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가 당뇨치료제 철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SGLT2i 계열의 대표적인 치료제인 영국계 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 다파글리플로진프로판디올수화물)가 국내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포시가는 당뇨 치료뿐 아니라 심부전, 만성신장병 등의 적응증을 추가하며 작년 한 해 포시가는 약 555억의 매출을 올렸다. 철수가 단순히 한국에서 판매를 안 하는 게 아니라 허가권과 급여를 다 철회한다.
포시가의 철수 배경에는 약가 인하 등이 중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포시가의 한국 약가도 미국의 30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인하가 되면 제조원가율도 높아 생산성에 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어 그 비용도 반영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환자 보장이 잘되어 있는 제도다. 국민들이 의무로 모은 기금으로 운영되어 대부분이 혜택을 본다. 그만큼 재정운영이 중요하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보험 약가다.
여기서 제약회사에 불합리한 제도가 있다.
모든 원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르기 마련이다.
의약품도 마찬가지인데, 원가는 오르는 반면 약가는 보험 재정을 위해 무조건 인하된다. 심지어 사용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높은 비중으로 인하된다.
좋은 약을 만들어 의사들과 환자들이 더 많이 선택할수록 약가는 더 인하되니, 제약회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글로벌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했을 때 약가가 낮은 한국을 무시하고 진입을 안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약가는 주변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에서 한국의 약가를 참고해 약가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는 그렇다면 단순히 한국에서의 매출 감소뿐 아니라 동아시아 시장 전체의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번 철수가 글로벌사의 코리안패싱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포시가의 우려와 동일하게 글로벌사들이 동아시아에 진출할 때 한국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혁신 신약들도 건강보험공단, 심평원의 여러 약가 제도들에 묶여서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기존에는 항암제 같은 생명 위험에 즉각적인 혁신 신약들의 국내 진입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포시가와 같은 만성질환에 사용하는 치료제들도 이번 사례로 인해 코리안 패싱이 반복될까 우려된다.
기술에 발달에 따라 앞으로도 신약의 개발은 계속될 것이다. 난치성 질환 치료뿐 아니라 기존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치료제들도 등장할 수 있다. 이런 신약들이 국내 도입을 꺼려한다면 국내 환자들은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건강보험을 공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의약품 약가 산정에 있어 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인구수는 줄어들면서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정된 재원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이 이해가 되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제약사와 많은 논의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