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는 직장은 출장이나 행사가 많은 편이다. 때문에 며칠씩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초과로 일한 만큼 대휴를 주지만 하루 이틀의 휴가로는 쉽게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물리적 시간은 일상의 시간표로 돌아왔는데 한번 깨진 몸의 시간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회복하기까지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노동 개혁 관련 뉴스가 연일 화제다. 경영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노동자들은 반대가 심하다. 물론, 더 일하고 일한 만큼 수당을 챙겨 받기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동 관련 정책만큼 많은 사람들의 생계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사안도 없을 테니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윤석열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노동 개혁 중 가장 큰 화두는 노동시간에 관한 부분이다. 기존에는 연장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계산해 왔는데 앞으로는 월, 분기, 연 단위로 유연하게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원래 주당 최대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된다.
정부로부터 위임을 받아 논의를 추진 중인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의 말에 따르면 계산상 그렇다는 것이지 이렇게까지 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연장근로를 한만큼 나중에 휴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건강권도 훼손될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생산성 증대를 위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의 건강과 지급되는 임금은 생각만큼 유연하지 않다는 데 있다. 사람의 몸은 스위치 켜면 일하고, 끄면 바로 쉴 수 있는 기계와는 다르다. 오래 일한다고 해서 계속 같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래 쉬었다고 해서 예전만큼의 생산성을 회복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임금 역시 더 일한 만큼 보상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명확한 한계가 있다. 근로시간이 늘어나고 쉬는 날이 불규칙해질수록 건강에 더 치명적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의 유병률과 과로사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휴가와 추가임금을 건강을 회복하는 데 전부 써야 할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한국은 지난 세월 과로사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온 지 오래다.
인간은 육체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완벽과는 거리가 있다. 사람이 만든 법과 제도 역시 허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것을 악용하려는 이들이 꼭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대비책이 없다면 기대와는 달리 노동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이들의 건강과 가정 경제, 기업의 이윤과 직접 연관되어 있는 만큼 쉽지 않은 문제이다. 어렵고 예민한 문제일수록 해결해 가는 방식에서도 속도보다는 올바른 방향성과 섬세함이 더 필요하다. 조금 더 천천히 꼼꼼하게 충분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러모로 논의의 중심에 사람을 위한, 사람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