데 이거랑 위스키가 제격이오."
소련 국방인민위원회 제1차관 니콜라이 불가닌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동무들, 우리의 계획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오.
하지만 초콜릿 한 조각은 기세를 돋우는 데 나쁠 게 없지 않소?"
그의 박수 한 번에 그의 비서가 정말로 초콜릿과 위스키를 가져왔다.
다들 잠시 아연실색했지만, 이내 그것들을 즐겼다.
"동무들, 낙담하지 마시오.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소.
유럽 해방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면, 모든 지연은 정당화될 것이오.
전 유럽의 노동자와 인민들이 우리를 기다리는데 성공 못할게 어디 있소? 건배!"
소련 외무상 바체슬라프 몰로토프가 잔을 치켜들었다.
"유럽 해방에 건배!"
"뱌차, 서방 놈들은 실패했지만 너무 뭐라 하지 마시오.
그래도 서방 놈들 때문에 이런 귀한 초콜릿을 얻게 됐으니, 그것만으로도 큰 승리 아니오?"
사람들은 키득거렸다.
시간이 흐르고, 다들 흩어질 채비를 시작했다.
누군가가 말을 꺼냈다.
"국민은 여전히 붉은 군대를 믿고 있어요.
문제는 전선이 아니라 불온한 마음이 번지지 않게 하는 것뿐이지요.
그리고 그 점에서 저희는 완벽하지요."
"NKVD에 건배..."
누군가 외치려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닙니다.
다만 말씀드렸다시피 우크라이나와 카프카스의 상실,
그리고 붉은 군대의 패배는 분명 민심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소련 내무인민위원, 라브렌티 베리야가 조용히, 그리고 차갑게 말했다.
회의실은 조용해졌다.
참석자들은 조금은 술이 깬 표정으로, 서로의 눈을 피하며 퇴장했다.
그들이 눈을 피한 채 걸어 나가는 사이, 잃어버린 시간은 이미 되돌릴 수 없게 흘러가고 있었다.
"왜 쿠투조프 공세인가."
작전 브리핑이 끝나자 스탈린이 물었다.
"예. 서기장님. 그는 조국전쟁 당시..."
바실레프스키가 답하려 했다.
하지만 스탈린은 차갑게 끊었다.
"지금이 역사 시간인가?"
"아닙니다. 의미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쿠투조프는 정면 결전보다 시간을 무기로 삼았던 장군이었습니다.
이번 작전도 일시적 손실을 넘어 최후의 승리를 보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인민에게 심어줄 이름이라 판단했습니다."
"최후의 승리라."
"그렇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작전적 철수에 혹시라도 불평하는 자가 나오지 않도록,
인민에게 붉은 군대는 승리하고, 승리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주며,
기어코 최후의 승리를 쟁취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공세입니다."
"어째서 핀란드와 발트인가?"
"적의 주력을 정면에서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북방에서 압박해 전선을 분산시키고,
핀란드를 전쟁에서 끌어내리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성과는."
"작전적으로는 레닌그라드의 안전 확보, 전략적으로는 추축 동맹 약화. 이상입니다."
"좋다. 쿠투조프라. 나쁘지 않군.
바그라티온 작전의 1단계는 쿠투조프 공세라 칭한다.
계획된 시간에 시작하게.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도록. 실패는 있을 수 없소."
바그라티온 작전은 7월 10일 시작되기로 결정되었다.
작전의 1단계, 쿠투조프 공세 역시 같은 날 시작되었다.
쿠투조프 공세의 시작일.
북방에 투입된 병력은 7개 전선군, 총 70여 개 사단, 전차와 자주포 1,000여 대, 항공기 1,600기.
이는 레닌그라드ㅡ스몰렌스크 라인을 지탱하는 소련의 마지막 예비전력이었다.
2개 전선군 20개 사단은 레닌그라드로 이동하여
겨울전쟁 이후 4년 만에 다시 카렐리야 지협을 돌파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만약 카렐리야 지협이 돌파된다면 비푸리가 노출될 것이고,
비푸리마저 함락된다면 수도가 노출되는 핀란드는 항복할 수밖에 없으리라.
나머지 5개 전선군 50개 사단은 43년 말 확보한 스몰렌스크로 이동했다.
이들의 목적지는 발트였다.
이미 피해를 입고 물러난 독일 중부집단군을 밀어내고, 발트 3국을 포위하여 북부 집단군을 고립시키는 것.
