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밍아웃

100일의 글쓰기 - 42번째

by 천세곡

결국, 나는 해내고야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꿈은 꾸지만 이루지 못하는 그것. 바로 퇴사를 말이다.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버틸 만큼 버텼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나 조직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오늘 상사와 면담하면서 퇴사하겠다고 말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나의 건강 문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독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많이 상했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는 내내 병원이나 한의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사실상 약빨로 버텨온 것이다. 최근에 와서는 그마저도 한계에 다다랐는지 지금은 정신과 진료까지 받고 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지니 일할 의욕은 상실되었다. 몸이 더 망가지기 전에 여기서 멈추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었다.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물론,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다. 퇴사에 대한 고민은 몇 년 전부터 계속 해왔었다. 그때마다 매번 결론은 ‘좀 더 버티자!’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이직도 두렵고 생계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당연했다.


오늘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아내가 용기를 주었다. 딱히 다른 것이 준비된 상황은 아니어서 막막하기까지 한데, 아내는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고 있다.


그래도 이곳에서 만 9년을 일했다. 두 자릿수를 채우지 못해 아쉽지만, 이 또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한다. 어차피 관둘 거라면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관두는 게 낫다고.


회사를 그만두면 당분간 몸과 마음이 푹 쉴 수 있도록 해줄 생각이다. 정말 퇴사가 만병통치약인지 증명해 보려 한다. 그것 말고는 딱히 계획은 없다.


가슴에 오랫동안 품고만 있던 사직서를 드디어 꺼낼 수 있게 되었다. ‘퇴밍아웃’이 이렇게 설렐 줄이야. 나는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보다.




*사진출처: Photo by Joel Daniels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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