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만난 나

단 하나의 사람입니다.

by 박지숙

누구든 나를 찾아주기를

바랐던 적이 있습니다.

모두가 나를 원하고,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세상

그 숨 가쁜 기대의 한복판에 서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살아있다고 믿었습니다.


사람에 지쳐,

기대에 허덕이다

문득 이곳이 나 없이도 돌아가기를 기도하던 밤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뒷걸음질 쳤습니다.


도망치듯 빠져나온

그 자리 뒤로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고요히 흘러갔습니다.


다 내려놓고 보니 알았습니다.


나를 찾던 수많은 손길은

나의 영혼이 아닌

내가 내어준 '필요'를 붙잡고 있었다는 것을.

필요의 계절이 지나가자

사람들은 떠나고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무가치한 껍데기만 같았습니다.


그 서늘한 정적 속에서

비로소 고개를 들어 봅니다.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 애쓰던 시간 동안

정작 나 자신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타인의 부름에 대답하느라

나의 목소리를 외면했던

긴 세월을 지나

이제야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웁니다.


누군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내가 나를 원해주는 것,

세상이 매긴 가치보다

내가 나에게 매겨준 온기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

이 고요가 비참함이 아닌,

나를 만나는 축복임을 압니다.


나는 더 이상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부품이 아니라

오직 나라는 이유로 소중한,

단 하나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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