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 있는 자리
긴 연휴가 끝나는 날이다.
쉬다 일하다,
쉬다 일하다,
그러다 보니
연휴는 다 지나갔다.
깊은 산속으로 숨는 쉼도,
먼 길을 떠나 낯선 풍경을 만나는 탐험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마음 한구석에 켜켜이
권태 같은 먼지만 내려앉았다.
가족들과 시간을 맞추는 일도,
여행지를 정하는 일도,
서로의 마음을 맞추는 일도
어쩐지 버거웠다.
괜히 애를 쓰다
더 허무해질까 봐,
아예 한 발도 내딛지 않았다.
그렇게
내 삶은 제자리였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날,
숨 돌릴 틈 없이 일하고 또 일하다가
오후 세 시쯤.
문득,
마음에 쌓였던 먼지가
조금 가신 것만 같다.
멀리 떠나
멋진 풍경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웠는데
나는
일상 속에서 멋진 풍경을 만났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