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같은소설: 결핵에 걸려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모습
밤잠을 설치고 결국 새벽에 일어났다. 찬 공기가 마중 나왔다. 그 공기는 무척 쌀쌀했지만, 가슴으로 들어올 때는 따스했다. 그 공기 덕분에 놀란 잠결에 깨어나, 결국 빠져버린 사랑을 되뇌이게 되었다. 나는 숨소리 없이 바깥을 향해 물을 한 잔 마신다. 그러곤 말해본다.
"나는 그 이를 이토록 사랑했는가?"
사랑을 잘 모르던 어느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때였다. 그에게는 나타나지 않던 사람이 계속해서 꿈에 등장했다. 사람과 동물, 그리고 어릴 적 자신의 모습까지. 어린 나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듯 깔깔거리며 청춘을 즐겼고,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오줌을 흘릴 뻔하기도 했다. 그런 꿈을 계속 꾸다가 오늘은 결국, 잊고 있던 그에 대한 사랑이 점차 붉게 물들어갔다. 그리고 그 상상 속에서 그가 만지는 고로케 하나를 오물오물 씹어본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솔직함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거짓된 사람들이 많았고, 거짓으로 잊히기를 바라는 이들도 많았다. 불륜과 청춘, 그리고 바람과 입맞춤… 내가 저지른 잔혹한 기억들이 하나씩 깨어날 때마다 결국 잊히는 것은 솔직함이었다. 그 솔직함은 차갑게 버려졌다.
결핵에 걸리고 나서야 나는 목에 걸린 피를 쏟아내며 기운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졌다. 예전에는 이 병이 대유행하면서 사람의 피를 말리게 만들어 세상을 떠나게 하는 지옥 같은 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항생제가 내 핏속에 돌고 있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독소 제거제다.
친구도 없다. 친구라곤 혼잣말을 들어주는 나 자신뿐이다. 내가 던진 질문에 답해 줄 사람을 원했지만, 부모님은 냉정하게 나를 바라봤다. 갑옷을 입은 듯, "나을 거야"라는 말 한마디 없이 병원비만 꼬박 내주셨다. 결국 내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면역력은 급속도로 떨어졌고 내 팔뚝은 개미 다리만큼 작아졌다. 주삿바늘이 꽂힐 때마다 비명을 질렀고, 그럴 때마다 그 이가 생각났다. 나를 유일하게 독촉으로 일으켜 세운 사람.
결핵 환자로서 독촉은 나를 사로잡는 외침이었다. 나의 사랑, 나의 구원자처럼 느껴졌다. 그 사랑을 위해서라면, 고통 속에서도 장미처럼 피어날 수 있었고, 독약도 마실 수 있었다. 나의 하찮은 손목도, 목에 깃든 영혼도 필요 없었다. 그저 그의 목소리를 한마디라도 들을 수 있다면, 무릎을 꿇고 기어가서라도 기도할 수 있었다.
나는 그가 내 꿈에 나타나기를 바랐다. 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하나의 새싹처럼 커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가 꽃을 황홀하게 피우고 죽으면 딱 맞는 삶일 것 같았다. 나의 결핵이 그렇게 보였다. 유년 시절은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피눈물을 쏟아내며 기침을 해대고, 목이 메어 말을 하기조차 힘든 가뭄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 영혼 속의 그를 만났을 때, 오늘이 내 죽는 날임을 알았다.
죽음은 천천히 다가와 내 두 다리부터 기어올랐다. 다리에 감각이 하나도 없었지만,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기에 말할 수 있었다. 심장은 그를 떠올리며 무한히 뛰었다. 쿵, 쾅, 쿵, 쾅. 그 이름 석 자를 부르기 전까지는 하늘로 갈 수 없었다. 긴급한 상태인지라 의료진이 몰려들었고 부모님도 오셨다. 모두 진정하라며 강력한 약을 내 몸속에 주입했다. 그러자 다시 다리의 악마가 내리뿌리듯 차가워지며 죽어갔다. 내 두 다리는 다시 굽을 수 있을 정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피를 토했다. 붉고 노랗게 물든 가래가 형형색색으로 섞여 나왔다. 이제 눈알까지 충혈되어 아른거리고, 다시 깊은 잠에 들었다. 두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고, 마치 죽음의 사신이 나를 데리러 온 듯한 말을 걸어왔다. 이제 갈 때가 되었다고. 나는 결국 부모님을 보지 못하고 음성으로만 듣다가 죽음에 이르렀지만, 상관없었다. 내 심장은 히스클리프 같은 그를 향해 마지막으로 그 이름 석 자를 부르며 숨을 거두었으니까.