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쉬다

내가 서 있는 자리

by 김현정

긴 연휴가 끝나는 날이다.


쉬다 일하다,

쉬다 일하다,

그러다 보니

연휴는 다 지나갔다.


깊은 산속으로 숨는 쉼도,

먼 길을 떠나 낯선 풍경을 만나는 탐험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마음 한구석에 켜켜이

권태 같은 먼지만 내려앉았다.


가족들과 시간을 맞추는 일도,

여행지를 정하는 일도,

서로의 마음을 맞추는 일도


어쩐지 버거웠다.

괜히 애를 쓰다

더 허무해질까 봐,

아예 한 발도 내딛지 않았다.


그렇게

내 삶은 제자리였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날,

숨 돌릴 틈 없이 일하고 또 일하다가


오후 세 시쯤.


문득,

마음에 쌓였던 먼지가

조금 가신 것만 같다.


멀리 떠나

멋진 풍경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웠는데


나는

일상 속에서 멋진 풍경을 만났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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