이것이 쿠투조프 작전의 핵심 공세축이다.
보조축이라곤 하지만 핀란드 방면 역시 엄연한 전략 공세의 일부였다.
레닌그라드 전선군. 사령관 레오니드 고보로프 대장.
카렐리야 전선군. 사령관 키릴 메레츠코프 원수.
레닌그라드의 포위전을 끝까지 버텨낸 고보로프와 겨울전쟁의 상처를 지닌 메레츠코프.
두 사령관이 이끄는 두 전선군이 이제 핀란드로 반격을 시작했다.
이들과 맞서는 핀란드군은 카를 구스타프 만네르하임 원수 휘하의 15개 보병 사단.
전차는 노획품, 그마저도 대부분은 겨울전쟁 때의 노획품.
그들은 대전차포 몇 문에 의지한 채, 압도적인 붉은 군대를 맞아야 했다.
4년 전 겨울전쟁에서 얼어붙은 숲과 호수는 소련군의 무덤이었다.
이제 같은 땅에서, 같은 적을 향해, 메레츠코프는 다시 칼을 뽑았다.
하늘을 찢는 포화가 카렐리야 지협을 뒤흔들었다.
수천 문의 포와 로켓이 숲을 불태우며 길을 열자,
메레츠코프의 병력은 마침내 4년 전의 상처가 남은 전장을 다시 밟았다.
소련군 포병대는 대포병사격이나 공중전력에 방해받지도 않고
두 시간 동안 일방적으로 공격준비사격을 퍼부었다.
포격이 종료되자 전장은 조용해졌다.
하지만 곧바로, 흙먼지와 화염 속에서 소련 보병이 밀려 나오고 전차의 궤도가 숲의 땅을 짓이겼다.
맞은편 참호에서는 핀란드군이 몰로토프 칵테일과 대전차포를 준비하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들은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포격으로 무너진 지형과 핀란드군과 그들이 설치한 장애물,
그리고 호수와 침엽수림마저도 소련군의 진격에 저항했다.
하지만 4년 전처럼은 되지 않았다.
3년 간이나 이어진 독일과의 전쟁에서 소련군은 강인해졌다.
아니, 강인해지지 못한 자는 모두 죽었다.
SU-76 자주포와 박격포 부대가 직접사격으로 참호를 제압했다.
그 후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여러 개의 돌격분대들이 참호로 진입하고, 저항하는 핀란드군을 사살했다.
참호는 불바다가 되고, 그 속으로 소련군이 파고들었다.
가장 강인한 자만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 자는 다음 참호나 다음 돌격에서 쓰러졌다.
대전차포도 별로 갖추지 못한 핀란드군에게 T-34 전차는 무적의 괴수였다.
겨울전쟁의 베테랑들이 전차에 몰로토프 칵테일을 던졌지만 전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전차가 불탄다고 전차병이 도망가지도 않았다.
불길 속에서도 전차는 앞으로 나아갔다.
궤도가 핀란드군의 참호와 시신을 짓눌렀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제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용감히 육박전을 가한 베테랑들은 모두 쓰러졌다.
신병들은 베테랑이 움직일 때만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함께 쓰러졌다.
소련군은 쉼 없이 전진했다. 죽어 쓰러진 자만이 쉴 수 있었다.
포로는 사살되고, 부상자는 방치되었다.
명령은 둘 뿐이었다. 멈추지 말 것. 물러서지 말 것.
핀란드군은 어떻게든 병력을 보존하고 철수하며 기회를 노렸다.
철수는 잔혹했다. 부상자는 버려졌다. 병력보다 장비가 우선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기회가 열렸다.
모든 것이 붉은 군대를 거부하고 있었다.
중첩된 침엽수림과 호수가 발을 잡았다.
저격과 박격포, 그리고 끝없이 달려드는 모기떼까지.
유일한 진격로는 그 사이의 도로였다.
누가 봐도 그곳은 죽음의 함정이었으나, 길은 하나였다. 소련군은 경계하며 나아갔다.
도로는 좁았고, 좌우의 숲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여름비에 젖은 전차와 보병이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섰다.
어느 순간부터 빈번하던 저격수조차 사라졌다. 숲은 조용했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소름 끼쳤다.
새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올랐다. 대전차포의 포격 소리가 울렸다. 박격포탄이 떨어졌다.
