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 35번째
지난 주말 정신과에 다녀왔다. 요즘 바뀐 정확한 명칭으로는 ‘정신건강의학과’이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이곳에서 진료를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신과에 가기로 결정하기까지 주저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생각처럼 많이 망설인 것도 아니었다. 이미 충분히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액체류 목 넘김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깜짝 놀라는 일들이 더 잦아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감정 상태였다. 무기력과 우울감 그리고 불안함. 전과 달리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 것은 물론, 말 한마디에도 기분이 쉽게 상하거나 분노가 올라왔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스스로 병원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가급적 집에서 가까운 곳이었으면 했다. 어느 병원이 좋을지 검색을 하는데 생각보다 정신건강의학과가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 관심이 없어서 안 보였을 뿐, 동네 곳곳에 정신과 진료를 보는 병원들이 꽤 있었다.
검색을 하며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병원에 관심이 갔다. 시설도 깨끗하고, 평도 괜찮은 것 같아서 전화로 예약을 했다. 담당자분이 워낙 친절하셔서 내 안에 조금 남아있던 걱정도 이겨낼 수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가본 정신과는 의외로 편안했다. 나는 겁이 많은 편이라, 병원에 가면 무조건 긴장을 많이 한다. 적어도 이곳은 내 몸을 칼로 짼다거나 무턱대고 주사 바늘을 꽂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인 듯하다. 조용히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과 편안한 소파 덕분이었을 수도 있다.
간호사 분의 안내에 따라 사전 검사 몇 가지를 하고,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어떤 부분이 힘들어서 왔냐는 질문에 긴장이 풀렸던 마음이 다시금 막막해지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두서없이 횡설수설하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약을 처방받고 나서는데, 마음이 덤덤했다. 어쨌든 당분간은 이곳을 다녀야 할 텐데, 솔직히 말해 내 상태가 얼마나 좋아질 수 있을지 아직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동안 내 마음에 쌓인 감정들을 천천히 잘 꺼내놓을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다.
그래도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 병원에 온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해준 의사의 말처럼, 스스로 찾아간 나 자신에게 잘했다고 말해 주었다. 앞으로 이곳에서의 시간들을 통해 마음이 나아질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더 성장하고 성숙해졌으면 한다.
마침, 10월 10일 오늘은 ‘세계정신 건강의 날’이라고 한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쳤을 무수히 많은 날 중의 하나, 그냥 아주 평범한 날이었을 테지만, 며칠 전에 정신과에 다녀와서 그런지 제법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오늘 하루는 더 특별히 내 마음을 잘 돌아보는 하루가 되기를. 앞으로의 모든 날들이 ‘정신이 건강한 날’들이 되기를 바라본다.
*사진출처: Photo by Zac Durant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