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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Nov 21. 2023

단골 추가 완료

100일의 글쓰기 - 76번째

우당탕탕 사랑니 4개를 입안에서 삭제하고 벌써 일주일이 흘렀다. 오늘 다시 치과에 들러 실밥을 뽑고 왔다.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소독까지 모두 마쳤다. 이제 남아있는 충치 하나만 치료하면 된다.


  그깟 사랑니 뺀 게 뭔 대수라고 이 얘기 가지고 지난 한 주 동안 주구장창 글을 써냈더랬다. 남들에게 별일 아닐 수 있어도 나에게는 꽤나 별일이었다. 사랑니 발치 권유를 처음 받았던 게 벌써 5년쯤 되었으니 묵은지만큼 묵혀놨던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나는 겁이 많다.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과를 무서워하겠지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난 무척이나 쫄보다. 가뜩이나 결정을 빨리 못하는 편인데 무섭기까지 하니 마음먹는데 5년이나 걸린 것이다. 


  갑자기 뜬금없이 심심한데 사랑니나 뽑아야겠다 싶어서 치과로 달려간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나는 아주 천천히, 끈질기게, 오랫동안 나를 상대로 전략적인 작전을 펼쳐왔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서서히 공을 들여왔다.


  지난 5년의 세월 동안, 나름대로는 빌드업을 해왔던 거고 마침내 스스로를 치과로 내몰 수 있었다. 비록, 한쪽이 지혈이 좀 더디 되어서 약간의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틀 만에 4개를 모두 뽑은 것 치고는 크게 붓거나 부작용은 없었으니 이 정도면 선방이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치과를 고른 것이야말로 이번 발치 작전 최고의 한방,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든다. 한번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으니 그만큼 신중하게 고르긴 했었다. 결정적으로 후기가 큰 힘이 되었다. 영수증 인증 후기여서 더욱 믿을 수 있었다.


  오늘 실밥을 뽑고 나서는데 치과는 이곳에 정착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적어도 내 치아의 문제는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좋은 병원을 찾아서 참 다행이다. 앞으로 여기가 내 단골 치과가 될 듯싶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병원 갈 일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치의 제도가 없으니 진료 과목별로 내게 꼭 맞는 병원들을 하나씩 알아둘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이번에 알게 된 치과를 포함해 한의원, 안과, 정신과까지 총 4군데는 찾은 것 같다. 


  하나같이 친절하고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병원들이다. 앞으로 혹시 또 다른 곳이 아프게 된다면 그때도 믿을만한 좋은 병원을 잘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믿고 다닐 단골 병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이렇게나 든든하니까. 그럼에도 단골 병원 추가는 최대한 천천히 하는 걸로.




*사진출처: Photo by Caroline L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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