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 34번째
산책의 계절이다. 높고 맑은 하늘, 산들산들 부는 바람, 발끝에 차이는 낙엽, 걸어 다니기 딱 좋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쏘다니기 좋은 시절이다.
여름은 끈적거리고, 겨울은 미끄럽고, 봄은 꽃가루 때문에 재채기만 실컷 하기 때문에 나는 주로 가을에 많이 걷는다. 평일에는 주로 밤에 걷고, 휴일에는 낮에 걷는다. 말이 거창해 산책이지, 동네 한 바퀴를 돌아오는 코스다.
거닐다 보면 계절의 변화부터 눈에 띈다. 어젯밤 내린 비에 벌써부터 길 위에 떨어진 은행열매의 사체를 피해 종종걸음으로 보도블록 사이를 지나친다. 열심히 털갈이 중인 나무들이 요란하게 가지를 흔들어 대고 있다.
동네 모습도 날마다 조금씩 변화가 있다. 며칠 전까지 영업했던 닭칼국수 집이 문을 닫았다. 돼지국밥 집으로 바뀐다고 씌어있다. 개업하지 얼마 안 된 곳이었는데 벌써 없어지다니, 돼지고기보다 닭고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무척 아쉽다. 한번 꼭 먹어보리라 생각했던 집인데 이렇게 빨리 없어질 줄 몰랐다.
곳곳의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천히 호흡하며 차분하게 걸을 때, 어제와 다른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듯, 다른 길을 걷는 일은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일상도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변화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부터가 어제의 내가 아니다. 얼굴 어느 한 곳의 주름은 더 깊어졌을 것이고, 기미나 점이 하나 더 생겼을지도 모른다. 아마 머리카락도 몇 가닥 더 빠졌겠지. 겉모습뿐 아니라 마음도 그렇다. 오늘의 마음이 어제의 마음과 같지 않다. 변한 내가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기 위해 나서는 것이 산책일지도 모른다.
가을은 큰 변화를 겪는 시기이다. 자연의 가을이 그렇고, 인생의 가을도 그렇다. 모든 것이 변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는 지금, 걷기 딱 좋을 때다. 삶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아니 이미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싶다면 산책부터 하는 것이 옳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나서보려 한다. 어제와 달라진 곳을 걸으며, 그곳에 달라진 내가 있음을 발견하기 위해 걷는다. 변화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서 걷는다. 걷지 않았다면 미처 몰랐을 것이다. 가을이 산책의 계절이라는 것을.
*사진출처: Photo by MINGYUE SU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