"좋다, 기습 성공이다! 중앙 집단을 잘라내라!"
핀란드군 중대장이 외쳤다.
그의 외침과 동시에 매복 진지에 대기하던 핀란드 병사들이 수오미 기관단총을 사격하며 돌격했다.
소련군이 산개하고 흩어지기도 전에 좌우의 숲에서 위장복을 입은 핀란드군이 쏟아져 나왔다.
"앞 뒤는 신경 쓰지 마라! 눈에 보이는 이반은 전부 죽여! 야포에는 폭약을 설치해라!"
소련군은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장교는 산개와 반격을 명령했으나 그 직후 저격에 쓰러졌다. 전차가 불타오르고 보병들이 쓰러졌다.
핀란드가 자랑하는 '모티 전술'.
숲과 호수의 미로를 따라 스며드는 치명적인 일격이 가해졌다.
두 개의 중대가 좌우에서 가한 기습에 완전히 노출된 붉은 군대 소총병 대대가 겨우 30분 만에 소멸했다.
"이 상태라면... 전과확대를 노려도 되겠다. 노획품을 빠르게 확보해라. 가능하면 선두 제대도..."
핀란드군 중대장 1명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는 기뻤다.
겨울전쟁의 베테랑으로써, 자신이 싸워온 방식이 아직도 먹힌다는 기쁨이었다.
"아니, 온다! 벌써 왔다!"
상사가 외쳤다.
멀리서부터 쏘아지는 총탄이 병사들을 스쳤다.
T-34 전차 1대를 앞세운 M3 하프트랙 4대가 빠르게 다가왔다.
그 뒤로는 끝없는 붉은 물결이 다가오고 있었다.
"철수, 철수해라! 모두 흩어져라! 합류지점으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노획무기와 서류를 줍고 있던 병사들은
자기 소총만 간신히 챙긴 채 서둘러 철수했다.
승리의 환호를 외치던 입술은 두려움으로 말라붙어 있었다.
카렐리야 전선군은 오늘 2km를 전진했다.
핀란드군의 주 방어선은 무너졌으며, 저항은 산발적이었다.
쿠티셰르비의 전투는 보고서의 한 줄조차 차지하지 못했다.
별다른 반격이나 전세역전의 기미 없이 계속 밀려나던 핀란드군은
비푸리와 타이팔레 사이에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방어선을 세웠다.
아직 채 굳지도 않은 콘크리트 벙커와 비푸리의 건물을 해체해서 만든 대전차 장애물,
그리고 독일에서 온 선박에 실려있던 각종 지뢰 한 줌. 그리고 핀란드군의 용기 한 스푼.
이것이 비푸리를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고보로프 대장의 레닌그라드 전선군은 압도적인 숫자와 화력을 앞세워 비푸리 요새선을 타격했다.
우박폭풍처럼 쏟아지는 중포와 카튜샤 사격 후에 전차를 앞세운 소련군이 요새선에 접근했다.
포연 속에서 요새를 지키던 핀란드 병사들은 이 벽이 무너진다면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결의를 다졌다.
참호 속 인간의 용기와 강철의 전쟁 기계가 비푸리에서 충돌했다.
레닌그라드 전선군의 주력이 비푸리 요새선을 공격하는 와중에
카렐리야 전선군의 2개 보병사단은 비푸리의 동쪽을 확보하기 위해 쿠파르사리로 나아갔다.
늪과 호수로 둘러싸인 협소한 회랑은 모티 전술을 펼치기 좋아 보였다.
소련군이 회랑을 통과할 때, 핀란드군은 강력한 기습공격을 준비했다.
"대대, 정지!"
소련군 소총대대장이 외쳤다. 그는 노련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겨울전쟁에서 중대 전체를 상실했던 그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무슨 일이신지..."
중대장 한 명이 다가왔다.
"후속 제대가 오고 있습니다. 어서 나아가죠."
정치장교는 빠른 이동을 건의했다.
"주변을 둘러보라. 그리고 30초 뒤, 가장 수상해 보이는 곳을 쏴라!"
얼마 뒤, 여기저기 사격이 시작되었다. 그와 동시에 핀란드군 병사 몇몇이 뛰쳐나갔다.
"매복이다, 반격하라! 후속 제대에도 전해!"
대대장이 외쳤다.
기관총 사격이 숲을 휩쓸자 위장복을 입은 병사들이 갈대처럼 쓰러졌다.
