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세곡 Nov 09. 2023

집착을 버리고 집중하기

100일의 글쓰기 - 64번째

요가를 좀 한다는 수강생들은 틈만 나면 머리서기를 연습하곤 한다. 성공해 내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본다.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았으나 머리서기는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는 꼭 정복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나와 같은 초급자들에게 머리서기는 꿈과 같은 자세다. 일종의 물구나무서기와 같은 것으로 요가 동작 중에서도 높은 난이도에 속한다. 흔히, 요가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그 자세가 맞다.


  오늘 요가 수업 때, 머리서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웠다. 강사님이 먼저 시범을 보여주셨다. 머리를 매트 위에 두고 거꾸로 서서 거침없이 곧게 일자로 몸을 펴내는 모습에 수강생들은 탄성을 질렀다. 마치 작은 거인이 지구를 들고 있는 듯한 모습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이어 우리가 도전할 차례가 되자 적막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지금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머리서기에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는 것을. 


  먼저, 강사님은 지지하고 있는 팔과 어깨를 사용해 기반을 다지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하셨다. 다리를 띄우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다른 요가 동작들도 그렇지만, 특히 머리서기에 있어서 가장 큰 방해가 되는 것은 동작 자체에 대한 집착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동작을 완성하는 것에만 너무 몰두하다 보면 잘 되지도 않을뿐더러, 부상의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머리서기를 정복해 내겠다는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음을 간파하고 계셨다. 머리를 매트 위에 박은 채로 기반이 되는 근육들을 단련시키는 데 집중했다. 


  누가 보면 ‘머리서기’라기보다는 ‘머리박기’에 가까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우리는 선생님의 인도에 따라 동작의 완성이 아닌 과정에 더 마음을 두는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사실 사람들은 과정보다 결과에 더 관심이 많다. 거의 대부분 결과로만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 사회의 시스템을 보면 알 수 있다. 학생도, 직장인도, 심지어 글을 쓰는 작가까지,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결과를 향한 집착을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사회 전반에서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결과만 좋다면, 과정 따위는 어떻든 상관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과정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결과에만 집착한 사람들의 말로를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결과 중심의 사회는 결국 개인의 인간됨을 상실하게 하고 정의가 아닌 불의로 이끈다.


  요가뿐만이 아니라 인생 역시 과정의 중요성을 더 강조해야 함이 마땅하다. 요가의 동작 하나도 결과로 가기 위해서는 과정 가운데 코어의 힘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듯, 우리 삶의 크고 작은 목표를 향해 갈 때 어떠한 과정에 있는지, 그 과정에 충실하고 있는지 잘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마음의 중심이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를 보면 얻게 될 결과물을 미리 알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곳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그 결과는 차라리 얻지 않는 것이 낫다.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하는 사회가 된다면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을 해결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더욱 인간다운 모습으로 각자의 자리에 바로 설 수 있는 이상적인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진출처: Photo by KreatePix - Yuni Martin on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