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보기보다 돌보는 것.

100일의 글쓰기 - 12번째

by 천세곡

올해로 벌써 7년째 다니고 있는 한의원이 있다. 오래 다니고 있다는 게 자랑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쌓인 신뢰가 있어서 계속 찾게 된다. 나름 단골인 셈이다.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며 세심하게 진료해 주시는 원장님의 태도가 참 좋다.


워낙에 타고난 약골인 데다 성격도 예민한 탓에 스트레스를 잘 받는 편이다. 20대 때는 그래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나이를 먹어가니 확실히 몸으로 오는 반응이 늘어났다. 큰 병이 없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곳저곳 기능적으로 저하가 되니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나 소화기관 쪽이 약해서 한의원을 다니기 전까지는 내과를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양약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먹을 때만 괜찮고 약을 끊으면 재발하기 일쑤였다. 이런 상태가 몇 년 지속되자 지치는 감도 없지 않았고 걱정도 되었다. 그럴 때쯤 지인의 소개를 통해 한의원을 알게 되었고 꾸준히 다니기 시작했다.


팔체질 전문 한의원인데 그곳에서 침을 맞고 체질에 맞는 한약 복용을 하면서 몸이 많이 좋아질 수 있었다. 다행히 한방 치료가 내게 잘 맞는 듯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원장 선생님이었다. 언뜻 보면 살짝 차가운 인상을 받을 수도 있는데 불편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질문을 하면 최대한 꼼꼼하고 자세히 대답을 해주셨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험상 병원은 언제나 긴장이 많이 되는 곳이다. 특히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받는 시간은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괜히 주눅이 들어 궁금한 것이 있어도 질문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간혹 용기 내서 묻더라도 대답을 잘 안 해주실 때가 많아 마음이 불편했다.


어쩌면 병의 치료는 진료실에서 나누는 대화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병을 낫게 하는 것은 약물이겠지만, 의사가 보여주는 잠깐의 경청과 공감만으로도 환자가 더 큰 용기와 확신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심은 예외 없이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도 통한다고 믿는다.


치료만 잘해 주면 되지 그게 뭐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별히 실력이 의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왕이면 나를 존중해 주는 따뜻한 의사가 나은 것 같다. 병원은 돈을 버는 곳이기도 하지만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곳이기도 하다. 단골 한의원을 다니며 몸이 좋아진 것은 한약과 침의 효능도 있겠지만 원장님의 공감적 경청과 헤아림 덕분일 것이다.


병원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돈으로만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우리는 단순히 의료 기술자를 만나기 위해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고, 나와 같이 심장을 가진 존재에게 도움을 구하러 가는 것이니까.




*사진출처: Photo by Hush Naidoo Jade Photography on Unsplash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 오는 날의 냄새를 좋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