일어서는 자는 모두 사살되었다.
"이 이반 놈들이, 몇 번이고 당하진 않겠다는 건가…"
참호에 웅크린 핀란드 소대장은 총알이 날아들자 이를 악물었다.
기습은 간파당하고 고착되었다.
곧이어 M3 하프트랙을 타고 돌격소대가 도착했다.
기관단총과 수류탄, 경화염방사기로 무장한 돌격조들은
나무 사이와 구덩이에 박혀있던 핀란드군을 모두 쓸어버렸다.
화염방사기가 잔혹하게 분사되고, 인간과 나무가 함께 타올랐다.
항복도, 포로도 없었다.
간신히 도망친 몇 명만이 숲 속으로 사라졌다.
소련군은 쿠파르사리를 돌파하고, 비푸리의 북동쪽이 완전히 노출되었다.
이에 더해, 붉은 해군 발트 함대의 함포 사격까지 뒤따랐다.
용전 허무하게, 비푸리 요새선은 1주일 만에 돌파되고 비푸리는 함락되었다.
핀란드는 비푸리 함락 이후에도 계속 저항했다.
하지만 어떤 수를 써도 전황을 뒤집을 순 없었다.
소련군은 계속 전진했고, 핀란드 내륙으로 전진할 준비를 마쳤다.
다음 목표는 비푸리 동쪽의 탈리와 이한탈라였다.
이곳을 확보하면 핀란드 내륙으로 이어지는 철도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국가를 걸고 싸울 시간이 되었다는 걸 모두가 직감했다.
징병 가능한 이는 모두 징병되었다. 생산이나 유지보다 전투가 우선시 되었다.
붉은 군대가 비푸리에서 잠시 정비하는 그 짧은 시간에, 핀란드는 필사적으로 결전을 준비했다.
핀란드군 총사령관 카를 구스타프 에밀 만네르하임 남작이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급편 보병사단 2개. 간신히 보충된 보병사단 4개.
무너진 보병사단을 해체하고 재편성해서 만든 보병여단 2개.
드디어 도착한 독일의 지원, 돌격포 1개 대대와 혼성항공대대 1개.
그에 비해 투입되는 소련군은 비푸리에서 북상하는 레닌그라드 전선군 10개 사단과
쿠파르사리에서 서진하는 카렐리야 전선군의 2개 사단!
바야흐로 핀란드의 마지막 저항이 시작되었다.
만네르하임 원수는 지휘소에서 나와 최전선 참호로 이동했다.
너무나도 어린 병사들이 불안하게 자신을 쳐다보거나,
재징집된 노병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여기... 여기는 소련군의 주타격방향이다. 베테랑으로 전선을 강화하라."
"원수님, 이들은 저희 군의 최정예입니다."
동행한 연대장이 답했다.
"...더 필요한 건 있는가?"
"지뢰, 대전차포, 사람... 뭐든 좋습니다. 뭐라도 주시면 그거로 싸우겠습니다."
여름비에 젖은 참호에 웅크린 병사가 떨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일까, 추위 때문일까. 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이들이 내일을 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원수는 참호선을 둘러보고, 그들과 눈을 마주쳤다.
간간이 이어지는 포격 소리를 뒤로한 채, 남작은 지휘소로 이동했다.
전개를 마친 레닌그라드 전선군이 동시에 공격을 시작했다.
하늘이 검은 포연으로 가려졌고, 숲은 불길에 무너져 내렸다.
수천 문의 포와 수백 대의 전차가 일제히 움직였다.
붉은 군대의 병력은 한 줄로 서서, 핀란드의 마지막 성문을 향해 밀려나갔다.
소련군은 맹렬하게 공격했다.
집중된 포격은 방어선을 뒤흔들었고, 조금의 틈만 생기면 돌격조들이 파고들어 왔다.
곳곳에서 전차를 돌진시키고,
파괴된 전차의 수로 대전차포 밀도를 파악하고 가장 밀도가 낮은 곳에 전차를 집중시켰다.
하늘에선 붉은 공군의 IL-2가 폭탄과 화염을 쏟아냈다.
핀란드군 역시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판처파우스트를 든 대전차병이 쓰러졌다. 부사수는 사수보다 판처파우스트를 먼저 회수했다.
아무도 그를 탓하지 않았다. 그는 용기 있게 전차를 겨누고, 사격했다.
