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다시 묻다
얼마 전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라는 책을 읽었다.
책 속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이렇게 요청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 달라.”
그러자 인공지능은 되묻는다.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해 주면 그렇게 하겠다.”
인간은 곧바로 조건을 제시한다.
싸우지 않게 질서를 유지해 달라.
불평등 때문에 사회가 무너지니 모두를 평등하게 만들어달라.
더 이상 갈등하지 않게 해 달라.
그리고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게 해 달라.
인공지능이 이 조건들을 검토한 뒤 내린 결론은 의외였다.
사람을 접시로 바꾸어 일렬로 세워두는 것.
완벽한 질서, 완전한 평등, 갈등 없는 상태, 죽음조차 없는 세계.
그러나 그곳에는 삶이 없었다.
이 장면에서 나는 허를 찔린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바랐던 모든 조건은 충족되었지만,
그 결과는 인간이 사라진 세계였다.
나는 늘 행복하고 싶었다.
싸움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고,
세상이 평등하고 정의롭다면 그것이 곧 행복일 거라 믿었다.
죽음은 언제나 두려웠고,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행복이라 부르고 있었을까.
누군가는 깊은 숲 속을 걸을 때 행복하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을 말한다.
그렇다면 숲에 들어가지 못하는 수많은 날들과,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시간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버텨야 했던 순간들 속에서
그들은 과연 행복하지 않았던 걸까.
한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삶의 절대적인 의미를 느낄 때 행복하다고.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는 늘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지금의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쉽게 단정해왔던 것 같다.
행복을 너무 좁게 정의해 놓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나의 시간을 전부 불행으로 밀어냈다.
그래서 나는,
행복이란 흔들리지 않는 삶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왜 살아가는지 잊지 않는 순간이라고
다시 정의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