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결심하지 않으면 우리가 합니다.

by 천세곡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으로 언론이 떠들썩하다. 어떤 뉴스에서는 정말 듣기평가 마냥 친절하게 반복 재생을 해주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수 가창력 인증을 위해 MR을 제거하는 것처럼 현장의 소리를 없앤 잡음 제거 버전까지 선보였다.


반복 재생도 모자라 되감기를 여러 번, 수차례 반복해서 들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나의 관심도 '그렇게 들리는가'였다. 너무 웃픈 건, 영상마다 댓글들을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그의 말을 매우 열심히 집중해서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는 점이다. 가히 대국민 듣기평가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그의 말이 공적이든 사적이든 국가의 수장으로서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욕을 먹더라도 솔직하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즉시 사과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일로 키워낸 꼴이 되었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여론을 더 급속도로 악화시켰다. 15시간이나 시간을 끌다 내놓은 해명의 결론은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외 언론사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말한 것'으로 들었다는 데 있다. 인정하지 않고 발뺌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취임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물론 외교에서까지 대통령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의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렇게까지 하락했다는 것은 그의 지지층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단순히 그의 업무 능력뿐 아니라 대통령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자질까지도 의심받고 있음을 뜻한다. 사람은 누군가의 능력이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하지만, 인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절망하게 된다.


논란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수습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하는 것이 국민들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악수만 두고 있는 대통령과 참모진을 비롯한 몇몇 여당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자꾸 국민들과 다른 편에 서서 맞서려고만 하지 말고, 국민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결심을 해줬으면 좋겠다. 대통령이라 해도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말할 결심을. 그의 곁에 있는 참모진들이나 여당의원들 역시 대통령 실드 칠 생각만 하지 말고, 정말 해야 할 말은 해야겠다는 결심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을 향한 결심을 보여주시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당신과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부'가 아닌 '전부'가 되어야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