섬광과 불꽃이 치솟았다.
강철의 괴수는 붉게 타오르는 관통구를 남긴 채 쓰러졌다.
다음 전차가 포연이 날아온 곳을 포격했다. 그도 쓰러졌다.
인간의 파도가 계속하여 참호로 달려들었다.
철조망지대에 묶인 돌격조들이 기관총 사격에 쓸려나갔다.
마치 고슴도치와 싸우는 듯, 참호에서 총탄이 계속 튀어나왔다.
핀란드군은 변변한 대공포조차 없었으나 소련 공군은 한 번의 지상공격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중기관총을 묶어 제작한 급조 대공 기관총들이 그들의 날개와 엔진을 파괴했다.
그들의 저항은 용감하였으나, 붉은 군대는 진흙을 삼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탈리 전선에 밤이 찾아왔다. 불꽃은 아직 타오르고 있었지만 군대는 잠시 멈췄다.
늦은 밤, 각자의 지휘소로 전투피해평가가 도착했다.
만네르하임 원수는 보고서를 신중하게 읽었다.
핀란드군은 제1참호선을 잃고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복구할 수 없는 사상자도 아팠지만, 제1선에 놓인 대전차화기의 손실은 뼈에 사무쳤다.
대전차화기가 없다면 방어선은 무용지물이리라.
그는 방어선을 재조정했다. 붉은 군대를 저지할 수 없었다.
6개 사단 모두를 전면에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남작은 눈물을 삼켰다.
레닌그라드 전선군의 고보로프 대장 역시 보고서를 받았다.
성과 : 핀란드군 제1참호선 돌파, 적 약 3천 사상.
피해 : 약 1.5만 명 사상. 2개 소총병 사단 전투력 완전 상실.
건조한 문체의 보고서를 읽는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비푸리까지의 손실도 컸지만, 이번 손실은 너무 컸다.
900일에 걸친 처절한 레닌그라드 방어전에서 그와 함께했던 사단 두 개가
단 하루 만에 전투서열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사단을 순환하고 공세를 계속할 것. 지시가 내려졌다.
짙은 안갯속에서 붉은 군대가 움직였다.
레닌그라드 전선군은 다시 탈리의 참호선으로 돌격했다.
전장은 금세 피로 물들고, 화염과 포연이 안개를 쫓아냈다.
소련군은 전날 공세로 무너졌으리라 판단되던 곳들로 진격했지만
그곳들에서 가장 큰 저항이 있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소총병 연대 하나가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하지만 다른 방향에서는 또 다른 기동이 시작되었다.
이미 쿠파르사리를 확보한 카렐리야 전선군의 2개 소총병 사단이
전차 여단을 선봉에 내세우고 이한탈라로 전진했다.
이한탈라.
헬싱키와 탈리를 잇는 연결망이 노출되었다. 핀란드 유격대가 상황을 빠르게 전했다.
만네르하임 원수는 지도를 펼쳤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하고 살펴봤지만 답은 이미 나와있었다.
예비대가 없다!
그의 손에는 단 한 줌의 예비대도 없었다.
모든 사단들이 전면방어에 투입되고도 소련군을 잠시 저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예비대 같은 사치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한탈라는 너무 치명적이었다.
그곳은 지금 여기서 싸우는, 핀란드 전 군의 목줄이다!
그는 지휘소를 나와서 이동했다. 방법은 하나였다. 그것이 아무리 굴욕적이더라도.
"카르데네오 대위. 잠시 이야기 좀 하겠소?"
남작은 대위에게 찾아갔다. 그들은 따로 주둔하고 있었다.
얼마 전 증원된 독일군 303돌격포 여단.
22대의 3호 돌격포와 9대의 돌격곡사포.
대대급 규모에 불과한, 전차도 아닌 돌격포 부대 한 줌.
이것이 상호방위조약, 군사동맹을 가차 없이 밀어세우던 자들이
최악의 순간에 보내준 유일한 것이었다.
하지만 남작은 그것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원수 각하께서 이런 곳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이한탈라로 소련군이 오고 있네. 그들을 저지해 주게."
"규모는 어떻게 된답니까."
그의 태도는 거만했다. 일개 대위가 원수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 전차와 보병이 섞인 사단급 한 두 개라고 들었는데..."
원수는 말을 흐렸다.
