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여행

100일의 글쓰기 - 13번째

by 천세곡

기회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더 자주 떠나기로 마음먹은 지 얼마 안 되어 또 여행을 다녀왔다. 그것도 친구와 함께.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통화하던 중 싱겁게 몇 마디 주고받다가 무언가에 홀린 듯이 갑자기 결정해 버렸다. 솔직히 말해서 전화를 끊자마자 내가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정이 있는 40대 아재 둘이 떠나는 여행이라니.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지만 어색하고 생뚱맞다. 가족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다. 사춘기의 청소년 둘이 여행을 가는 것 마냥 허락이 쉽지 않았다.


우리의 여행지는 속초였다. 숙박할 곳만 예매했고 따로 계획은 짜지 않았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기에 짐도 별로 없어서 내 차를 타고 다녀오기로 했다. 경차라 기름도 덜 먹고, 톨게이트 요금도 할인되니 경비도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사실 내가 운전하기 위해서 내 차로 가자고 한 것도 있었다. 예정에 없던, 계획도 없이 떠나는 여행이지만 목적은 있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이 대화하는 것. 이것이 내가 가진 여행의 목적이었다.


친구는 최근 무척이나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중이다. 개인사라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공황장애 증세까지 생길 정도로 많이 힘들어한다. 가까운 사람이 이 정도의 큰 어려움을 겪는 일이 나도 처음인지라 안타까우면서도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다.


작년부터 틈틈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오긴 했는데, 충분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헤어질 때마다 아쉬움과 미안함이 컸다. 이틀의 시간 동안 우리는 차 안에서 그리고 속초의 식당과 카페에서 평소보다 더 많이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여행의 구색을 맞춘다고 잠시 바다 구경도 하고 속초 명물이라는 닭강정도 사 먹었다. 중간중간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함께 웃기도 했다. 조금이나마 친구의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의 환기가 되었기를. 나를 위한 여행도 좋지만, 너를 위한 여행도 좋은 것 같다.




*사진출처: 천세곡의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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