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들이 불편했다.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라는 의문이 하루 종일 나를 떠나지 않았다.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코로나로 인해 내가 다니는 직장에도 인원 감축의 바람이 불어왔다. 함께 일하던 동료 한 명이 부서 이동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입은 상처는 꽤 컸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겠지 했지만 내 마음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함께 버티기보다는 버리는 쪽을 선택한 회사가 원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불만은 매일 커져갔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잔뜩 예민해져서 직장 상사와 자꾸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하는 것이 아니라 흡사 전투를 치르는 기분이었다. 매일 지옥으로 출근을 하는 것 같았다.
회사 생활이 지옥이니 집에 온다고 마음이 천국일 리 없었다. 아내와는 물론이고, 다른 가족들과도 자주 다투게 되었다. 모든 관계가 뒤틀려 버릴 때쯤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지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었다.
주 1회 온라인 상담을 통해 내 속에 있는 많은 것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이 사람은 이렇게 해서 힘들고, 저 사람은 저렇게 해서 힘들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안에 있는 것들을 실컷 뱉어내고 나면 속이 좀 후련해졌다. 무료상담을 마치고, 유료로 전환해서 상담을 계속 이어갔다.
마음속에 가득했던, 사람에 대한 불편한 것들을 어느 정도 비워내니 상담사 선생님의 조언과 권면의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그의 말들을 따라가다 보니 그곳에는 남이 아닌 내가 있었다. 물리적으로는 상담사를 만나고 있지만, 점점 나의 내면을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사는 해결사가 아닌 좋은 안내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도록 함께 동행해 주는 사람인 것이다.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오늘로써 상담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상담을 받기 전이나 받은 후인 지금이나 직장도, 마주하는 사람들도 그대로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가 나를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은 깨달았다. 남에게 집중되어 있던 시선을 나에게로 옮겨오자 작지만 변화가 시작되었다. 상담은 삶의 주어를 '남'에서 '나'로 바꾸는 법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