"원수 각하. 저희는 중전차 대대도 아니고 그런 걸 저지할 수는 없습니다.
예비대라도 투입하시지 그러십니까?"
"예비대는 없네. 자네들이 마지막 희망이야. 부탁하네."
"우리도 베를린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못 받습니다, 각하. 이게 전부입니다."
"어떻게든 지원을 보내주겠네. 가서 싸워주게. 우리가 함께 싸운다는 걸 증명해 주게."
"그럼 각하. 약속해 주시지요. 반드시 증원군을 보낼 거라고."
"어떻게든 노력하겠네."
"확답이 없으시면 가지 않겠습니다."
"..... 알겠소. 증원군을 보내주겠소."
"약속하신 겁니다. 저희는 이동 준비를 하죠. 그럼 이만."
원수. 남작.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나는 지금 국가를 위해 구걸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그는 홀로 늙은 어깨로 국가를 짊어지고 있었다.
원수는 끝내 탈리 방어선의 가장 우측방에 배치된 제3독립보병여단을 이한탈라로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 지역의 6사단이 제발 버텨주기를, 그 하나만을 기원하면서.
Ju-87 슈투카 급강하폭격기 편대가 지상을 강타했다.
숲 사이의 협로에 늘어선 차량들이 화염과 폭풍에 휩쓸렸다.
숲의 출구에서는 북방에서는 보기 드문 기갑 전투가 한창이었다.
낮은 차체를 기반으로 초목과 마을 사이에 매복한 돌격포들이 소련 전차를 때려눕혔다.
"제3 돌격포 소대는 지금 위치에서 세 발 쏘고 후퇴해!"
카르데네오 대위가 외쳤다.
몇 대나 격파했지? 30대? 40대? 전차만 잡아도 대충 그 정도는 되는 거 같은데...
하지만 검은 숲에서 전차와 장갑차, 하프트랙은 계속해서 나왔다.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소련 전차 아래에서 그의 부대는 소진되고 있었다.
"여긴 152호! 151호 피격! 철갑탄에 명중했습니다! 생존자는... 없어 보입니다!"
"155호 철갑탄 전량 소진! 고폭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연막탄 다 썼다! 연막탄 남은 차량 있나!"
"연막탄은 커녕 연료도 보급 못해준다. 마지막까지 싸운다."
카르데네오 대위가 답했다.
절망적인 보고가 계속 들려왔다. 대부분의 차량이 파괴되거나 탄약을 소진했다.
핀란드군 제3 보병여단 역시 분투 중이었다. 하지만 이제 곧 그것도 끝날게 분명했다.
"지휘전차 전진. 우리도 전투에 합류한다."
대위는 생각했다.
제길. 제기랄. 독일에 있길 그렇게 바랬는데.
내 마지막이 얼어붙은 북국에서의 쓸쓸한 최후라니.
"여긴 지휘전차. 대전차고폭탄 장전.... 사격 개시ㅡ"
얼마 뒤, 소련 전차 3대를 격파한 카르데네오 대위의 3호 돌격포가 파괴되었다.
그날 저녁, 카렐리야 전선군의 선두 사단이 이한탈라를 점령했다.
그 결과로 탈리와 그 방어선 전체가 포위당했다.
... 핀란드군 주력 전체가 포위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도 앞에 선 만네르하임 원수는 보고를 받고 조용히 서있었다.
결과는 예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필연적인 패배가 슬펐다.
핀란드는 모든 것을 걸었고, 최선을 다했지만 패배했다.
누구도 항복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선택의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다들 정말 용감히 싸워주었소."
남작이 입을 열었다. 누군가 구석에서 흐느꼈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제 둘 뿐이오. 항복할 것인가,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 싸울 것인가."
"원수님, 저희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싸움을!"
"지체하면 소련군이 최후통첩을 가할 겁니다. 그전에 결단을!"
"볼셰비키의 손아귀로 떨어진다면 어차피 모두 죽을 겁니다!"
장군들과 참모들은 최후까지 싸우자고 외쳤다. 남작은 고뇌에 빠졌다.
소란의 와중에 부관이 빠르게 다가왔다.
"원수 각하. 헬싱키에서의 긴급 연락입니다."
장군과 참모들도 그 말을 들었다.
서로가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혹시... 기적이 생긴다면...
원수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암호화 통신기의 수화기를 들었다.
"예, 여기는 카렐리야 지협군 사령부, 사령관입니다."
