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공존생활

생존을 넘어 공존으로

by 천세곡

동네 단골 미용실에 다녀왔다. 가격표를 보니 지난달 보다 커트 비용이 오천 원이나 올라 있었다. 사장님은 고민 끝에 가격 인상을 했지만 그럼에도 운영이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하셨다.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서 부담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올랐다는 것 자체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소비하는 것들 중 거의 모든 것이 크게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살아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것들은 전부 빠짐없이 올라버렸다.


요즘은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는 말을 꼭 하게 되는 것 같다. 전에도 이런 이야기들을 종종 하곤 했었지만, 이렇게까지 탄식하듯이 자주 했던 적은 없었다. 경기야 늘 안 좋았지만, 지금은 다들 체감하는 무게 자체가 다른 듯하다.


지난번 가스요금에 이어 이번에는 전기요금도 크게 올랐다. 이런 공공요금의 인상은 모든 국민에게 큰 타격을 준다. 특히 자영업자들에게는 치명타가 된다. 결국 물가와 서비스 비용은 오를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이 지는 부담도 함께 무거워진다.


도대체 허리띠를 어디까지 졸라매야 하는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공공비용 상승의 부담이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에게만 전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사는 동네와 회사 근처 단골 가게들이 문을 닫는 것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가격인상을 하고도 운영이 여의치 않아 폐업을 하게 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불과 어제까지 장사했던 곳이 오늘 문을 닫기도 했고, 수개월째 공실인 곳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요금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유행할 때 가장 큰 손해를 입은 대상 역시 자영업이었다. 방역 정책 이면에는 늘 그들의 희생이 있었다. 이제 유행이 끝나간다고 해서 겨우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계속 올라가고 있는 공공요금과 재료비 때문에 다시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바이러스로부터는 살아남았지만 자영업을 한다는 이유로 또 다른 의미에서 살아남는 것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서민 경제의 최일선에 있는 만큼 그들의 고통은 점점 우리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들만의 어려움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다.


모두가 먹고사는 것을 걱정해야만 하는 흉년의 때를 지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잘못하다가는 앞으로 우리 사회는 더 각박해질지도 모른다. 물질의 흉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마음의 흉년이다.


사회 전체가 코로나 후유증과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닌 공존의 가치이다. 나와 내 식구가 먹고살기에도 빠듯하지만 그럼에도 이웃의 어려움을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때이다.


혼자 살아남으려 할 때 보다 누군가를 살리는 삶을 살 때, 더 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슬기로운 공존생활'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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