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따뜻한 커피처럼

by 천세곡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잔에 담겨 나온 따뜻한 커피를 코로 한번 마시고, 입으로 한번 마신다. 몸 안으로 스며드는 커피의 향과 맛은 내 몸을 지배한다.


처음 맛본 아메리카노 커피는 그냥 쓴 맛이었다. 이렇게 쓰기만 하고 양 많은 음료를 왜 마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차피 문제 될 건 없었다. 맛으로 마시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후를 시작하려면 오전 업무로 지친 몸을 달래주어야만 했다. 각성이 필요할 때는 카페인 듬뿍 담긴 커피가 최고다. 한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은 나에게 주는 보상인 동시에 오후를 산뜻하게 맞이하기 위해 매일 치러야만 하는 의식과도 같았다.


자꾸 마시다 보니 이 검은 액체 속에는 쓴 맛 말고 다른 맛들도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두의 종류와 로스팅 방법에 따라 신 맛, 단맛, 심지어 짠맛이 나는 커피도 있었다. 커피의 다양한 맛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더 자주 커피를 찾기 시작했다.


단순히 졸려서가 아니라 즐기고 싶어서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이다. 새로운 커피를 마시게 될 때면 어떤 향과 맛일지 기대가 되곤 했다. 미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여러 맛들을 맛보고 싶어 커피를 찾는 사람이 된 것이다.


글쓰기 역시 처음에는 인생의 잠을 좀 깨워보려고 시작했던 것 같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휴일마다 의미 없이 늘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글이라도 쓰면 마음이 적당히 각성되면서 한 주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다.


삶 속에도 맛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글쓰기를 통해 처음으로 맛보게 된 내 삶은 뭐랄까 쓴 맛 투성이었다. 하지만 계속 쓰다 보니 내 인생 속에도 꽤 여러 맛들이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쓰지 않아서 몰랐을 뿐, 갓 내린 커피처럼 나의 삶 속에도 신맛, 단맛, 짠맛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매일 같아만 보였던 일상도 어떻게 쓰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점점 다른 맛의 일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나의 인생 속 다양한 맛들을 계속해서 맛보고 싶어졌다.


커피를 마시듯이, 당분간 쓰고자 하는 이유이다. 커피를 마실수록 그 맛과 향을 조금씩 알아가듯이, 쓰면 쓸수록 삶의 맛과 향을 조금씩 더 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씀’에 따라, ‘쓴 맛’뿐 아니라 여러 가지의 맛들로도 변하게 될 ‘인생의 다른 맛’들을 기대해 본다.




Photo by Nathan Dumla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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