"레닌그라드 전선군의 탈리 정면 공격과 이와 연계하여 이뤄진
카렐리야 전선군의 이한탈라 기동은 결정적인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핀란드군 6개 사단, 사실상 핀란드의 전 군이 포위망에 갇혔습니다."
바실레프스키가 보고했다.
"아주 좋소. 우리 친구들이 일을 잘 해냈군.
하지만, 6개 사단이 전 군인가. 핀란드는 궁핍하군."
만족한 표정의 스탈린이 말했다.
그는 한숨을 쉬며 파이프를 물었다.
이제 핀란드는 요리 준비가 끝난 채 도마 위에 올라왔다.
문제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굴복을 받아낼 것인가였다.
"그럼, 저 반항적인 핀란드를 어떻게 굴복시킬지 말들 해보시오."
"서방 동맹은 유럽에서 물러났습니다. 유럽 해방의 위업이 연방 앞에 놓여있습니다.
핀란드는 그 첫 승리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핀란드에서 취하는 태도는 곧 연방이 유럽을 대할 태도입니다."
불가닌이 말했다.
"듣기 좋군. 하지만 말만 번지르르하면 안 되오. 일을 하기 전에 장단점을 정확히 따져야 하오.
실패하면 핀란드가 아니라 모스크바의 책임이 될 테니."
"크게 보면 3가지 정도 선택지가 있겠습니다. 군사 점령. 위성국. 정부 유지 및 항복 수락."
몰로토프가 답했다.
"각각의 장단점을 말해보시오."
"군사 점령은 핀란드를 완전히 굴복시키는 선택지입니다.
이후에 잘만 하면 핀란드를 우리 입맛에 맞게 조정하고,
최종적으로는 연방 편입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치안 유지와 군대 주둔. 그리고 시간.
특히 서방 동맹들은 이것을 매우 경계할 것입니다."
"군사 점령은 가능하오. 하지만 병력과 보급을 분산시키면 독일 전선에 구멍이 날 수 있소."
주코프가 한마디 거들었다.
"서방 놈들은 차치하더라도, 영 내키지 않는군. 다음."
"위성국은 정부 교체가 핵심이지요. 파시스트 놈들과 협력한 지금 정부를 갈아치우고,
우리 입맛에 맞는 이를 내세우는 방식."
"아주 좋아 보이는데. 단점은 뭐지."
"그 위성국이라는 게 우리 생각대로 잘 굴러갈지가 문제입니다.
하지만 단기 통제력은 비교적 저비용으로 확보되겠지요."
"이걸 기본으로 생각하지. 그다음. 항복 수락은."
"가장 쉬운 선택지입니다. 지금도 계속 헬싱키에서 오고 있는 연락을 받고,
겁주고 소리친 뒤 배상금이나 기타 조차치 등을 받고 4년 전으로 국경을 되돌리는 것."
"정부 유지안은 위험합니다. 불온세력이 기회를 잡습니다. 완전히 갈아치워야 합니다."
침묵하던 베리야가 말했다.
고민하던 스탈린이 결론을 내렸다.
"좋다. 항복은 없다. 포위한 핀란드군을 섬멸하라. 무조건 항복만 받아들인다.
그렇지 않다면 핀란드를 치우고 우리 정부를 세운다. 핀란드 따위는 없어도 된다.
유럽은 어차피 우리의 것이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바실레프스키만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떨궜다.
소련의 진정한 목표가 핀란드인가, 독일인가. 하지만 목소리를 낼 용기는 없었다.
"원수. 소련은 무조건 항복만을 요구했습니다...
정부 해체와 무조건 항복... 이것은 너무 가혹합니다."
"그렇습니까. 예상한 바입니다. 볼셰비키의 잔인함은 봐왔잖습니까. 그래서 답변은."
"죄송합니다, 원수... 우리는 거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신이 함께한다면 다시 뵐 수 있기를. 이만."
남작은 수화기를 내렸다. 그리고 주변을 잠시 둘러봤다. 수많은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협상은 결렬되었다. 카렐리야 지협군은 즉시 헬싱키로 이동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절망에 찬 탄식이 사령부를 덮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감싸 쥐었고, 누군가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모두 곧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나라와 군은 패배했지만 아직 살아있으니까.
