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더 증명해야, 나는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을까.”
무언가 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성벽 위에 서서
오늘도 나는 나를 증명할 재료를 찾습니다.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조차 죄책감이라는
파도가 밀려와 마음을 적시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반나절은 통째로 도둑맞은 듯
허망한 죄가 됩니다.
“너 정말 잘 살았어, 충분히 잘하고 있어.”
스스로에게 건네는 따스한 위로는
안일한 변명이 되어 잠시 머물다 가지만,
그 평온함은 반나절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금 불안이라는 가시 돋친 채찍이 되어 돌아옵니다.
끊임없이 숫자를 쌓고,
증명서를 모으고
이름 뒤에 수식어를 붙여보아도
내 안의 허기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습니다.
나는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무엇이 나를 이토록 쉼 없이 몰아세우는 걸까.
나의 엔진은 열정이 아니라
사실은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을까.
어쩌면
나는 ‘나’라는 존재만으로는 부족할까 봐
성취라는 옷을 겹겹이 껴입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허전함과 죄책감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며
오늘도 나는 불안을 연료 삼아 멈추지 않는 바퀴를 돌립니다.
이 불안이 나를 키웠음을 알면서도
이 불안이 나를 갉아먹고 있음을 느끼는 밤,
나는 여전히 묻고 싶습니다.
“무엇을 더 증명해야, 나는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