소련은 쿠투조프 공세를 통해 북방(핀란드, 발트)을 압박하여 독일 전선을 분산시키고,
레닌그라드 안전 확보와 추축 동맹 약화를 목표로 삼았다.
카렐리야 지협 돌파와 발트의 북부 집단군 포위가 핵심이었으며,
7개 전선군 70여 개 사단이라는 대규모 병력이 투입되었다.
이 중 핀란드 전선에 2개 전선군 20개 사단이 동원되었다.
핀란드는 수도 헬싱키를 비롯한 내륙 핵심 지역 방어를 위해
카렐리야 지협 방어에 모든 병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숫자와 화력을 갖춘 소련군에 의해 소모되고 무너졌다.
소련군은 병력집중과 포격·전차 돌파로 전선 전체에서 유리하게 진격했으나,
핀란드는 겨울 전쟁과 흡사하게 지형을 활용한 매복(모티 전술)으로 일시적 전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일부 전술적 성과만 거뒀을 뿐, 비푸리 전투에서 결정적 방어선을 잃었다.
이후 핀란드는 전력을 총동원하고 독일의 돌격포와 항공대대 지원까지 받으며
탈리와 이한탈라 인근에서 결전을 시도했다.
핀란드는 일시적으로 소련군을 막아냈지만, 이한탈라가 돌파되면서 주력이 포위되었다.
3. BDA(Battle Damage Assessment) 요약 – 쿠투조프 작전 시작 ~ 탈리-이한탈라 포위전 종료까지
※ 핀란드군의 대규모 피해는 비푸리 함락과 탈리-이한탈라 전투의 포위망 봉쇄에서 발생하였다.
독일 지원전력(303 돌격포 여단 등)은 탈리-이한탈라 전투에서 모두 소멸하였다.
1) 핀란드군
핀란드는 비푸리의 상실과 이한탈라 돌파로 수도권 접근 축이 노출되고 전략 방어선이 무너졌다.
또한 전투 손실로 포병·수송망 붕괴로 작전급 공세 능력을 상실했고, 국지적인 지연전만 가능하다.
결국 핀란드는 내륙 방어로 중점을 전환하였고, 정치적 결단의 압박이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었다.
2) 소련군
소련은 카렐리야 지협의 완전 확보로 레닌그라드의 안전을 확보하였다.
군사적으로는 비푸리–이한탈라 축 장악과 핀란드군 주력 포위·소멸로 북방 위협을 제거하였다.
또한 핀란드의 전쟁 지속 의지 약화로 항복 압박이라는 정치적 카드를 획득하였고,
추축 동맹 결속 약화에도 성공하였다.
추가로 철도·도로 거점(비푸리) 확보로 보급선이 단축되었고,
해군 함포지원과 공군 운영의 자유도 확대되었다.
소련은 핀란드라는 조공 축 성과에 집착해 병참·화력·시간을 과도하게 투입하면서
발트, 독일 주력 축선으로의 전력 전환을 지연시키고 공세 능력을 소진하고 있었다.
핀란드는 주력 병력과 물자를 대규모로 상실해 공세 능력을 잃고
수도권 방어와 지연전만 가능한 상태로 전락하였다.
결과적으로 전장에서 소련이 전술·작전 성과를 얻는 동안 전략 차원에서는 소모와 분산 위험이 커졌고,
핀란드는 군사적 주도권을 상실한 채 정치적 결단을 강요받는 국면이 성립하였다.
불타버린 숲 속 피로 물든 탄피로 가득 찬 참호, 이한탈라 외곽.
낡고 피에 물든 군복을 걸친 핀란드군 일병이 한숨을 쉬었다.
주변 동료들은 모두 쓰러졌다. 미동조차 없었다.
주변에서 러시아어가 들렸다. 그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화가 났다.
그는 주머니 속 빛바랜 훈장을 만졌다.
4년 전,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 대신 쓸쓸히 돌아온 훈장.
그는 어렸었지만, 아버지가 떠날 때 말한 말은 기억하고 있었다.
'볼셰비키에 가족을 바치고 항복할 바에야 최후까지 싸우고 말지.'
그는 아버지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우리를 떠난 것이 아니고 우리를 지켜준 것이라고.
그는 수오미 기관단총을 잡았다. 그리고 결연히 탄창을 갈았다.
이제는 그의 차례였다.
최후의 핀란드인은 그렇게 최후까지 싸웠다.
그의 곁에는 아버지와 가족의 그림자가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